새롭게 시작하는 이 순간
새롭게 시작하는 이 순간
  • 김경선 차장
  • 승인 2016.06.29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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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K COLUMN

2016년 6월. 남들에게는 매년 돌아오는 달이지만 저에게는 특별합니다. 2006년 아웃도어글로벌에 입사한 지 꼭 10년 만에 편집장이 됐습니다. 선배들의 지적에 바짝 긴장하고, 늘지 않는 글에 좌절하고, 힘겨운 산행에 몸서리치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이 자리까지 왔습니다. 대다수의 직장인처럼 저도 한 때는 ‘다 때려치우고 여행이나 갈까’ , ‘기자는 나랑 정말 안 맞는 것 같아’ 수많은 번뇌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때 포기했더라면, 지금의 제 인생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갔을까요.

2013년 7월에 쌍둥이를 출산하면서 긴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기간을 가졌습니다. 2년 넘는 시간이었죠. 만 7년을 쉼 없이 일하면서 고대하던 휴가이기도 했습니다. 마냥 좋았냐고요? 아닙니다. 육아는 저에게 ‘일’ 보다 힘든 과제였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땐 육체적으로 괴로웠고, 성장한 뒤에는 사회에서 도태되는 기분에 힘들었습니다. 저에게 가정주부는 맞지 않는 옷이었습니다. 이제는 워킹맘이 됐습니다. 아침이면 두 아이를 깨우고 밥을 먹이고 옷을 입히고 씻겨 어린이집에 데려다줍니다. 전쟁이지요. 그래도 행복합니다. 매너리즘에 빠져 일의 소중함을 몰랐던 과거와 달리 일하는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합니다.

10년 간 한결 같은 회사지만 저에게 지난 한 달은 달랐습니다. 편집부 기자들의 스케쥴과 업무를 총괄하고, 거래처와 업무를 조율하고, 끊임없는 회의에 참석하면서 결과물 없이도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마음 편하게 기사 한 꼭지 쓰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평기자로 ‘내 할 일만 충실하게 할 때’와 총괄자로 ‘편집부를 통솔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더군요. 초짜 편집장 밑에서 첫 마감을 무사히 마쳐준 편집부 기자들도 고생이 많았습니다.

빡빡한 현실에 좌절이 난무하는 세상입니다. 지난 한달, 뉴스에서는 국민을 분노케 했던 가습기 살균제와 강남역 묻지마 살인이 이슈였습니다. 사는 것도 힘든데 이런 뉴스를 볼 때면 참 무서워집니다. 무차별한 폭행이지요. 사건의 피해자가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섬뜩하기까지 합니다. 정말이지 이불 밖은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가오는 주말 저는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납니다. 지레 겁먹고 움츠릴 수만은 없기 때문입니다.

저희 집 쌍둥이는 오는 7월에 세 돌을 맞이합니다. 빽빽 울어대기만 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못하는 말이 없을 정도로 커버렸습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캠핑을 가면 뜨거운 화롯불에 화상을 입을까, 뛰다 넘어져 다치진 않을까, 눈을 떼지 못했습니다. 남편과 둘이 즐기던 여유로운 캠핑은 옛말이 됐지요. 그래도 즐겁습니다. 자연에 머물 때가 가장 행복한 우리 부부에게 아이들의 성장은 ‘캠핑을 다녀도 되는’ 반가운 일이지요.

6월입니다. 캠핑도 좋고, 산에 올라도 행복한 달입니다. 저는 과감하게 이불 밖을 선택했습니다. 강요는 못하겠습니다. 세상이 무섭긴 합니다. 하지만 이번 6월이 저만큼이나 여러분들에게도 행복한 달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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