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곳, 설악산 명승학교를 가다
역사와 자연이 숨 쉬는 곳, 설악산 명승학교를 가다
  • 이슬기 기자 | 사진 민병준
  • 승인 2016.06.18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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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와 함께하는 명승기행…강원도 시설유적지 제17호 한계산성 탐방

새털 같은 구름이 흘러가는 쾌청한 초여름의 토요일. 강원도 인제군청이 주최하고 컬처앤로드 문화유산활용연구소가 주관, 문화재청이 후원하는 설악산 명승학교가 강원도 인제군 한계리 일대에서 열렸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학예연구사를 비롯해 약 20여 명의 참가자가 함께한 이번 프로그램에서는 한계산성 답사를 주제로 옥녀탕 휴게소~남문지~천제단~대궐터~망루~서문지~남문지~돈후지의 약 3.95km를 탐방했다.

▲ 설악산 명승학교 첫 번째 프로그램이 설악산 한계산성 탐방로에서 열렸다.

이날 처음으로 열린 설악산 명승학교는 설악산 보호구역 내 명승의 가치를 발굴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명승학교를 운영해 설악산의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국내외로 널리 알리기 위해서 기획됐다. 명승학교의 첫 번째 프로그램은 강원도 기념물 제17호로 지정된 한계산성 탐방이다. 한계산성은 지난 2년간 본격적으로 발굴되기 시작해 따끈따끈한 고고학적 자료로 그 의미가 크다.

“여기가 바로 남쪽 통로인 남문지입니다. 한계산성은 해발 1430m의 안산에서 남쪽 계곡을 에워싸고 있어요. 해발 700m에서 1,200m에 자리한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성이죠.” 참가자들은 김남돈 강원대학교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의 해설을 들으며 탐방을 진행했다. 김남돈 박사는 직접 한계산성 발굴에 참여해 손수 솥뚜껑과 도기를 발견했다. 참가자들은 더욱 살아있는 생생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한계산성 남문지에서 열심히 설명 중인 김남돈 학예연구사.

▲ 자연성벽에 올라 조망하는 설악의 풍광.

한계산성 탐방로는 비법정등산로로, 길이 험하고 허가가 난 진입탐방로가 없어 학술적인 목적을 위한 답사 이외에는 들어가 볼 수 없다. 게다가 몽고군의 침략을 피해 숨어 살기 위해 만들었으니 더 깊고 가파른 산골짜기에 자리하고 있음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가파른 암릉 구간이 이어졌다.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이 산속까지 올라와서 성을 쌓았을까요? 그냥 올라가기도 힘든데.” 다들 혀를 내둘렀다.

한계산성은 상성과 하성으로 구성돼 있는데, 내성인 상성이 약 1.7km, 상성 서편 성벽을 포함한 외성인 하성이 약 6km 정도 된다. 상성의 서남쪽 봉우리에 자리한 천제단은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한 장소다. “여기서는 옥녀탕 계곡 등 주변 지대가 훤히 내다보여 망대의 기능도 했을 거예요.” 과거에는 이곳에서 무사히 산을 오르내릴 수 있기를 빌었을 터다. 프로그램 참가자들도 술을 한 잔 따라 이곳에 올렸다. “사고 없이 무사히 끝마치게 해주십시오.”

▲ 한계산성의 위험한 암릉구간 중 하나인 소나무 횡단 구간.

▲ 천제단은 제사를 지내던 장소인 동시에 망대의 역할도 했을 것이라 추측된다.

이윽고 대궐터에 다다르자 널찍하고 편편한 대지가 펼쳐진다. 이곳에는 건물지와 우물터가 남아있어, 과거 한계산성으로 숨어들어온 백성들이 살았던 터전이라고 추정된다고. 대궐터에서 상성 망루로 향했다. 암릉과 암릉사이 고목과 자일에 의지해 겨우 망루 중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치성에 올랐다. 참가자들은 내설악 안산과 미륵장군봉, 그 뒤로 귀때기청봉과 한계령이 펼쳐지는 설악의 장관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서문지를 지나 다시 남문지 방면으로 하산. 참가자들은 뒤풀이 장소에 모여 감상을 나누기 바빴다.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었어요. 이곳이 천연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후로 합법적으로 탐방한 일반팀은 저희가 처음이 아니었을까요? 흥미로운 이야기 감사했습니다. 다음 프로그램도 함께하고 싶어요.”

▲ 서문지의 가파른 경사지를 조심히 내려가는 길. 낙석 위험이 크다.

5월부터 올해 11월까지 열리는 설악산 명승학교는 매달 다른 주제로 설악산의 역사 문화적 가치에 관해 이야기 나눌 예정이다. 더욱 자세한 내용은 설악산 명승학교 공식 카페(cafe.naver.com/gomsschool)에서 확인할 수 있다.

▲ 한계산성 성벽에서 바라본 안산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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