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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전야의 여유
폭풍전야의 여유
  • 서승범 차장|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6.03.23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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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의 호수공원, 예가체프

커피를 사랑하는가. 한다면 얼마나 사랑하는가.‘아 커피 한 잔 하고 싶다’가 아니라 ‘오늘은 달고 상큼한 케냐가 당기는데’가 사랑이다. 짧은 시간에 간편하게 커피를 내리는 효율성보다 원두를 갈면서 바스라지는 소리와 느낌을 즐기고 향에 취하며 기다릴 줄 아는 게 사랑이다. 이런 사랑이 유난이라고 느껴진다면 패스, 이해나 공감이 된다면 함께 하시길. -편집자 주-

아웃도어는 커피를 즐기기 최고의 장소다. 그랜드캐년의 광활함이나 오로라의 황홀함이 없다고 해도 너무 아쉬워 말자. 커피와 함께 하는 여행이라면 조금 더 여유로울 것이다. 조금 더 느긋할 것이다. 횡단보도 몇 개 건너면 쉽게 닿을 수 있는 근린공원 역시 커피를 즐기기엔 손색이 없다. 공원 벤딩머신의 오래된 캔 커피 말고, 종이컵에 나오는 자판기 커피 말고 진짜 커피 말이다. 쉽고 가까운 곳부터, 짧은 토막여행부터 시작하자.

때는 추위도 한 풀 꺾인 2월 중순, 물론 며칠 뒤에 혹한이 잠시 엄습했지만 낮기온이 영상 10도를 웃돌던 때가 잠시 있었다. 본격적인 질풍노도의 마감이 시작되기 직전. 점심 먹고 커피 한 잔 하러 아니 나른함을 즐기러 자전거를 끌고 사무실 앞 호수공원을 찾았다. 늘 쉬어가던 흔들 벤치. 예가체프 원두를 그라인더에 찰랑찰랑하게 담아 다라락다라락 갈고 보온병 속 뜨거운 물을 조금 내리니 향긋한 커피빵이 부풀어오른다. 신선한 원두니까. 30초 쯤 기다렸다가 드립을 시작한다. 곧 다가오는 음미의 시간, 일다경의 여유.

한 줄 커피 상식
원두는 냉장고에 보관하지 말자.

왜 : 냉장실이나 냉동실에 보관한다고 원두의 수명이 연장되지는 않는다. 향이 강한 음식과 함께 보관할 경우 향이 섞일 수 있다. 커피 좋아하고 마늘도 좋아하지만 마늘향 섞인 커피는 별로다. 가장 피해야 할 건 햇빛과 습기다.

초콜릿처럼 달콤하게 시트러스처럼 새콤하게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챙긴 건 예가체프Yirgacheffe. 에티오피아 현지에서는 이르가체페라고 부르는데, 수도 아디스아바바 남쪽에 있는 고원 지역 이름이다. 에디오피아로 말하면 일반적으로 커피의 탄생지다. 처음 발견된 건 남수단이지만 크게 번성한 건 에티오피아에 전파된 후고, 커피를 과일 아닌 음료로 처음 마신 게 에티오피아이기 때문이다.

커피에서 중요한 건 맛 아니겠는가. 예가체프는 가장 세련된 맛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커피의 맛과 향을 평가하는 기준은 보통 향, 산미, 단맛, 쓴맛, 바디감 정도로 나뉘는데, 예가체프는 향과 산미가 뛰어나다. 전문가들은 시트러스향과 베르가못 향 그리고 설탕에 절인 과일과 열대과일 향이 난다고 표현한다. 실제로 그런 게 느껴지느냐. 그렇진 않다. 우선 베르가못 향을 한 번도 맡아본 적이 없거니와 시트러스 향과 새콤한 향이 어떻게 다른지 구분할 미각과 후각이 없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의 시음기는 대략 이렇다. “일단 향이 좋네, 맛은 일단 떫거나 무겁지 않아서 여자들이 좋아하겠는걸? 끝맛은 새콤해서 개운하네.” 묵직한 바디감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시큼하게 다가갈 수도 있겠다. 햇살 좋은 봄날의 오후에 추천하고픈 커피다.
참고문헌 : <커피 아틀라스> (제임스 호프만 지음, 김민준 정병호 옮김, 아이비라인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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