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penda sana Tanzania!”
“Napenda sana Tanzania!”
  • 이효진 기자
  • 승인 2011.04.29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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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자니아

▲ ‘마사이 워킹’으로 유명한 마사이족. 키가 큰 그들은 마르고 다리가 곧았다.

한비야와 차인표 신애라 부부의 책을 읽고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막연한 환상을 품었다. 유난히 나의 관심을 끌었던 것은 그들 특유의 맑고 까만 눈동자였다. 탄자니아행 비행기에 올랐을 때 영화처럼 비행기가 초원 위에 착륙하는 것은 아닌지, 밤에 동물들이 습격을 하면 어떻게 할 것인지, 에이즈나 말라리아에 걸리는 건 아닌지 등 어이없는 상상들을 했다.

이런 의문과 상념을 껴안은 채 탄자니아에 첫발을 내딛었다. 하늘은 맑고 높았고 구름은 새하얀 솜사탕 같았다. 공항에 도착해 처음 마신 탄자니아의 공기는 적당한 습기와 특유의 따스함이 배어 있었다. 그리고 땀 냄새 때문에 적당한 염도도 느껴졌다.

▲ 여행객들한테 환영 공연을 하는 마사이족의 점프 실력이 대단했다

따스한 느낌이 드는 모로고로

서울의 남부터미널만한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 공항은 초라할 정도로 작게만 느껴졌다. 그러나 공항을 빠져나가는 일은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그들이 쓰는 영어가 마치 제3세계의 언어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입국 심사 때 그 동안 독학으로 익힌 스와힐리어가 빛을 발했다. 탄자니아의 토속 언어인 스와힐리어로 인사하자 무뚝뚝하던 심사원의 표정이 밝아지고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졌다.

“Napenda sana Tanzania!(전 탄자니아가 너무 좋아요!)”라고 말을 걸면 흰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으면서 “Sawa sawa! Karibu Tanzania!(그래그래! 탄자니아에 온 걸 환영해!)”라며 도장을 찍어 준다.

▲ 기념품 매대 뒤에서 마사이족 꼬마가 쑥스러운 듯 웃고 있다
공항을 빠져 나와 베이스캠프인 모로고로(Morogoro)로 이동했다. 모로고로는 넓은 평야와 함께 조용하고 여유로운 도시다. 하늘과 대지가 탁 트이고 왠지 모를 따스한 느낌이 들어  탄자니아의 유명 관광지보다 더욱 애착이 간다. 꼬박 하루가 걸려 저녁 6시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현지 전도사님 부부가 준비한 육개장으로 허기를 달랬다. 

다음날, 탄자니아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킬로사로 출발했다. 중간에서 도시락을 먹고 도착하니 벌써 하루가 저물어 간다. 도로는 전체가 포장된 것이 아니고 절반은 울퉁불퉁한 옛날 우리나라의 시골길을 닮았다. 비가 많이 오면 이 흙길은 하룻밤 사이에 없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길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우리는 베스트 드라이버 Baba Idi(이디라는 아이의 아빠) 덕분에 거친 비포장길을 안전하게 갈 수 있었다. 저녁 식사로 현지 주식인 우갈리(옥수수 전분으로 만든 떡)를 먹었다.

현지인과 비슷한 복장을 하고 마사이 마을을 방문했다. ‘마사이 워킹’으로 더욱 유명한 부족이다. 그들의 생활은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었다. 전통 복장을 했지만 허리엔 칼과 휴대폰이 같이 달려 있었다. 또 겉옷은 나이키 점퍼에 운동화를 신고 오토바이를 타고 다녔다. 맨발에 창과 칼을 든 무서운 야생의 모습을 떠올렸던 내 상상은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 지상 최대의 야외 동물원으로 불리는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만난 야생 동물들

핸드폰 들고 다니는 마사이족
물론 현대 문명을 접하고 사는 마사이족도 있지만 오지에서 야생 그대로 생활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들도 핸드폰은 필수품인 듯하다.  가난해 보였지만 통신 수단에 관해서는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마사이족들은 정액제로 칩을 구입해 핸드폰에 꽂아서 사용한다.

남자들은 주로 커다란 나무 밑에서 놀거나 낮잠을 자고 있었다. 반면, 여자들은 처마 밑의 작은 그늘 아래서 구슬을 꿰며 장식품을 만들고 있거나 또 다른 일들을 하고 있었다. 남자들은 소를 모는 일이 아니면 주로 여유롭게 쉬고, 여성들은 쉴 새 없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그들은 일부다처제 사회다.

우리가 마을에 나타나자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키가 큰 마사이족은 마르고 다리가 곧았다. 그들은 우리를 환영하는 공연을 보여주었다. 마사이족의 점프 실력은 대단했다. 발바닥에 스프링이라도 달린 것처럼 어쩜 그렇게 높이 뛰는지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나는 마사이족의 어느 부유한 청년한테 청혼을 받기도 했다. 소 천 마리를 주겠다는 말과 함께.
마사이족은 결혼할 때 신부 집에 답례품으로 소를 주는 풍습이 있다. 보통 20~30마리인데, 나이가 어리고 학벌이 높을수록 많다고 한다.      

▲ 탄자니아의 옛 수도 다르에스실람 시내

환상의 섬 잔지바르
킬로사에서 나흘을 보내고 모로고로 지역에 있는 두밀라, ?베, 소코이네 등도 차례로 둘러보았다. 그리고 돌산이 많고 유난히 추운 이링가로 향했다.

▲ 잔지바르의 선셋 크루즈는 아름다운 인도양 풍광을 볼 수 있다.
아프리카의 겨울(7~9월)은 생각보다 추웠다. 나무가 아닌 바위들로 가득한 돌산에 둘러싸인 마을 이링가는 더욱 추웠다. 열사의 나라로 알려진 아프리카가 이렇게 추울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었다. 두꺼운 후드 티에 윈드 재킷을 입고도 추위에 떨었다. 밤 기온은 약 18도 정도하지만 한낮엔 40도 이상 올라가는 등 일교차가 커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다. 추위에 약한 현지인들은 두꺼운 파카에 털모자를 쓰기도 한다. 

▲ 스쿠버다이빙이나 스노쿨링을 즐길 수 있는 에메랄드빛 눙궤 해변
모로고로 부근에 있는 미쿠미 국립공원에 들리고 난 뒤 탄자니아 여행에서 빠질 수 없는  잔지바르로 갔다. 잔지바르는 그야말로 환상의 섬이다. 푸른 바다를 보고는 나도 모르게 “와, 생수에 가글 풀어놓은 것 같다”고 해버렸으니 말이다. 잔지바르에서 가장 유명한 눙궤 해변. 그곳에서 즐기는 선셋 크루즈와 다이빙 그리고 야시장. 여행자들은 쉽게 길을 잃지만 묘한 매력으로 발을 들여놓게 만든다는 미로의 도시 스톤타운.
평생에 꼭 한 번은 가봐야 할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멋지고 아름다운 탄자니아. ‘이 세상은 사람들만의 것’이라는 이기적인 생각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소통하며 하나가 되는 탄자니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효진 | 2007년 탄자니아 땅을 처음 밟고 그 매력에 빠져 매년 탄자니아를 찾아가고 있다. 현재 네이버 대표 카페 ‘고고아프리카’에서 ‘탄자니아-수잔’이라는 대화명으로 동부 아프리카와 스와힐리어 언어문화팀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www.cyworld.com/susan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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