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끝 시린 겨울날, 등골까지 서늘하게…국내 추리 소설
코 끝 시린 겨울날, 등골까지 서늘하게…국내 추리 소설
  • 류정민 기자
  • 승인 2016.01.19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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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STYLE|BOOK

함박눈 펑펑 내리는 겨울 밤 우리나라 작가들의 추리소설을 펼쳐보자. 겨울에 더 오싹하게 만드는 스릴러 장르의 소설들. 추운 날 먹는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별미이듯 이불 뒤집어 쓴 채로 귤까지 까먹으면 더할 나위 없는 지상낙원이다. 자,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7년의 밤|정유정
얼마 전 독일에서 출간된 최고의 범죄소설 Top10에도 뽑힌 <7년의 밤>,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이 소설은 장동건과 류승룡이 출연하는 영화로도 개봉된다.

7년 전 세령마을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딸의 복수를 꿈꾸는 남자와 아들의 목숨을 지키려는 남자에 대한 이야기. 조용히 숨어 살던 아들 ‘서원’은 세령호 사건이 일어난 후 7년 뒤, 그 날의 기록이 담긴 소설을 받게 된다. 실제로 있던 일인 양 사실적인 묘사가 긴박하게 이어진다. 은행나무.

“열두 살짜리 여자아이의 목을 비틀어 살해하고, 여자아이의 아버지를 몽치로 때려죽이고, 자기 아내마저 죽여 강에 내던지고, 댐 수문을 열어 경찰 넷과 한 마을주민 절반을 수장시켜버린 미치광이 살인마의 아들. 그 광란의 밤에 멀쩡하게 살아남은 아이”


퀴르발 남작의 성|최제훈
어린아이들을 잡아먹고 젊음을 유지한다는 퀴르발 남작의 이야기를 최제훈의 스타일로 새롭게 바꾼 소설이다.

셜록 홈즈의 창조자인 코난 도일이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되고 그 사건을 홈즈가 해결해 나가는 ‘셜록 홈즈의 숨겨진 사건’ , 메리 셰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새로운 관점으로 꾸민 ‘괴물을 위한 변명’ 등 총 8개의 단편 스릴러를 한데 모았다.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궁금해서 원작도 펼치게 만든다. 문학과 지성사.

“자연재해가 덮칠 때, 사회가 불안하고 시기와 차별이 만연할 때, 그들은 또 다시 희생양을 찾기 시작할 것이다. 처음보다 두 번째가 쉬운 법. 제2의 마녀사냥이 시작된다면 이번 사냥감은 그들이 길들여 놓은 진짜 마녀, 바로 우리가 될 것이다.”


살인자의 기억법|김영하
70대의 노쇠한 연쇄살인범이 알츠하이머에 걸려 점점 사라져가는 기억과 사투를 벌인다. 딸을 노리는 수상한 남자를 관찰하며 적어가는 일기장 형식의 장편소설.

짤막하고 압축적인 문장들로 이루어져 술술 잘 읽힌다. 연쇄 살인범의 일기장을 정말 훔쳐보고 있는 느낌. 설경구와 김남길이 등장해 영화로도 개봉할 예정. 벌써부터 궁금증을 자아낸다. 문학동네.

“아내와 바람을 피운 놈은 2년 후에 찾아가 죽인 후 시체는 토막 내 돼지우리에 던졌다. 그땐 기억력이 지금 같지 않았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은 결코 잊지 않았다.”
“아무도 읽지 않는 시를 쓰는 마음과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살인을 저지르는 마음이 다르지 않다.”



불로의 인형|장용민
한국과 중국, 일본의 역사와 불로초 전설을 토대로 한 스릴러. 불로초의 비밀을 숨긴 여섯 개의 인형이 한국과 중국, 일본에 전해진다.

2천 년이 흐른 현재, 남사당패의 꼭두쇠이자 전통 인형극을 계승한 인간문화재 아버지의 부고를 받고 달려온 아들 가온은 정체불명의 걸인에게 아버지의 죽음이 사고가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된다. 아버지가 남긴 수상한 초대장과 인형을 얻게 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이 책 또한 장쯔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엘릭시르.

“그건 당신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설이나 동화가 아니야. 역사야. 그리고 당신 같은 인간 때문에 역사가 또다시 반복되는 거야. 백 년 전 그날처럼.”




악의 - 죽은 자의 일기|정해연

아내와 어머니가 죽게 되면서 살인에 연루되는 인기 정치인 강호성과 권력에 맞서 진실을 파헤치는 형사 서동현의 수사 과정을 흡인력 있는 전개와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담아낸 장편소설.

죽은 아내가 남긴 일기장 속엔 바르고 유능한 정치인이라는 가면 뒤에 소름끼치는 강호성의 본모습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다. 읽는 내내 영화 <내부자들>과 <공공의적>이 떠오른다. 황금가지.

“남편의 배를 가르면 뭐가 나올까. 추악한 욕망, 불결한 어둠, 배신, 교만, 비틀린 욕정, 밭은 숨을 내뱉을 때마다 그것들을 한꺼번에 울컥, 쏟아낼 것이다. 나는 마침내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했다. 어차피 법은, 그를 옭아맬 수 없다.”




사람이 악마다|안창근
세 명의 여성을 잔인하게 살해한, 스스로를 ‘유령’이라 칭하는 연쇄살인범과 연쇄살인 혐의를 받고 사형수로 수감 중인 전직 프로파일러의 자존심을 건 두뇌 게임.

문학, 수학, 애너그램anagram, 음양오행, 수비학 등 다양한 암호 체계들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데, 함께 풀어나가는 재미가 있다. 표지에서 내비치듯 <오페라의 유령>에서 착안한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하는데…. 창해.

“연쇄살인범들의 외양만 보고는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파악할 수 없다. 그들은 희멀건 눈으로 상대를 쳐다보지도, 이를 드러내며 증오를 표시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상인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은 친절하고, 때로는 수줍어하기도 한다. 밤길에 마주쳐도 그다지 위협적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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