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은 넣어둬, 웃기만 하면 돼
감동은 넣어둬, 웃기만 하면 돼
  • 이지혜 기자|사진제공 컬쳐마케팅컴퍼니
  • 승인 2015.12.15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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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대박극장

이번 달은 소극장 공연이다. 100여 명 이상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연극이나 뮤지컬을 매달 소개했지만 역시 대학로의 백미는 소극장이다. 지하철역에서 한눈에 띈 후 ‘꼭 봐야지’ 했던 소극장 연극 <대박극장>을 소개한다.

지상파 개그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의 멤버들이 모여 연출과 연기를 맡은 연극 <대박극장>은 입구부터 남다르다. 대학로 달빛극장 입구에는 이름만 보아도 알만한 개그맨들이 보내온 화환이 줄을 섰다. 시선을 사로잡는 영화 패러디 포스터부터 심상치 않다. 웃기고 자빠라질 준비가 끝났다면 단출한 소극장으로 입장하기만 하면 된다.

연극은 영화 <범죄의 재구성>, <광해>, <차이나 타운>을 각각 <영화와의 전쟁>, <광섭해>, <촤이나 타운>이란 이름으로 패러디하며 진행된다. 영화의 뼈대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개그의 요소를 잃지 않는 것이 역시 개그콘서트로 다져진 ‘내공’이 느껴진다.

수많은 대학로의 참여형 연극을 봐왔지만 <대박극장>만큼 다양한 관객이 등장하는 연극은 아마 없을 것이다. 배우는 시작 전, 관객들의 신상을 탈탈 터는데(!) 이 정보는 연극 곳곳에서 재미있는 요소로 등장한다. 1시간 40분의 공연이 끝나면 거의 모든 관객이 서로를 알게 되는, 그야말로 소극장의 재미를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연극이다.

연극 <대박극장>은 사실 탄탄한 스토리도, 극적인 반전도, 마음을 울리는 감동도 없다. 하지만 우울함을 싹 날려줄 유쾌한 웃음이 그 모든 걸 만족스레 맞바꿔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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