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출퇴근, 행복한 아침의 시작입니다”
“자전거 출퇴근, 행복한 아침의 시작입니다”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12.07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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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엘 인터내셔널 방경일 이사

지난 10월 말 스탠리(STANLEY), 버프(BUFF), 오르트립(ORTLIEB)이 공동전시회를 열었다. 이날 전시회는 기존 아웃도어 박람회나 여타 전시회와는 달리 소규모로, B to C(기업 대 소비자 거래)보다는 B to B(기업 대 기업 거래)로 진행되며 판매보다는 제품 설명에 초점을 맞춘 체험형 전시회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자전거 패니어와 여행용 가방 등 자전거 용품 전문브랜드 오르트립과 튜브스(TUBUS), 슈미트(SCHMIDT) 등을 국내에 유통하는 아이엘 인터내셔널 방경일 이사를 만나 유럽과 우리나라의 자전거 시장과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아웃도어 시장에서 살아남는 법과 시장을 이끌어 가는 법 그리고 문화와 저변을 넓혀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는 방경일 이사는 아웃도어 시장의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는 요즘 새로운 문화와 형식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전시회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전했다.

▲ 독일 하일스브론에 위치한 오르트립의 공장

소통 위한 하우스쇼

사실 국내에서 개최되는 큰 규모의 전시회는 아쉬움이 있었다. 스포엑스 등 코엑스나 킨텍스에서 열리는 큰 전시회는 B to C가 되어버렸다. 미국과 유럽 등의 전시회는 업체 전시가 있고, 마지막 하루 정도 퍼블릭데이로 개최되는데 반해 국내 전시회는 줄곧 퍼블릭데이였다. 실제로 옆에서 판매도 하고, 세일도 하는 일들이 다반사였고, 업체들과 만나서 신상품을 설명하는 분위기 자체가 형성되지 않았다. 판매형 전시가 아니라 제품을 소개하고 설명할 수 있는, 직접적인 소통이 가능한 전시회를 하고 싶었던 방경일 이사는 몇 년 전부터 우리만의 소규모 전시회를 같이 하자고 이야기를 나눴던 스탠리 유해연 대표, 버프 김경환 대표와 하우스쇼를 개최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스탠리와 버프가 공동전시회를 연다는 소식을 들었고, 저희도 기분 좋게 참여하게 됐습니다. 크지 않은 공간이지만 많은 분들이 와 주셔서 제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드릴 수 있어 좋고, 장단점 또한 그 자리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어 만족스럽습니다. 규모만 큰 전시회보다는 이런 조그마한 하우스쇼가 더 효율적이고,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본사 쇼룸도 달라질 것입니다.” 직접 보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조금 더 흥미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많은 이들에게 다가가겠다는 뜻이다. 당장 눈앞에 놓인 실적보다는 일상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효율적인 아웃도어 트렌드를 만들고자 하는 그의 신념이 보였다.

▲ 아이엘인터내셔널 본사 쇼룸 전경

변화는 메인 브랜드인 오르트립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는 “최근 5년간 오르트립의 브랜드 색이 달라지며 전 세계적으로 덩치가 많이 커졌습니다. 무겁지만 튼튼한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이미지에서, 본사 디자인팀이 바뀐 후에는 가볍고 스타일이 있는, 패셔너블한 쪽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예전 모델의 투박하고 질긴 느낌은 사라지고, 진정한 매니아층도 줄긴 했지만 더 많은 자전거인을 껴안으며 매출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 오르트립 외에 튜브스와 슈미트 등 자전거 여행자들에게만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브랜드들도 점차 대중브랜드로 발돋움하고 있습니다”라며 성장 키워드로 다시 한 번 ‘변화’를 꼽았다.

우리나라 자전거 문화에 대한 전망과 기대
유럽과 국내 자전거시장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서는 오랜 시간 동안 고민한 흔적이 엿보였다. 유럽의 경우 우리나라와 달리 자전거가 운동을 위한 탈 것에 그치지 않고 일상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도심에서 이런 분위기는 곧잘 느낄 수 있는데, 예전에는 유럽 시내에 주차장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 없어지는 추세다. 도심 카페에 앉아서 쉬는 문화가 괜찮은 인생인 것 같은, 멋진 스타일로 여겨지던 문화가 최근 바뀌고 있다. 올드 타운에서만 볼 수 있었던 보행자 존은 중소도시 시내로까지 그 영향력을 뻗치고 있고, 사람과 자전거만 들어갈 수 있는 그야말로 친환경지역도 늘고 있다.

▲ 공동전시회 오르트립 부스. 방경일 이사와 이광용 대리가 브랜드와 제품에 대해 설명 중이다.

“인구 50만 명의 독일 하노버를 예로 들면, 큰 도로에서 도시 구석구석까지, 교외로 가는 길 또한 자전거도로가 기가 막히게 조성되어 있습니다. 유럽은 이런 도시들이 즐비합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투어 시민들이 좋아하는 자전거 문화를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같이 소풍하는 식의 문화가 만들어졌고, 이런 식의 정책들은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방경일 이사가 직접 보고 느낀 유럽의 자전거 문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조짐은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자전거에 패니어 등을 장착하고 국토종주에 도전하거나, 전국의 자전거길을 여행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으로의 여행 또한 마찬가지. 자전거로 한 달 정도 외국여행을 하면 우선 경비 면에서 저렴하고, 다른 여행에서는 느낄 수 없는 자전거여행만의 굉장히 독특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유럽의 경우 따뜻한 여름에는 어마어마한 자전거여행자들이 각 캠핑장과 여행지들을 가득 채운다.

“최근에는 전기자전거가 출시되며 자전거 문화가 더 많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럽에서는 전기자전거가 이미 자전거도로를 달릴 수 있고, 미국도 캘리포니아에서 최근 법안이 통과되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전기자전거 등 큰 이슈가 있어 이런 큰 흐름을 따라갈 것으로 보이고, 성장 또한 기대됩니다.” 유럽 현지에서 직접 경험한 것들과 그것을 토대로 한 분석 그리고 국내시장을 바라보는 그의 사려에서 많은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졌다. 분명한 것은 우리나라도 조금씩 자전거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과, 그 성장세와 동반해 일상에서 자전거를 즐기는 이들 또한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 오르트립의 가방 라인업은 데이팩에서부터 트레일, 자전거 페니어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자전거, 일상의 행복으로 가는 길

그가 생각하는 ‘즐김’과 ‘행복’에 대한 확고함은 일상의 작은 부분에서 나왔다. 평소 자전거를 얼마나 타냐는 질문에 “자출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한 방경일 이사는 “오래, 긴 거리를 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라이딩을 하며 얼마나 행복한지가 더 중요합니다. 버스나 자가용으로 출근하는 것보다 자전거로 출근하는 것이 친환경적이고, 저비용에 여러 장점이 있겠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말입니다. 행복지수가 높아집니다. 행복한 아침의 시작이라고 할까요”라고 전했다.

이어 “GDP는 행복의 잣대가 아닙니다. 룩셈부르크, 네덜란드, 독일 등 유럽 국가들을 보면 보통 어렸을 때 부모님과 혹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학창시절을 거쳐 직장생활을 하는 인생 사이클에서 어떤 것을 바라보고, 어떤 것을 느끼며, 그것으로 어떻게 인생을 바라보고 추구하는지, 인생의 스토리 자체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 부모님 세대들은 이렇지 않았습니다. 정말 가난하게 먹고 돈은 다 통장에 있는 겁니다. 그러다가 남들한테 ‘나 이렇게 돈 벌었어.’ 보여주려고 집 사고, 자가용 사고, 가전제품도 사고했던, 거의 그냥 보여주는 식이었습니다. 집에서는 초라하게 먹고 겉으로 보이기 위한, 사실은 내실이 없고 껍데기 밖에 없는, 주관적인 해석일 수 있지만 그래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지금 젊은 세대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보여주기 위함보다는 질적인 것을 원하고, 행복을 추구합니다. 이런 바뀐, 새로운 세대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사회 전체 시스템이, 좁게 보면 아웃도어 문화와 근거리 교통문화 시스템 등이 바뀌어야 합니다. 문화에서 나아가 정치인들 또한 이런 쪽에 초점을 맞춰야하는 시기”라고 말을 맺었다.

몇몇 표현에서 그의 투가 강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보여주기 보다는 질적인 행복을 찾자’라는 확실한 하나의 메시지가 머릿속에서 꽤 오랜 시간 울렸다. 방경일 이사와의 대화를 통해 일이 일이 아닌, 삶을 즐길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는 생각을 다시 한 번 가졌다. 자전거 캠핑을 연재 중인 기자와 동료기자들은 유쾌한 대화 시간이 끝나자 페달질 욕구에 몸이 근질근질 거렸다. ‘한강으로 가자!’

▲ 최고의 내구성을 자랑하는 방수 가방. 극한 수준의 방수능력은 고주파 용접방식을 통해 얻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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