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존재
미워할 수 없는 악역의 존재
  • 이지혜 기자
  • 승인 2015.11.3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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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다크나이트, 어벤져스, 반지의 제왕

영화 속 악역은 주인공과의 팽팽한 대립으로 관객에게 긴장감을 준다. 대부분의 영화가 권선징악으로 끝나며 희망을 주지만, 영화가 흥미로운 이유는 사실 악역이 있기 때문이다. 선(善)을 행하는 주인공보다 더 마음이 가는, 역대급 악역이 존재하는 할리우드 영화를 모아봤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메가폰을 잡으며 시작된 배트맨 시리즈. 그중에서도 2008년 개봉된 <다크나이트>는 배트맨 시리즈의 새로운 획을 그으며 단숨에 조커를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악역에 올려놓는다.

파괴 자체를 순수하게 즐기며 그 어떤 연민도 거부한다는 의지, 선악의 구별조차 없는 광기의 살인마. 조커는 혼돈이 인간 본연의 본성이라 생각하고, 살인 자체를 죄가 아닌 인간의 본성으로 받아들이며 행하는 존재다. 최고의 연기와 탄탄한 시나리오, 무엇보다 ‘납득’이 되도록 조커를 풀어놓은 감독의 능력이 놀랍다. 그리고 조커가 최고의 악역인 가장 큰 이유는 배우 히스레저가 이 놀라운 캐릭터를 남기고 영원히 세상을 떠났다는 영화 같은 스토리 때문이다.

영화 속 악역 중 이토록 여심을 흔들어 놓은 악역이 또 있을까? <어벤져스>시리즈가 처음 개봉했던 2012년, 영화를 보고 나오는 여성 관객들은 저마다 ‘로키’를 연발했다. 첫째 아들만을 끔찍이 사랑한 아버지 탓에 삐뚤어진 둘째 동생. 인간계 ‘미운 일곱 살’ 꼬마들에게나 해당될법한 이 흔해빠진 공식이 신계에서도 통한다는 것을 알게 해 준 캐릭터가 바로 로키다. 형에 대한 원망과 인간에 대한 저주로 지구를 파괴하기 위해 신계에서 내려온 로키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관객들에게 짠한 연민과 귀여운 찌질함으로 매력을 어필한다. 영화 마지막까지도 지구 파괴의 희망(?)을 놓지 못하다 결국, 헐크에게 맞아 나뒹굴어 지는 로키는 어벤져스에 없어서는 안 될 악역이다.

<반지의 제왕>의 골룸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캐릭터다. 많은 판타지 ‘덕후’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가장 비중 높은 캐릭터 중 하나이자 악역인 골룸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존재다. 오랜 시간 탐욕에 눈이 멀었지만, 반지를 갖기 전 행복했던 자신의 모습에 괴로워하는 골룸. 골룸은 주인공들이 정의와 맞서 싸우며 숭고한 정신을 이어갈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해 괴롭히고 훼방을 놓는다. <반지의 제왕>시리즈가 진행되는 약 15년 간 골룸은 수많은 뒷이야기와 캐릭터의 재생산을 낳을 만큼 큰 사랑을 받았다. 영화 속 골룸을 미워할 수 없던 이유는 사실, 골룸을 통해 우리 내면에 있는 탐욕을 해소해주는 카타르시스를 느낀 것은 아닐까?

강한 개성의 악역은 정의를 행하는 주인공보다 복합적인 요소를 가지고 관객에게 어필한다. 때문에 관객에게 가장 강하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이 바로 악역을 잘 소화하는 것이다. 영화 속 박진감 넘치는 전개를 위해 꼭 필요한, 미워할 수만은 없는 악역. 할리우드 영화 속 또 다른 매력이다.

사진제공 워너브라더스코리아,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영화, 시네마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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