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은 백패킹 입문, 세 사람의 세 가지 이유
뒤늦은 백패킹 입문, 세 사람의 세 가지 이유
  • 류정민 기자
  • 승인 2015.11.23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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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하이에나스_지선집, 이상주, 김재립

“하이에나는 절대로 혼자 사냥하지 않아요. 집단 사냥을 하고 항상 같이 다니죠. 다른 동물들도 몰려 있는 하이에나는 건들지 않아요. 멋있는 사자나 호랑이 보다 생활력 강한 하이에나가 우리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선택 했어요”

피엘라벤 폭스트레킹에서 유독 눈에 띄었던 세 명의 백패커. 이상주, 김재립, 지선집 씨로 이루어진 팀 하이에나스를 만났다. 그들은 만나보니 더 특별했다. 하이에나에 복수형 어미 's'를 붙여 만든 팀 하이에나스는 고등학교 동창, 64년생 용띠 세 명이 모여 만들게 됐다. “하이에나라는 동물이 비호감으로 보일 수도 있는데, 우리 학창시절 모습 같아 친근해요. 하이에나는 절대로 혼자 사냥하지 않아요. 집단 사냥을 하고 항상 같이 다니죠. 다른 동물들도 몰려 있는 하이에나는 건들지 않아요. 멋있는 사자나 호랑이 보다 생활력 강한 하이에나가 우리에게 더 어울릴 것 같아 선택 했어요”

백패킹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묻자 팀의 대장 격이라는 상주 씨가 기다렸다는 듯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저는 군 제대하고 산에 가본 적이 없어요. 친구들도 각자 취미가 따로 있었는데 재립이가 직장암으로 첫 수술을 하게 됐지요. 체력 회복을 위해서 가볍게 운동을 해야 된다 길래 둘이서 주말마다 우면산이나 청계산 같은 작은 산들을 천천히 다니기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북한산, 도봉산 같은 큰 산들을 다니기 시작했지요. 지금도 투병 중인데 많이 좋아졌어요. 이건 친구에게도 얘기한 적 없는데, 사실 친구가 언제 죽을지 모르잖아요. 성인이 되고 십몇 년 같이 어울리지 못한 시간이 아까워서 지금부터라도 추억을 다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등산을 시작했어요. 음악 좋아하고 꼼짝거리는 거 싫어하는 선집이를 협박하고 회유해서 셋이서 처음으로 월악산을 갔어요.”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선집 씨가 나선다. “저는 활동적인 것보단 앉아서 하는 걸 좋아해요. 산에 같이 다니자고 했는데 난 죽어도 싫다. 왜 올라가니, 어차피 다시 내려올걸. 계속 그런 생각을 갖고 살았는데, 상주가 스카프부터 등산화, 스틱까지 풀세트로 챙겨 주면서 이거 줄 테니까 같이 산에 가자고 하는데 와. 그걸 받는 순간 안 갈 수가 없더라구요. 첫 산행으로 월악산이라니 진짜 힘들었어요. 친구가 이렇게까지 생각해줬는데 죽더라도 한 번 가보자. 2년 전에 이렇게 등산을 시작하게 됐어요. 상주는 사진을 찍기 위해 백패킹을 하지만 저는 친구들과 술 한 잔 하려고 백패킹해요. 밤에 별 보면서 쓸데없는 농담 하면서 깔깔대고 웃고 그러다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다른 사람들에 비하면 산행이 늦었죠. 나이 먹고 시작해서 아직 가보지 못한 산들이 많아요. 우선 좋은 산, 멋있는 산을 다녀보자라는 생각도 있었고, 사진 찍는 걸 좋아해서 산에 가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어요. 도심 배경이 안 나오는 산에 가고 싶어서 멀리 있는 국립공원들 소백산, 가야산, 속리산 같은 데를 다니기 시작했는데, 사진 찍다보니 욕심이 생기더군요. 일몰, 일출도 찍고 싶어서 대피소에서 1박 하는 산행을 하게 됐는데 그러지 말고 우리 비박을 해보자. 그래서 작년 5월 처음 백패킹을 시작했어요. 이번에 다녀온 폭스트레킹이 14번째 백패킹이에요. 섬에도 가고 산에도 가고 백패킹하면서 3대 성지인 굴업도, 선자령, 간월재 세 군데는 한 번씩 갔다 왔어요. 여기저기 검색하고 셋이 일정 맞춰서 가급적이면 매주 가려고 노력해요.”

백패킹을 하며 가장 좋았던 곳을 묻자 이구동성으로 ‘굴업도’라 답한다. “굴업도는 일단 경치가 끝내주는 데 깨끗하기까지 해요. 우리나라에서 잘 볼 수 없는 절벽과 바다를 보며 넓은 곳에서 자유롭게 캠핑할 수 있어요. 백패킹으로 유명한 곳에 가면 벌레들도 많고 악취 나는 곳도 많은데 굴업도는 들어가자마자 주민들에게 만 원을 내고 쓰레기봉투를 받아요. 주민들과 백패커들이 함께 관리해 나가는 거죠. 성지라고 부르는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백패킹에 대한 서로의 의견도 실컷 나눴다. “피엘라벤 클래식이 열리는 쿵스라덴은 스웨덴의 국립공원인데, 전 세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인데도 불구하고 보존이 잘 되어 있다고 해요. 걷다가 보이는 호수나 강에서 바로 물을 떠서 먹어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도 쿵스라덴처럼 외국에서 찾아올 정도의 코스가 만들어져야 돼요.” “쾌적한 환경에서 백패킹을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백패킹은 자연 속에 들어가서 자연과 함께 잘 수 있다는 게 제일 큰 매력이거든요.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면 국민 건강에도 좋을 텐데 말이에요. 펜션, 민박, 호텔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죠.”

두 친구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 있던 재립 씨도 한 마디 거든다. “아니 다녀온 듯 흔적을 남기지 맙시다.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이 있지만 의식 있는 백패커들은 철수할 때 다 깨끗이 치워놓고 가요. 우리가 자연 속으로 얻으러 가는 게 가장 크니까요, 당연히 저는 건강 개선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어떤 백패킹을 하고 싶냐 묻자 가급적이면 안 가본 데를 가고 싶다고. “폭스트레킹 가서 배워온 게 많아요. 짐을 좀 줄여야겠다. 날이 갈수록 짐이 늘어나더라구요. 트레킹 코스를 길게 짜고 짐은 가볍게 챙겨 다니면서 2016 피엘라벤 클래식 준비를 하려구요. 원래 가방에 매달고 다니던 종, 칼, 열쇠고리, 도끼 이런 것도 1kg은 족히 나올 것 같아 다 뗐어요.”

언젠가 히말라야 트레킹에 꼭 가고 싶다고 외치는 팀 하이에나스가 무사히 쿵스라덴 길을 완주하길. 더불어 세 분의 우정과 건강도 백패킹으로 하여금 오래오래 지속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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