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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에서 발생한 골절사고, 네티즌 뿔났다‘다리 다친 게 아니면 걸어 내려가라’는 답변 들어…관리소와 피해자의 의견 달라
  • 이두용 차장
  • 승인 2015.11.20 10:14
  • 호수 126
  • 댓글 0

등산과 캠핑 동호인들이 모이는 대형 온라인 카페에 지난주 올라온 게시물이 회원들의 분노를 사며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 한라산에서 발생한 골절사고가 온라인 카페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게시물을 작성한 ID 모태캠퍼는 “지난 11월 6일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처음으로 한라산에 올랐는데 하산 중 어머니가 실족사고를 당했으며 그 사고로 손목(요골머리)이 골절되는 상처를 입었다”고 했다. 문제는 사고 직후 여자친구인 문씨가 한라산 진달래대피소에 사고를 알리고 모노레일로 하산해 줄 것을 부탁했으나 당시 대피소 담당자가 “모노레일은 운행 불가하니 다리가 부러진 게 아니면 걸어 내려가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문씨는 진달래대피소의 미흡한 대응에 별다른 도리 없이 부상당한 어머니를 부축해 3시간가량을 걸어 내려와야 했고, 이 과정에서 세 차례 더 넘어지면서 부상 정도가 더 심해져 큰 수술이 불가피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 피해자 문씨 어머니의 병원 진단서.
이 게시물은 순식간에 수천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125개의 댓글이 달리면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회원들은 “탐방객의 안전사고에 대한 응급조치는 의무가 아닌가?”, “모노레일 운행이 불가하면 119라도 불러줬어야 하는 상황이었다”, “앞으로 한라산에서 다칠 때는 꼭 다리가 부러져야겠다”라는 등의 의견을 쏟아냈다. 대다수의 회원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입을 모으며 “민원을 통해서 정당한 절차를 밟으라”고 당부했다.

한 회원의 제보로 사고소식을 접한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카페에 해당 게시물을 올린 피해자 문씨의 남자친구 장정표씨와 사고 당시 한라산 진달래대피소에서 사고를 접수했던 근무자 김동현씨와 통화했다.

장씨는 “여자친구와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성판악 코스를 통해 한라산에 올랐다가 하산 중 어머니가 쓰러진 나무에 걸려 넘어져 골절 사고를 당했다”며 “여자친구가 어머니를 진정시키고 인근 진달래대피소에 알렸으나 담당자가 사고 확인도 하지 않고 형식적인 답변만 했다”고 당시 상황을 얘기했다.

“어머니가 넘어지면서 팔이 부러졌는데 뼈가 심하게 꺾인 상태여서 팔에 마비증세까지 왔다고 합니다. 그걸 지나가던 등산객이 보고는 ‘한라산에는 모노레일이 있으니 대피소에 가서 전하면 어떤 조치를 취해줄 것이다’라고 했다네요. 그 얘기를 듣고 여자친구가 대피소를 찾아 사고 내용을 전하고 모노레일로 하산을 부탁했는데 담당 직원이 ‘다리가 부러져서 걷지 못하는 게 아니면 걸어서 내려가라’고 답했대요. 여자친구가 거듭 부탁을 했지만, 담당자는 ‘모노레일을 타고 내려가도 2시간이 넘게 걸리니 다리가 부러진 게 아니면 걸어서 내려가라’고 했답니다.”

장씨는 “다친 팔에 마비증세가 있다고 했는데도 대피소 측에서는 확인도 하지 않고 약간의 압박붕대와 상처에 붙이는 밴드 두 개를 건네줬다”면서 “여자친구와 어머니는 결국 도움을 포기하고 3시간 넘게 걸어 내려오다가 세 번이나 더 넘어져 부상이 커졌다”고 전했다.

“여자친구가 119에 신고하지 못한 것도 잘못은 있어요. 그런데 그땐 자신도 경황이 없어서 어떻게든 빨리 내려가야겠다고 생각을 했나 봐요. 사고를 듣고도 대피소에서 아무런 조치를 안 해줘서 방법이 없다고 생각하고 포기한 것 같아요.”

   
▲ 한라산 진달래대피소.

사고가 있고 장씨는 한라산국립공원 측에 연락해 산행 중 사고처리에 대한 매뉴얼을 전해 들었다. “관리소 과장과 통화했는데 신고가 접수되면 사고 현장 확인은 물론 응급처치도 해야 한다면서 당시 대피소 담당자가 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요. 마비증세가 있다고 했으면 가서 확인이라도 했어야 하는데 왜 안 했는지 정말 화가 나네요”

장씨는 “엄연한 직무태만”이라면서 “자기들이 못할 거라면 119에라도 알려서 조치해야 하는 거 아니냐, 자신의 부모였어도 그렇게 할 수 있었겠느냐”며 거듭 불만을 토로했다. 장씨는 억울한 심정을 국민신문고에도 알렸으나 ‘교육을 실시해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에 힘쓰겠다’는 식의 형식적인 답변만 받았다고 한다.

하지만 한라산 진달래대피소에서 당시 사고를 접수했던 김씨의 의견에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그는 “최초 사고를 당한 분의 따님이 찾아와 신고한 것은 맞지만 뼈가 부러졌다는 내용은 없었다”면서 “직접 사고지점으로 가서 부상 정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단순하게 넘어져서 팔에 타박상 정도를 입은 거라 판단해 안내한 후 걸어서 내려가는 방법을 권했다”고 했다.

“따님이 찾아와서 하산 중에 어머니가 넘어져서 다쳤다고 하셨어요. 팔을 다쳤는데 힘이 없고 마비가 좀 있는 것 같다고 모노레일로 하산하면 안 되겠느냐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모노레일은 원래 짐을 옮기는 수단으로 만들어진 것이어서 등산객 이용은 불가하거든요. 그리고 모노레일은 운행하는 시간이 있어서 한 번 내려갔다가 올라오려면 편도에만 2시간이 넘게 걸립니다. 다리를 심하게 다치거나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모노레일 운행은 힘들고요. 혹시 이용한다고 해도 사람이 올라타는 시설이 아니다 보니 쪼그린 상태로 추위를 견디며 2시간여를 붙잡고 내려가야 합니다.

그래서 피해자 따님에게 모노레일 운행에 관한 설명을 드리면서 걸으실 수 있다면 걸어서 내려가는 방법이 좋겠다고 권유한 것입니다. 내부적으로 상황에 맞게 대응하는 매뉴얼이 있어 함부로 말씀드릴 수도 없습니다. 그 상황에선 친절하게 말씀드렸다고 생각해요. 다만, 큰 사고가 아니었어도 안일하게 생각하고 직접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 제주 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해 한라산에서 343건의 사고가 발생했고 이중 사망은 4건, 골절은 12건이다.

김씨는 “보통은 다리를 겹질리는 단순 사고에도 직접 가서 소독하거나 스프레이 파스로 처치하고 압박붕대, 밴드 등으로 조치한다”면서 “당시엔 신고자가 심각하게 얘기하지 않아 모노레일 운행에 관한 부분을 설명하고 소독할 수 있는 약과 밴드, 압박붕대 등을 함께 전달했다”고 말했다.

“한라산에 와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등산로 곳곳에 지점번호가 있고 긴급연락처가 쓰여 있어요. 그래서 혹시 위급사항이면 따님이 119에 연락을 하거나 제게 다시 연락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없으시더라고요. 나중에 들어보니 골절 부상을 입고 하산하셨다고 해서 죄송했습니다.”

김씨는 “대피소에 찾아왔던 따님과 직접 통화를 해서 사실 확인을 하고 싶다”면서 “남자친구라는 장씨가 온라인에 당시 사실과 왜곡된 글을 올려 마치 제가 팔에 골절을 입은 걸 알고도 다리 골절이 아니면 걸어서 하산하라고 한 것처럼 비치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산 후 문씨의 어머니는 부산의 한 병원에서 ‘요골머리 골절, 폐쇄성’ 병명으로 ‘관혈적 정복술 및 내고정술’을 받았다. 부상에 관련한 의사 소견서에는 ‘약 6주간의 부목고정과 안정가료, 주기적인 왜래 추시를 요함’이라고 적혀 있다. 여기에 미발현 합병증과 장기적 예후로 추후 재판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사고 이후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측은 장씨를 통해 가입된 보험규정에 따라 100만원 이내의 치료비를 약속했다고 한다. 하지만 피해자 측은 아직 치료 중이고 후유증이 발생할 수도 있어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해당 게시물이 올라와 있는 온라인 카페는 여전히 뜨거운 관심으로 사고처리가 어떻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한편, 지난달 제주소방서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한라산에서 발생한 사고는 총 343건이다. 4명이 목숨을 잃었고, 골절 사고 12건, 탈진 15건, 탈골 2건, 염좌 234건, 조난 2건, 기타 74건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두용 차장  music@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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