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나는 화성을 점령했다. 보고 있나, 닐 암스트롱!?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이 기록을 누가 읽기나 할지 모르겠다. 결국엔 누군가가 발견할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백 년 쯤 후에 말이다.
공식적인 기록을 위해 밝혀두자면…… 나는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다. 다른 대원들은 분명히 내가 6화성일째에 죽은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잘못이 아니다. 아마 조만간 나의 국장(國葬)이 치러질 것이고 위키피디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올 것이다.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사망한 유일한 인간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게 확실하니까. 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을 뿐이다.
▲ 마션THE MARTIAN앤디 위어Andy Weir 지음, 박아람 옮김 (2015. 알에이치코리아) |
그러자 아이린이 대꾸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희망을 버리는 겁니다. 자신이 생존할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더 이상 노력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아직은 괜찮은 것 아닌가요?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중략)…
“사람은 죽음에 직면하면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원합니다. 혼자 죽는 것은 원치 않죠. 그저 죽기 전에 다른 사람과 얘기하기 위해 MAV의 무선통신을 사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어요.
만약 그가 희망을 잃었다면 더 이상은 생존에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통신만을 목표로 삼겠죠. 그 후엔 굶주리느니 좀 더 쉽게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택할 겁니다. 아레스 탐사대에 제공된 의료품 중에는 치사량의 모르핀이 들어 있습니다.”
몇 초 동안 스튜디오에 완벽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캐시는 다시 카메라를 마주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마션> 14~15, 152~153쪽에서 발췌
15세에 미국 국립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NASA가 인정한 ‘천재 작가’ 앤디 위어의 데뷔작이다. 궤도 역학, 화성의 물리적 환경, 우주비행의 역사, 식물학 등 현대 과학의 총망라에서는 <코스모스>를, 미지의 행성 ‘화성’에 홀로 고립된 괴짜 과학자의 생존 여정에서는 <캐스트 어웨이>를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유머러스한 입담은 보너스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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