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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수업|마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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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대진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11.12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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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엄밀히 말해 나는 화성을 점령했다. 보고 있나, 닐 암스트롱!?

아무래도 좆됐다.
그것이 내가 심사숙고 내린 결론이다.
나는 좆됐다.
내 인생 최고의 시간이 될 줄 알았던 한 달이 겨우 엿새 만에 악몽으로 바뀌어버렸다.
이 기록을 누가 읽기나 할지 모르겠다. 결국엔 누군가가 발견할 것이다. 아마 지금으로부터 백 년 쯤 후에 말이다.
공식적인 기록을 위해 밝혀두자면…… 나는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다. 다른 대원들은 분명히 내가 6화성일째에 죽은 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 잘못이 아니다. 아마 조만간 나의 국장(國葬)이 치러질 것이고 위키피디아에서 내 이름을 검색하면 이렇게 나올 것이다. ‘마크 와트니는 화성에서 사망한 유일한 인간이다.’
그리고 십중팔구 그것이 현실이 될 것이다. 나는 이곳에서 죽을게 확실하니까. 다만, 모두가 알고 있는 것처럼 6화성일째에 죽지 않았을 뿐이다.

▲ 마션THE MARTIAN앤디 위어Andy Weir 지음, 박아람 옮김 (2015. 알에이치코리아)
“알겠습니다. 이건 여쭤봐야 할 것 같은데요, 지금 마크 와트니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마크 와트니 같은 사람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대응하죠? 혼자 화성의 미아가 되어, 우리가 도우려고 애쓰고 있다는 것도 모를 텐데요.”
그러자 아이린이 대꾸했다.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가장 큰 걱정은 희망을 버리는 겁니다. 자신이 생존할 가망이 없다는 결론을 내리면 더 이상 노력도 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다면 아직은 괜찮은 것 아닌가요? 지금은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듯 보이는데요.”
…(중략)…
“사람은 죽음에 직면하면 누군가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길 원합니다. 혼자 죽는 것은 원치 않죠. 그저 죽기 전에 다른 사람과 얘기하기 위해 MAV의 무선통신을 사용하려는 것일 수도 있어요.
만약 그가 희망을 잃었다면 더 이상은 생존에 연연하지 않을 겁니다. 그저 통신만을 목표로 삼겠죠. 그 후엔 굶주리느니 좀 더 쉽게 생을 마감하는 방법을 택할 겁니다. 아레스 탐사대에 제공된 의료품 중에는 치사량의 모르핀이 들어 있습니다.”
몇 초 동안 스튜디오에 완벽한 정적이 흘렀다. 이윽고 캐시는 다시 카메라를 마주했다.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마션> 14~15, 152~153쪽에서 발췌

15세에 미국 국립연구소에서 일하기 시작한, NASA가 인정한 ‘천재 작가’ 앤디 위어의 데뷔작이다. 궤도 역학, 화성의 물리적 환경, 우주비행의 역사, 식물학 등 현대 과학의 총망라에서는 <코스모스>를, 미지의 행성 ‘화성’에 홀로 고립된 괴짜 과학자의 생존 여정에서는 <캐스트 어웨이>를 떠올릴 수 있다. 여기에 유머러스한 입담은 보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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