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르 드 막걸리
뚜르 드 막걸리
  • 류정민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10.07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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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 SERA SERA | 우리 술 캠핑_전통주조 예술

우리 술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막걸리를 포함한 전통주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2014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찾아가는 양조장’을 매년 선정해 다양한 술 빚기 체험과 시음을 할 수 있도록 홍보하고 있다. 올해는 총 16개의 양조장이 뽑혔다. 강원도 홍천의 특산물인 단호박으로 술을 만드는 전통주조 ‘예술’도 당연히 꼽혔다. 일산에서 ‘부부0325’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박정윤 셰프와 아트 디렉터 배영민 씨와 함께 술 향기 가득한 캠핑을 다녀왔다. 프랑스나 미국,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면 대부분 관광 코스처럼 와이너리를 방문한다. 우리도 부럽지 않다. 전통주 찾아 떠나는 우리 술 캠핑 어때?

양조장 아닌 양온소 ‘예술’
강원도 홍천 산골짜기에 있는 예술에서는 탁주 ‘만강에 비친 달’과 ‘홍천강 탁주’ 그리고 청주 ‘동몽’ 세 가지의 술을 만든다. 술 빚는 양온소에 도착하자마자 제일 먼저 발효실에 들어갔다. 하! 이 향기로운 냄새. 술 향기가 이렇게 아름다웠던가. 과일향과 꽃향이 섞인 듯한 묘한 향이 발효실을 가득 메운다.

전통주는 술을 빚는 횟수에 따라 단양주, 이양주, 삼양주로 나눌 수 있다. 술 맛도 정성이다. 단양주보다는 이양주, 삼양주가 술을 여러 번에 걸쳐 빚기 때문에 깊은 맛이 나고 부드럽다. 물론 향도 더 좋고 알코올 도수도 높다. 예술에서 나오는 세 가지의 술은 모두 두 번에 걸쳐 빚는 술, 이양주다. 이양주는 밑술과 덧술을 혼화해서 만든다.

우리가 흔히 부르는 ‘양조장’은 일제 강점기 시절, 우리 전통 가양주 문화를 말살하며 제도화 한 것이고 ‘양온서’는 고려시대 술을 빚던 관공서를 뜻한다. 양조장보단 양온소, 술공방, 술방 등으로 부르는 것이 좋겠다. 개인적으론 ‘술방’이 가장 마음에 드는 걸?

▲ 문화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직접 만든 누룩, 일본식 누룩인 입국 대신 전통방식으로 빚는 예술의 누룩.

▲ 드론으로 촬영한 ‘예술’의 모습, 사진 제공 예술.

여유 있게 ‘예술’을 둘러보았다. 술을 만드는 양온소, 실습과 시음이 이루어지는 우리 술 문화체험관, 게스트하우스, 뒤뜰에 있는 연못과 직접 농사짓는 밭과 하우스 그리고 백합나무 숲길까지. 마치 ‘예술’ 제국에 온 듯한 기분.

▲ ‘부부0325’ 셰프님의 음식 솜씨로 술의 맛이 한 층 더 업그레이드 됐다. ‘버크셔 K 항정살 로스구이와 제철나물 무침’, ‘홍천 단호박구이와 옥수수 타르타르 소스’

▲ 얼굴만 마주쳐도 웃음이 넘치는 정회철 대표 내외.


전통주조 예술
‘예술’에는 전통주 역사, 양조 원리 등 전통주에 대한 간단한 강의와 함께 양온소를 견학할 수 있는 프로그램, 당일 코스와 1박 2일 코스의 전통주 빚기 체험, 3박 4일 코스의 전통주 단기 양조 교육, 10회 코스의 전통주 본격 양조 교육 프로그램 등 전통주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다양한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 강원도 오고 가는 길에 들러 마음 편히 술 한 잔 하고 가도 좋다.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물걸리 508-2
문의 033-435-1120
www.ye-sul.co.kr


▲ 변호사를 하다가 술을 빚게 된 정회철 대표는 좋은 재료와 정성으로 빚는 전통주들이 다양해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맛보다, 우리 술
서서히 해가 지고 달이 떠오를 무렵 ‘만강에 비친 달’부터 맛봤다. ‘만개의 강에 달이 비친다’는 의미를 가진 이 탁주는 단호박에서 나온 노란 빛깔이 마치 하늘에 떠있는 달빛과 같았고 단호박의 단맛이 살짝 느껴져 다른 안주 없이도 꿀떡꿀떡 잘 넘어갔다. 같은 재료로 빚어낸 ‘동몽’은 17도 도수를 가진 청주(약주)답게 묵직한 맛을 갖고 있어 향부터가 남달랐다. ‘만강’의 향은 온데간데없이 입 안에는 동몽의 향만 가득 퍼졌다. 단호박과 찹쌀을 베이스로 만든 두 가지 술 외에 찹쌀과 멥쌀을 섞어 만든 ‘홍천강 탁주’는 드라이한 맛을 가져서 다른 음식들과 함께 곁들여 마시기에 좋았다.

박정윤 셰프가 준비한 요리 두 가지, 버크셔K 항정살 로스구이와 제철나물 무침, 홍천 단호박 구이와 옥수수타르타르 소스는 사실 그냥 먹어도 눈물 나게 맛있는 요리였다. 조금 느끼하진 않을까 걱정했던 옥수수 타르타르 소스는 홍천의 특산물인 단호박을 그냥 구웠을 뿐인데 MSG를 친 것 마냥 맛을 두 배로 이끌어 냈다. 이외에도 하반기에 나올 오미자 술과 56도 증류주까지 맛을 보고 ‘홍천강 탁주’ 100ml와 맥주 한 캔을 섞어 마시며 입가심을 했다. 탁주가 맥주를 사로잡아 호가든 같은 과일향이 나더라. 다들 깜짝 놀라서 챙겨간 맥주를 ‘막맥(막걸리+맥주)’으로 섞어서 다 마셨다는 후문.

▲ ‘취하지 않고는 돌아가지 못한다’ 술로 신하들과 소통했던 ‘정조대왕’처럼 예술의 술로 세상과 소통하고 싶다는 정회철 대표.

▲ 취재팀은 지인 찬스로 예술 안 잔디밭에서 캠핑을 즐겼다. 장비 제공 / 보레아스 기어
▲ ‘예술’에서 나오는 세 가지의 술. 홍천강 탁주, 만강에 비친 달, 동몽

▲ 발효가 잘 돼서 신맛이 조금이라도 강하게 느껴지는 술은 증류주로 탈바꿈한다.

이양주 만들기

오늘은 덧술을 만드는 날. 고두밥을 넓게 펼쳐 식히고 발효실에서 미리 만들어 놓은 밑술을 꺼내온다. 정확한 측정을 위해 조그마한 기계들이 항아리에 하나씩 꽂혀 있고 상세하게 메모가 되어 있다. 찹쌀로 만든 고두밥은 고슬고슬함을 뽐내지만 우리가 흔히 밥으로 먹는 멥쌀의 고슬함과는 조금 다르다. 식은 고두밥에 밑술을 붓고 손으로 잘 풀어준다. 그리곤 택견의 이크 자세로 40분 동안 꾹꾹 다져준다. 잘 섞인 밑술+덧술은 다시 항아리 속으로. 누룩을 위에 뿌리고 2차 발효실로 넣는다. 밑술과 덧술이 합쳐진 항아리는 아까와는 달리 따뜻한 온도에서 발효를 한다.

과정
▲ 1 고두밥을 만들어 식힌다.
▲ 2 고슬고슬 찹쌀로 만든 고두밥
▲ 3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며 관리중인 25~30도 사이의 1차 발효실 모습.

▲ 4 식힌 고두밥과 발효실에서 꺼내온 미리 만들어놓은 단호박 색 밑술.

▲ 5 고두밥에 밑술을 붓고
▲ 6 손으로 잘 풀어준다.

▲ 7 택견의 ‘이크’ 자세로 40분 동안 꾹꾹 누른다.
▲ 8 밑술+덧술은 2차 발효를 위해 항아리에 넣고

▲ 9 그 위에 전통 방식으로 빚은 누룩을 뿌린다.
▲ 10 날짜와 온도, 습도 등을 정확히 기록하고 관리한다.

▲ 11 2차 발효는 60~70도가 되는 발효실에서. 당화효소가 전분을 분해해서 당으로 만드는 온도다.

단양주 만들기

이튿날 아침, 4kg의 찹쌀 반 말을 준비해놓고 기다리던 대표님. “쌀끼리 부딪치면 알아서 씻기니까 슬렁슬렁 손으로 300번 저으세요. 그리고 10번을 헹궈내고 흐르는 물에 씻기도록 기울여 놓으면 됩니다.” 300번이라니, 뜨악~ 했는데 하다 보니 손에 익는다. 처음 씻어보는 쌀도 아닌데 무언가 새롭다. ‘너희들이 술이 된단 말이지?’ 아침에 씻어놓은 쌀은 5시간 정도 충분히 불린다. 쌀을 불리는 동안에도 할 일은 많다. 채주도 하고 항아리 소독도 하고, 전통주에 대한 강의도 듣는다. 먼저 항아리 소독부터. 솔잎을 넣고 끓는 물 위에 항아리를 올려두면 증기로 소독이 되는데, 항아리가 따끈하게 데워지는 순간부터 15분간 물을 끓이면 된다.

불린 찹쌀 4kg으로 만든 고두밥과 누룩 500g 그리고 물 1L를 섞어 혼화 작업을 시작한다. 40분 동안 손바닥으로 꾹꾹 지압하듯이 누르고 병에 나눠 담으면 끝. 이렇게 만들어진 단양주는 40일 동안 천을 씌워 그늘진 곳에 보관하고 체에 걸러 마시면 된다. ‘참 쉽쥬~?’ 치대는 혼화과정이 좀 힘들긴 해도 집에서도 만들어 볼 수 있겠다.

과정
▲ 1 찹쌀 4K을 깨끗하게 씻는 중. 300번 휘젓고 10번 헹구고 흐르는 물에 씻기게 놔둔다.
▲ 2 10분 정도 쪄서 찹쌀 고두밥을 만들고

▲ 3 뭉치지 않도록 넓게 펼쳐 식힌 뒤
▲ 4 누룩 500G, 물 1L를 넣고 40분 동안 압을 이용해 꾹꾹 누르면 완성.

채주 과정
▲ 1 2차 발효까지 된 ‘동몽’의 모습.
▲ 2 천에 넣고 거를 준비 중.

▲ 3 몽글몽글 술 주머니를 두 손으로 굴리면
▲ 4 찌꺼기는 남고 단호박 색의 술만 걸러져 나온다.

▲ 5 스테인레스 통에 넣기 전, 한 번 더 거른 후 숙성시킨다.
▲ 6 채주 작업을 하는 정회철 대표


주변 캠핑장 : 달콤한 캠핑장 SWEET CAMPSITE
예술에서 6.8km 떨어진 달콤한 캠핑장은 백암산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바로 앞에는 1급수를 자랑하는 내촌천이 흐르고 있어 낚시와 물놀이를 즐길 수 있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 어린이 수영장도 설치 돼 있다. 캠핑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가와 아가 엄마를 위한 캠핑카 한 대와 사이트마다 설치되어 있는 타프를 보고 감동했다. 주인장 내외의 섬세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캠핑장이다.

주소 강원도 홍천군 내촌면 비선동길 121-29
문의 033-435-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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