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낭, 미스터리 랜치, 다나 글리슨DANA GLEASON
배낭, 미스터리 랜치, 다나 글리슨DANA GLEASON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7.28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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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랜치 대표 다나 글리슨

시애틀과 보스턴을 잇는 90번 고속도로 306번 출구에서 차로 5분. 크지 않은 1층 건물의 마당 입구에는 미스테리 랜치MYSTERY RANCH라 쓰인 하얀 우체통이 있었다. 우리는 그가 만든 배낭을 지고 옐로우스톤의 깊숙한 트레일을 만끽하고 오는 길이었다. 걷는 내내 묵직한 배낭은 등판에 착 붙어 배낭에 신경 쓰지 않고 걷는 행위와 주변의 자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유럽으로 오토바이 여행을 떠날 예정이던 다나 글리슨DANA GLEASON은 일정을 조정했고 우리는 그와 그가 만든 배낭에 대해 궁금한 것들을 쏟아냈다. 인터뷰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유쾌했다. 인사를 나누고 자리를 잡은 후 바로 질문을 던졌다. 왜 배낭이냐.

미스테리 랜치는 배낭을 만든다. 등에 메는 배낭뿐 아니라 소소한 액세서리도 있지만 그마저도 배낭에 달아 사용하거나 배낭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은 대체로 무겁다. 요즈음의 캠핑 장비들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500D 원단을 주력으로 사용하고 프레임도 6개나 들어간다. 용량이 같은 다른 브랜드의 배낭보다 작게는 500g 크게는 1kg 정도 무겁다. 짐 무게를 줄이려 스테인리스 그릇을 비싼 티타늄 소재로 바꾸는 마당에 배낭만으로 1kg이라니.

짐을 꾸렸을 때 무게보다 중요한 건 체감 무게다. 무게를 가늠하기 위해 손으로 들었을 때와 등에 졌을 때의 차이가 클수록 좋은 배낭이고, 오랜 시간 메고 걸어도 쉬이 피로해지지 않아야 좋은 배낭이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이 그렇다. 눈을 곁으로 돌리지 않고 배낭에만 집중한 결과일까? 다나는 왜 배낭에 ‘집착’할까? 배낭을 사용하면서 늘 가졌던 궁금증이다. 그래서 첫 질문은 공격적이게도 ‘왜 배낭이냐?’가 되었다. 그의 답은 아래와 같았다.

“아웃도어에서 당신을 다치게 하는 건 신발과 배낭이다. 이 둘만 정말 좋으면 다칠 확률은 현저하게 떨어진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건 좋은 배낭을 만드는 일이었다. 나는 좋은 배낭을 만들어 사람들의 고통을 줄이는 것을 나의 사명으로 생각한다.”

어떤 배낭이 좋은 배낭인가?
“편안함comfort과 안정성stability이다. 그러기 위해서 배낭은 충분히 강해야 한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은 편안하고 견고한가? 충분히 강한가?
“그렇다. 우리는 6개의 프레임을 사용한다. 프레임은 무게를 분산시키고 지탱해 안정성을 높이고 충분한 두께의 등판은 편안함을 강화한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은 다른 배낭에 비해 무겁지만 강하다.”

무겁지 않고 강한 배낭을 불가능한가?
“물론 가능하다. 어느 정도 가볍고 어느 정도 강한가가 중요하다. 5~10kg 정도의 무게를 감당하는 배낭이라면 훨씬 가벼워질 수 있다. 그런 배낭은 많다. 20~25kg의 무게를 감당하는 배낭은 달라야 한다. 25kg의 무게를 잊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재미난 얘기 하나 해주겠다.

많은 사람들이 삶에 변화를 주기 위해 애팔래치안 트레일을 걷는다. 3500km다. 겨울이 오기 전에 마치기 위해서는 하루 평균 25km를 걸어야 한다. 한 해 평균 2,000명이 도전하는데 성공하는 사람은 250~300명이다. 실패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첫 50km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한다. 트레일을 걷는 사람들은 배낭에 신경을 쓰면 안 된다. 트레일에만 집중해야 한다. 우린 그런 배낭을 만든다. 아웃도어만 그런가. 군인과 소방관은 어떤가? 군인이 중화기를 메고 목숨을 걸고 전투를 치를 때, 소방관이 극단의 조건에서 불과 싸울 때 배낭에 신경을 써야 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배낭은 패션이나 액세서리가 아니다. 장비다. 우리도 무거운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웃음) 강한 배낭을 좋아할 뿐이다.”

그래도 무거운 건 사실이다. 500D 원단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는가?
“강한 배낭을 위해서다. 그렇다고 1000D 원단을 사용하진 않는다. 500D 원단을 사용한 건 1984년부터인데, 어떤 환경에서도 충분히 강하다는 걸 알았다. 500D 원단과 20~30D 원단을 비교해보자. 무게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다. 강도는 500D가 2배 이상 강하다. 우리도 가벼운 원단을 찾고 연구한다. 하지만 무게보다 중요한 건 강도와 내구성이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은 전면과 헤드에 커다란 11자 주머니가 있다. 처음 보면 크고 길쭉해서 쓸모없이 생겼다. 한 번 써보면 어지간히 실용적이다. 옐로우스톤에서는 2인용 텐트와 플라이를 접어서 주머니 하나를 채우고 폴과 팩, 가벼운 패딩 재킷을 나머지 주머니에 넣었다. 꽉 채워도 배낭이 뚱뚱해지지 않는다. 헤드도 마찬가지. 둘로 나눠 수납 공간을 늘렸다. 주머니가 두 개면 중간 부분이 접힌다. 배낭 본체와 헤드 사이에 넣은 텐트나 매트리스를 훨씬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다. 이는 다나의 경험에서 나온 아이디어다. 오토바이 여행을 할 때 배낭과 헤드 사이에 넣었던 침낭이 빠져 배낭에 다리만 넣고 개 떨듯 떨면서 비박하면서 ‘그럼 배낭을 어떻게 만들어야 장비가 안 빠질까?’를 고민했단 얘기다.

사용하면서 다른 배낭들과의 차이점을 많이 느낀다. 만든 사람의 입장에서, 미스테리 랜치 배낭과 다른 배낭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우리 배낭은 쉽다. 좋은 배낭은 많다. 하지만 사용하기 어렵다면 아주 좋은 배낭은 아니다. 많은 여행자들은 좋은 장비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한다. 디자이너가 의도한 대로 사용하는 사람은 전체 사용자의 1/10도 안 된다. 사용자의 잘못일까? 나는 디자이너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여행을 하기 위해 배낭을 사용하지 배낭을 사용하기 위해 여행을 하진 않는다. 디자이너들은 여행자들이 어렵지 않게 배낭의 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에게 요크 시스템은 좀 어려운 것 같다.
“몇 번 해보면 어렵지 않다. (웃음) 강한 배낭을 위해 무게를 감내하는 것처럼, 편안함과 안정성을 위해 요크 시스템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프레임의 사이즈만으로는 최적의 피팅을 제공할 수 없다. 우리는 사람의 몸 사이즈는 모두 다르지만 모양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에 착안했다. 좋은 배낭을 위해 포기할 수 없는 지점이 몇 있다.”

좋다. 배낭을 통해 만든 사람들이 쓰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밖으로 나가 하고 싶은 걸 즐기라는 거다. 우리가 배낭을 만드는 건 당신이 아웃도어를 즐기게 하기 위해서다.”

2012년부터 필리핀에서도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을 만든다. 배낭 헤드에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이라고 된 건 필리핀 생산 분이다. 미국에는 시애틀, 로스앤젤레스, 루이빌, 피닉스에 생산 공장이 있다. 물론 보즈만 본사에서도 미스테리 랜치의 모든 배낭을 다 만든다. 그럼에도 필리핀에 생산기지를 둔 건 해외 군대에 납품할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서였다. 가격을 보다 합리적으로 책정할 수 있기 때문에. 제품의 질은 엄격하게 관리한다. 수퍼바이저를 통해 모든 것을 관리한다. 메이드 인 유에스에이는 좋고 메이드 인 필리핀은 질이 낮다는 건 편견이라고 했다. 가끔 미국보다 더 잘 만들 때도 있다면서 크게 웃어제꼈다.

미스테리 랜치 필리핀 공장에서는 토요타와 포드의 자동차 액세서리도 일부 만들긴 하지만 배낭은 미스테리 랜치의 것만 만든다. 배낭이 아닌 다른 장비에 미스테리 랜치 자수가 놓인 걸 볼 수 있을까? 다나는 옷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동시에 미스테리 랜치 배낭 같은 옷을 만들기는 아주아주 어렵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고도 말했다. 그래서 아크테릭스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들의 창의적인 작업을 존경하고, 자신들은 배낭에서 그 일을 하고 있다면서 미스테리 랜치의 스태프들을 가리켰다. “우리는 방향을 공유하고 그들은 나를 놀래킨다.”

그 방향이라는 게 뭔가?
“우리는 장난감toy를 만드는 게 아니다. 우리는 장비를 만든다. 우리가 만드는 건 이를 쓰는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새로운 배낭을 기대해도 될까?
“당연하다. 우리는 사람들이 장비를 가지고 다니는 방식을 변화시킬 것이다. 즐기는 것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해줄 수 없어 미안하다.”

긴 인터뷰의 내용을 단 두 개의 단어로 줄인다면 ‘Have Fun' 정도일 것이다. 미스테리 랜치의 배낭에 다나 글리슨이 적어 넣은 그 인사 말이다. 우리말로 하자면 ‘(너넨) 그냥 즐겨’ 정도일까? 어쨌거나 사용자의 몫은 즐기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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