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보리밭 축제와 고창
청보리밭 축제와 고창
  • 글 이철규 | 사진 엄재백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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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캠핑카>와 함께하는 모터 카라반 축제 여행

▲ 매년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청보리밭 축제가 열리는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에 모터 카라반을 세웠다

▲ 모토 카라반을 이용한 캠핑은 계절의 영향을 받지 않아서 좋다
이번 호부터 본지는 <애니캠핑카>의 협조를 얻어 매달 전국의 유명 축제와 지역의 볼거리를 소개하는 ‘모터 카라반 축제 여행’이란 기사를 연재합니다. 이에 그 첫 번째로 고창군 공음에서 열리는 청보리밭 축제를 소개합니다. 2004년 처음 시작된 청보리밭 축제는 30만평에 달하는 청보리밭의 장관을 널리 알리고 지역 문화를 소개하기 위해 시작됐으며 매년 5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고 있다.

지난밤과 달리 청보리밭으로 가는 날은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고창을 지나 공음면으로 가는 2차선 도로는 아직 축제가 시작되기 전이라 한적하다. ‘공음’이란 ‘와공면’과 ‘동음치면’이 합쳐지면서 ‘공’자와 ‘음’자를 합쳐 만든 지명이다. 사실 공음면은 무장현에 속해 있던 마을로 동학혁명의 발상지로 꼽히는 곳이다.




▲ 이제 막 모습을 드러낸 보리에 봄을 알리는 촉촉한 비가 내렸다

▲ 모터 카라반의 장점은 내부에 설치된 텔레비전을 통해 위성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공음면의 청보리밭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후반 사진작가들이 학원농장의 청보리밭을 책이나 잡지에 소개하면서부터다. 이에 2003년 전라북도가 이 지역을 청정 테마파크로 지정해 1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정비작업을 마친 끝에 2004년부터 축제를 열게 되었다. 공음면에서 학원농장은 그리 멀지 않다. 지난겨울 심어 놓은 보리가 이제 막 피기 시작해 30만평에 달하는 땅을 서서히 쪽빛 녹음으로 물들이기 시작했다.

농장 전체를 조망하기 위해 모터 카라반을 학원농장 중앙에 자리한 오두막으로 몰았다. 보리가 주는 푸릇푸릇한 신선함과 비가 주는 상쾌함이 농원의 푸른 봄을 열고 있었다. 작은 연못 옆에 오두막을 세워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했으며 보리밭 사이로 걷기 좋은 길도 만들어 놓았다. 청보리밭 사이에 난 길을 따라 보리밭 중앙으로 나아갔다. 아직 보리가 자라지 않아 감흥은 덜하지만 넓은 밭이 온통 보리로 뒤덮일 생각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 일명 캠핑카로 불리는 모터 카라반은 차 안에 야영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어 숙박지에 대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다.

보리밭에서 나와 모터 카라반을 끌고 인근 무장현으로 나아갔다. 무장현으로 가는 길에 선운산 인근에서 구입한 풍천장어를 구워 늦은 점심 식사를 대신했다. 사실 풍천장어의 ‘풍천’은 어떤 지역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바다와 강이 만나는 곳을 의미하며 고창이 바다와 강이 만나는 지역이란 뜻이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풍천장어의 특징으로 장어만 먹는데도 전혀 질리기 않는다.

▲ 모터 카라반 안에 설치된 가스레인지를 이용해 장어를 구웠다
장어가 타면서 내는 향긋한 냄새가 카라반 안을 가득 채운다. 고가의 음식을 먹은 것이 아님에도 호사는 이미 도를 넘은 것이다. 모터 카라반의 장점은 굳이 따로 숙소를 마련할 필요가 없으며 차가 주차하는 곳이 바로 캠핑지가 된다는 것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물론이고 관광지나 유원지 등 식수와 화장실, 먹을거리만 구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상관없다.

또한 모터 카라반 내부에 가스레인지와 싱크대 등이 갖춰져 굳이 음식을 사서 먹을 필요없이 식재료만 있다면 자체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 먹을거리와 숙소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은 자유롭게 내 마음대로 계획을 세울 수 있으며 원하는 장소로의 이동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무장현은 조선시대 진을 설치하고 병마사를 파견했던 군사요충지다. 아직도 무장현 자리에는 객사는 물론이고 무장읍성 등의 유적이 남아 있다. 카라반을 끌고 796번 지방도를 따라 무장면으로 접어들어 ‘무장현. 무장읍성’이란 이정표를 따라 무장읍성에 닿았다.

면사무소 앞 치안센터에 모터 카라반을 세우고 이슬비를 맞으며 무장객사로 들어섰다. 선조 14년에 만들어진 무장객사는 지방에 파견된 관리의 숙소로 쓰이던 곳이다. 객사 앞 정원에는 오래된 고목이 지난 세월의 녹을 먹고 화려한 수형을 자랑하고 있다. 나무 옆에 세워진 관리들의 선정비와 공로비 등을 둘로 보다 석축을 올라 객사로 올랐다. 석축 돌계단 좌우에 새겨진 호랑이와 구름무늬 등이 눈길을 끈다. 아마도 부정한 것에 대한 퇴치와 영화로움에 대한 흠모가 그대로 나타난 것은 아니었을까

▲ 고창읍성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읍성이다
고창에는 무장읍성을 비롯해 고창읍성 등이 옛 성곽의 흔적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특히 모양성이라고 불리는 고창읍성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자연석 성곽이다. 출입구에서 손님을 반기는 해설사의 안내에 따라 성으로 들어섰다. 고창읍성의 특징은 성문 앞에서부터 시작됐다. 성문 앞에 옹성을 둘러쌓아 적으로부터 성문을 보호할 수 있도록 축성했으며 누각을 지어 적을 감시하고 전투를 지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나지막한 야산을 이용해 바깥쪽만 성을 쌓는 축성기법을 사용했으며 4개의 우물과 2개의 연못, 남북문 등을 조성했다. 이는 평상시에는 성안에 관아만 두고 유사시 군민들이 성안으로 들어와 함께 싸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성벽에 축성연대와 참여했던 고을 이름이 적혀 있어 당시의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다.

고창읍성을 한 바퀴 도는데 2시간 정도가 소요됐다. 관아의 모습도 살피고 읍성에 올라 주변의 풍경을 살피는 재미도 쏠쏠하다. 때문에 매년 가을이면 성 밟기 행사가 열리곤 한다. 차로 돌아와 마지막 여행지로 구시포해수욕장으로 향했다. 빗속이라 노을의 멋스러움을 잡을 수 없겠지만 흐릿한 물안개 속에 흠뻑 빠져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추적추적 비가 창가를 두드린다.

차량협조 애니캠핑카(1566-36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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