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떠나는 ‘첫’ 캠핑
‘연인’과 떠나는 ‘첫’ 캠핑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5.04.10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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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캠핑을 최고의 캠핑으로 만드는 방법

배우에게 신인상이란 생애 딱 한 번만 받을 수 있는 상인 것처럼, 캠퍼에게 첫 캠핑이랑 단 한 번만 허락된 캠핑이다. 선택된 자들만 받을 수 있는 상과 달리 첫 캠핑이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첫 캠핑이 달콤하거나 편안하거나 행복한 건 아니다. 첫 캠핑이 즐거워야 캠핑을 오래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첫 캠핑에는 장비도 장소도 잘 골라야 한다. 첫 캠핑을 계획 중이신 분들이라면 모이시라.

날짜는 좋아야 하고 장소는 편안해야 한다
때와 장소 선택만 좋아도 첫 캠핑이 성공할 확률은 80%가 넘는다. 우선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부분인 날씨. 예보와 달리 돌변하는 경우도 없진 않지만 일단은 예보에 따라 날씨가 좋은 날짜를 고른다. 대신 날이 궂어질 경우에 대비해 이를 위한 최소한의 준비를 하거나 대처 요령을 알아둔다. 예를 들어 텐트는 생활공간이 있는 리빙쉘 텐트로 하거나, 타프를 마련하는 게 좋다. 갑자기 비가 오면 장비를 쉘이나 타프, 텐트 안쪽으로 옮기는 게 우선이다.

맑을지 흐릴지 비가 내릴지 보는 게 다는 아니다. 온도는 어느 정도인지, 바람은 어떤지, 밤에는 기온이 어떤지, 해는 몇 시에 떠서 몇 시 쯤 지는지 등도 함께 알아봐야 한다. 캠핑장은 도심보다는 외곽에 있기 쉬운데, 외곽은 도심보다 더 춥고, 산 속은 더하다. 바람이 불면 더하다. 낮에 도심에서 반팔을 입었더라도 밤의 캠핑장에서는 다운재킷을 입는 경우가 아주 많다. 해가 뜨고 지는 시각은 추억을 위한 거다. 일출이나 일몰이 좋은 캠핑장이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한다. 첫 캠핑은 소중하니까.

다음은 장소. 검색을 통해 여러 사람들에게 안전성과 시설을 인증 받은 캠핑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캠핑장을 평가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다. 캠핑장의 자연환경이 어떤가와 캠핑장의 편의시설이 어떤가다. 자연환경과 편의시설은 일반적으로 서로 반비례하기 때문에 자신의 스타일에 따라 적당한 기준선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첫 캠핑이라면 자연 환경 30~50, 편의시설 70~50 정도로 비중을 두고 장소를 찾는 것이 좋다. 전기와 온수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기본적인 편의시설과 울창한 숲을 감상할 수 있는 자연휴양림과 국민여가캠핑장을 비롯해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캠핑장, 캠핑 마니아들로부터 인정받은 유명 캠핑장 등이 첫 캠핑의 대상지로 적당하다.

날짜와 장소를 정했을 정도라면 꼭 사야할 장비는 이미 갖추었을 확률이 높다. 혹시라도 빠진 것이 있는지 주변 캠퍼들에게 자문을 받아보자. 가스랜턴 심지와 가스 등 소모품은 넉넉하게 챙기는 것이 좋고, 숟가락 젓가락 베개 등 사소한 장비들이 빠지기 쉽다. 혹시 모르니 갈 캠핑장 주변에 캠핑 장비를 살 수 있는 매장이 있는지도 알아두자. 더불어 캠핑장 주변에 가까운 장, 대형마트, 수퍼마켓이 있는지도 확인한다. 마땅한 가게가 없다면 준비를 훨씬 꼼꼼하게 해야 한다. 이 정도 준비했으면 첫 캠핑을 위한 준비는 다 된 듯하다. 준비만 잘 했다면 생애 첫 캠핑이 생애 최고의 캠핑이다.

어디로 갈까_도시 근교 평지의 시설 좋은 캠핑장
어디로 갈까? 봄이지만 아직 산 속은 추울 것이기에 평지에 있는 캠핑장을 물색했다. 서울 근교 가운데 도시에서 벗어난 느낌을 주는 곳을 찾다가 대상 지역을 남양주, 양평, 여주 정도로 좁혔다. 남양주에는 산이 많아 다음 기회로 미루고 양평과 여주 중에서 고민하다 여주로 결정했다. 양평은 이미 여행으로 여러 번 다녀왔기에 새로운 느낌이 덜했고, 여주가 상대적으로 더 남쪽이어서 아무래도 더 따뜻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뭔가를 하기 위해 텐트와 장비들을 두고 멀리로 돌아다니기는 부담스러워서 되도록 볼거리가 많은 캠핑장을 원했다. 이들이 찾은 캠핑장은 식물원 안에 조성된 캠핑장이었다. 산 속에 있지 않아서 골바람에 잠 설칠 일도 적고 전기나 온수와 같은 편의시설은 기본이다. 계절에 따라 다양한 식물들을 볼 수 있고, 도시 생활에 익숙한 이들이 즐길만한 카페도 있어 첫 캠핑지로는 제격이다.

캠핑 입문자들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 장비 구입과 장소 선정이라면 두 번째 산은 차에 장비를 싣는 일이다. 오죽하면 ‘테트리스’라고 부를까. 방법은 있다. 크고 무거운 장비들을 자동차 적재 공간 안쪽에 정리해서 넣는다. 텐트, 타프, 화로대 등이 안쪽을 차지할 것이다. 그 다음은 테이블과 의자, 트윈스토브처럼 부피가 아주 크지는 않은 하드웨어를 넣는다. 액세서리는 되도록 박스나 정리함에 넣어야 분실이나 훼손을 막을 수 있다. 가지고 있는 액세서리의 양에 따라 위자드 카고백 시리즈를 고르면 된다.

테트리스를 할 때 골칫거리가 침낭이다. 부피는 상대적으로 크지만(겨울 침낭이라면 더욱더!) 가볍고 오염이 되면 안 되기 때문이다. 침낭은 액세서리와 함께 적재공간의 빈틈에 넣는 게 좋다. 그래야 훼손도 되지 않고 먼저 쌓아둔 장비들이 흔들리거나 덜거덕거리지 않기 때문이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면 가스랜턴에 불을 밝히고 출출해지면 시원한 맥주나 달콤한 와인으로 분위기를 만끽하면 된다. 밤이 깊어지면 이야기도 깊어지고 사랑도 깊어진다.

이른 아침의 산책, 캠핑의 선물
캠핑이 좋은 건 자연과 사람이 오롯이 함께 하기 때문이다. 도심에도 공원은 있기 마련이고 가끔씩 여행을 통해 자연 속에 들기도 한다. 영화관과 카페 등 사랑하는 사람과 즐길 것도 많다. 하지만 잠깐 머물 뿐 내내 함께 하는 건 캠핑이다.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과 낮과 밤을 고스란히 함께 보내는 느낌은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이른 아침, 여느 아침과는 다른 개운한 기분에 기분 좋게 뒤척이다 잠에서 깨면 텐트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보자. 모닝커피를 위한 물을 올리기 전에 단 10분이라도 아침 산책을 즐겨보자.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도 필요 없다, 고요한 아침의 분위기를 만끽하면서 걷다보면 그 잠깐의 산책이 어젯밤의 모닥불보다 행복할 수도 있다. 맑은 아침 공기를 흠뻑 받아들인 후에 따스한 모닝커피 한 잔 즐기는 건 덤이다. 그녀, 첫 캠핑의 소감을 이렇게 남겼다.

“밤하늘에 보석 같이 박혀있는 별들을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좁은 텐트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밤을 지새웠다. 밖에서 먹고 자는 일은 생각보다 불편하거나 무섭지 않았다. 폭신한 침낭 안에 들어가 꿈틀거리는 그 순간도 그저 행복했다. 밖에서 직접 해먹는 음식은 뭐든 맛있었고 따스한 봄 햇살과 살랑거리는 봄바람이 아침식사를 함께 했다. 캠핑을 다녀온 후, 자연과 한 발자국 더 친해졌고 도시의 일상은 전보다 더욱 소중해졌다. 나는 다음 캠핑을 생각한다.“

이 커플, 모닝커피를 마시면서 하는 얘기가 ‘다음 캠핑 언제 어디로 갈까?’다. 어디 이 커플뿐일까, 제대로 준비해서 첫 캠핑을 떠난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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