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고 넓게 세상을 담아내다…삿포로·오타루
생생하고 넓게 세상을 담아내다…삿포로·오타루
  • 글 사진 이두용 차장
  • 승인 2015.01.27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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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지 X마운트, Touit Distagon T* 12mm F2.8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지 않는 사람이 카메라를 구입했다. 처음엔 집에서 사진을 찍는다. 하지만 곧 피사체가 부족해 밖으로 나간다. 어느새 촬영이 즐거움이 된 그에게 아웃도어는 무한한 가능성이 됐다.

* 신년부터 독일 명품 렌즈 브랜드, 자이스(ZEISS)와 출사를 진행한다. 렌즈 선택이 고민이었다면 자이스 렌즈로 세상을 담고 아웃도어 활동을 기록해보자.

Touit Distagon T* 12mm F2.8 l A모드 l F5.6 l 1/100 l ISO 800 l AWB
일본 홋카이도 오타루에 있는 오르골당에서 촬영한 사진이다. 넓은 실내가 시원하게 모두 담겼다. 사진 끄트머리에 생기는 왜곡도 자연스러운 수준이다. 이미지의 해상력은 주변부와 가장자리가 거의 균일한 것을 볼 수 있다.

겨울이 내려앉은 도시 삿포로
삿포로의 첫인상은 푸르렀다. 하늘이 그랬고, 건물이 그랬고, 얼굴에 표정도 핏기도 없는 거리의 사람들이 그랬다. 걷다가 마주치거나 혹 내 뒤를 스쳐 지난 사람을 합쳐도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아주 잠시 동안 삿포로에 머물렀다.

오도리에 있는 NHK 방송국 옆으로 탑 하나가 서있다. TV타워라고 하는데 조금 작지만 외형은 에펠탑를 닮았다. 삿포로 TV 방송의 개시를 계기로 건설된 조형물인데 전망대로의 역할과 함께 삿포로의 랜드마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단다. 높이는 147m로 324m인 에펠탑엔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추워서였을까. 걸음에 흥이 나지 않고 몸이 움츠러들었다. 그저 어딘가에서 따스한 라멘 한 사발 받아들었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뜨끈한 국물이 그리웠다. 주변 사람에게 묻기를 여러 번, 이 지역의 명물인 라멘 골목으로 향했다. 대로를 벗어난 건물 숲 안쪽으로 진짜 라멘 골목이 있었다. ‘원조 삿포로 명소, 라멘 골목’이라고 쓰인 문구가 단골집에라도 찾아온 듯 반가웠다.

골목 안쪽 좁은 통로를 따라 양쪽으로 라멘집이 줄지어 있었다. 그 중 가장 조용하고 주인장 얼굴이 선해 보이는 집을 골라 안으로 들어갔다. 젊은 주인장은 미소만큼이나 친절했다. 주문하기가 무섭게 라멘 제조에 들어갔다. 곧 이어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맛있는 라멘을 먹을 수 있었다. 짧은 머무름에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이다.

영화 러브레터를 찾아간 오타루
여행은 종종 계획과 달라진다. 아무리 꼼꼼하게 계획을 짠다고 해도 변수란 건 발생한다. 한 번 가본 적 없는 낯선 곳이거나 해외로 떠나는 여행은 더욱 그렇다. 계획과 다른 것 중 가장 많은 것이 시간지체일 것 같다. 분명 정해진 시간대로 움직였는데 하루를 지나다 보면 이미 이동해야 하는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 계획은 점점 산으로 간다.

한국을 떠나오기 전부터 오타루는 기대하고 고대하던 곳이었다. 잔잔한 여운이 일품인 이와이슌지 감독이 사랑한 곳이 바로 이곳이기 때문이었다. 수많은 골수팬을 만들어냈던 영화 ‘러브레터’와 순수한 사랑을 맛깔나게 담아낸 ‘하프웨이’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그 길을 걸어보고 싶었고 그 거리를 사진에 담아보고 싶었다. 분주한 여정의 짧은 1시간이라 할지라도 마음만은 오롯한 하루처럼, 일주일처럼 잔잔히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오타루에 도착한 건 이미 땅거미가 사방을 삼키고 난 시각. 아쉬움은 적당히 내 스스로를 향한 애잔함으로 바뀌었다. 오타루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닌 것 같은 이국적인 풍광에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교차한다. 셔터를 아끼지 않고 눌렀다. 그래봐야 일주일 여행에도 사진은 고작 100여 장을 찍는 모자란 나인데. 두 번은 없는 기회라 생각하고 걸음마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아쉬움이 마음에서 떠나기 전에 꼭 다시 오자’ 이런 생각들이 내게 간절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었다.

Comment About the LENS
답답한 세상을 12mm로 시원하게 담다

사진 좀 찍어봤다는 사람에게 ‘칼자이스’를 얘기하면 일단 고개부터 끄덕인다. 필름카메라에서부터 인정받아온 높은 해상력과 뛰어난 만듦새, 우수한 난반사 억제까지 자이스라는 이름은 자연스레 명품이 되었다.

오늘 소개할 Touit Distagon T* 12mm F2.8렌즈는 지난해 자이스가 내놓은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다. 소니 E 마운트와 후지필름 X 마운트용으로 생산됐다. 12mm는 35mm 환산 18mm 정도의 화각을 가졌다. 미러리스 카메라용 렌즈에선 기존에 없던 광각렌즈로 피사체에 따라 활용도가 높다. 조리개 밝기도 F2.8로 뛰어나다.

이 렌즈는 디스타곤 구조로 만들어졌다. 이 구조는 자이스에서 광각 렌즈에 적용하는 기술로 렌즈의 왜곡을 줄이고 화질을 높이도록 설계한 방식이다. 실제 촬영에서도 수평만 제대로 맞춰서 촬영하면 광각에서 느껴지는 왜곡이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광각렌즈라면 상하좌우에 으레 생기는 배럴 디스토션도 상당히 적었다. 렌즈에 익숙해지면 촬영자의 의도에 맞춰 자연스런 왜곡을 즐기며 촬영할 수 있을 것 같다.

Lens Information

초점 거리 12mm
조리개 F2.8~F22
최단초점거리 0.18m
렌즈구성 8군11매
필터구경 67mm
크기 E 마운트/81mm, X 마운트/86mm
무게 E 마운트 260g, X 마운트 270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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