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한다
겨울은 모든 것을 아름답게 한다
  • 문나래 기자 | 사진 이두용 차장
  • 승인 2015.01.2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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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ter music playlist

olafur Arnalds | For Now I Am Winter (Ft. Arnor Dan)
겨울과 올라퍼 아르날즈의 음악은 공통점이 있다. 스치는 모든 장면을 영화로 만들어 버리는 것. 한 손에 손이 시리도록 우산을 들고 오래오래 눈이 내리는 거리를 걸었다. 어쩐지 세상이 슬로우 모션으로 흘러가는 기분이다. 시규어로스, 뷔욕과 함께 아이슬란드 뮤지션으로 잘 알려진 올라퍼 아르날즈는 영화 사운드 트랙, 발레 작품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몽환적인 음악세계를 펼친다. 포스트록, 네오 클래시컬, 미니멀리즘 등 그를 설명할 때 다양한 수식어가 붙지만 그의 음악세계는 무엇으로도 규정할 수 없다. 묵직하고 정적인 아름다움을 선사하는 올라퍼의 음악을 들으며 겨울 적막을 느껴보자.

Milky Chance | Stolen Dance
‘You've never danced like this before(넌 이렇게 춤 춰본 적이 없지)’ 노래를 듣던 중 이 가사가 귀에 확 꽂힌다. 아주 로우한 음색과 기가 막히게 신나는 멜로디에 이런 말을 들으니 기분이 정말 좋아진다. 열심히 몸을 흔들고 싶다. 2인조로 구성된 밀키 챈스는 포크와 일렉트로니카가 합쳐진 ‘포크트로니카’를 시도한 밴드다. 포크의 클래식하고 올드한 분위기에 경쾌한 비트가 조화를 이뤄 거칠면서도 어딘가 모르게 낭만적인 음악을 선사한다. 거짓 하나 보태지 않고 한 주 동안 출퇴근길에 이 곡 한곡만 무한 반복하며 들었다. 분명 뒤에서 봤으면 길을 걸으며 흔들어대는 어깨가 우스꽝스러웠을 텐데.

Peter Broderick | And it's Alright
버스를 탈 때 웬만하면 버스 기사의 오른편, 맨 앞좌석에 앉는다. 갑갑함을 자주 느끼고 자꾸자꾸 차창 밖으로 변하는 장면을 보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그럴 땐 더할 나위 없이 피터 브로더릭의 음악이 좋다. 듣는 것만으로도 구불구불 올라가는 산의 비탈길이 보인다. 통기타 혹은 피아노 한 대만으로, 목소리 하나 만으로 감성적인 여행 사운드 트랙을 만들어주는 그의 음악. 편안하고 따뜻한 겨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피터 브로더릭의 음악을 챙기자. 감성에 젖어 돌아오는 길은 없을지도 모른다. 계속해서 엑셀을 밟게 될 테니까.

Chet Baker Quartet | Imagination
역시 추운 겨울엔 포근한 방에 앉아 달달한 와인 한 잔 기울이며 트럼펫 연주 듣는 게 정석이랄까. 재즈계의 제임스 딘, 쳇 베이커를 빼놓으면 섭하다. 쳇 베이커는 쿨 재즈의 대표적인 트럼펫 연주자다. 우수에 찬 서정적인 연주와 달콤한 목소리로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20세기 베스트 트럼페터. 느긋하고 부드러우면서 쓸쓸함이 묻어나는 트럼펫 연주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다. 연말 회식자리에서 쌓인 피로가 몸이 나른해지며 개운하게 풀린다. 진정한 릴렉스를 원한다면 하루쯤은 모든 일 미루고 쳇 베이커의 연주에 취해보자.

짙은 | December
‘찬란했던 겨울 호수 얼어붙은 기억, 깨진 틈 사이로 흐르는 맑은 하늘과 귓가에 부서지는 눈 쌓이는 소리…….’ 마른 나뭇가지 냄새에 코끝이 찡해지면 비로소 겨울은 제대로 자리를 잡은 듯하다. 포근한 머플러, 두터운 모직 코트, 뜨거운 코코아. 어쩐지 겨울을 떠올리면 외려 따뜻한 기억만이 마음에 남는다. 그리고 짙은의 목소리가 그렇다. 전반적으로 차갑고 건조한 분위기의 기타톤에 서정적인 보컬의 음색이 ‘짙게’ 녹아있다. 듣고 있으면 아일랜드 싱어송라이터 데미안라이스를 떠올릴 만큼 목소리가 가슴을 친다. 한 걸음, 한 걸음 눈길에 발이 시려도 이런 음악과 함께라면 다 괜찮아지는, 겨울은 그런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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