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 최남단에서 즐기는 바다낚시는 어떨까?
국토 최남단에서 즐기는 바다낚시는 어떨까?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4.12.11 1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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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 바람의 섬 마라도

과거에 마라도는 카트에 몸을 싣고 섬 주위를 따라 경관을 감상하다 자장면 한 그릇 먹고 가는 황막한 섬이었다. 그래도 국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 덕분에 제주도 간 사람들이 한 번쯤 발 도장을 찍고 오는 곳이기도 하다. 마라도는 관광하기에는 다소 밋밋할 수 있는 섬이지만 낚시꾼에게 있어서는 환상의 섬이자 미지의 포인트다. 낚시꾼 중에는 늘 마라도만 찾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40cm 이상 긴꼬리벵에돔의 힘찬 몸놀림과 차진 벵에돔 맛까지 볼 수 있기 때문이다.

▲ 이른 아침, 갑작스러운 입질에 낚싯대를 치켜든 아내.

겨울에도 움츠러들지 않는 바다, 마라도

마라도 낚시는 한겨울이 가장 매력 있다. 한파가 불어 닥치면 바닷물고기는 월동을 나기 위해 깊은 바닷속으로 피신하는데 마라도에서만큼은 예외다. 바다에 훈풍이 분다. 마라도는 위도상 국토 최남단에 자리한 탓에 겨울에도 수온이 따듯하다. 수온이 따듯하니 벵에돔을 비롯해 부시리, 참돔, 돌돔 등의 어자원이 끊이질 않는다. 마라도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에서는 겨울 횟감인 방어잡이도 한창이다.

이쯤 되니 마라도 낚시는 던지기만 하면 대어가 낚일 것 같은 환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국토 최남단에서의 낚시라 해도 섣불리 덤비면 첫술에는 배부르기 어렵다. 길게 뻗은 해안절경에 현무암 암석이 즐비한 이곳은 언제나 바람과 파도가 끊이질 않는다. 낚시 환경이 거칠다. 그러니 기상을 예의주시하고 파도 밭 전투 낚시쯤은 각오해야 한다. 쉽지 않지만, 이것이 마라도 낚시의 매력이기도 하다. 바다는 거칠어도 그만큼 보상받을 수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벵에돔 낚시광이 마라도를 찾는 이유가 아닐까.

▲ 필자에게 낚인 일반 벵에돔.

필자 부부도 짐을 꾸려 마라도로 2박 3일간 낚시 여행을 갔다. 마라도는 다른 섬과 달리 배를 타고 포인트에 진입하는 경우가 극히 드물다. 대부분 도보로 접근 가능한 곳이어서 따로 낚싯배를 운영하지는 않는다. 대신 마라도는 낚시 손님을 위한 민박이 몇 군데 성행 중이다. 게스트하우스라 불리면서 낚시 손님을 픽업하거나 포인트를 안내해 주기도 한다.

우리 부부는 서둘러 오후 낚시를 시작했는데 웬일인지 바다가 마라도답지 않았다. 마라도는 바람과 파도가 끊임없이 쳐야 어울리는 섬인데 이날은 달랐다. 바람 한 점 없었고 바다는 너무나 고요해 시작부터 불안했다. 마라도 특성상 파도가 적당히 쳐야만 조과가 좋기 때문이다. 파도가 만들어내는 하얀 물거품은 용존산소량을 높인다. 갯바위에 부딪혀 철썩하고 내는 파도 소리는 먼바다에 있던 벵에돔의 경계심을 누그러트려 갯가로 바짝 다가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마라도에서만큼은 ‘파도가 고기를 몰고 온다’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 마라도에 자생하는 백년초와 해안 절벽.

▲ 마라도에서 바라본 한라산.

둘째 날은 새벽부터 낚싯대를 잡았다. 일찍 나서면 좋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긴꼬리벵에돔을 낚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만들어진다. 벵에돔을 낚고자 한다면 일출 때 두 시간, 일몰 때 두 시간을 놓쳐선 안 된다. 이곳 마라도에 온다면 아침저녁에는 열심히 낚시하고 한낮에는 호젓하게 여행을 즐기는 일정을 권한다.

벵에돔과의 한판 대결
포인트는 특이하게도 여객선이 오가는 ‘자리덕 선착장’을 추천받아 들어갔다. 아직 운항시간이 아니어서 한산했다. 오전 9시가 되면 여객선은 물론 엄청난 인파가 들이닥칠 테니 그 전까지만 낚시를 하기로 했다. 혹자는 감질나서 어디 낚시하겠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이 마라도의 낚시 방식이자 가장 효율 높은 낚시 요령이다. 자리덕 선착장은 시멘트 구조라 낚시 자리가 넓고 편하다. 자리가 넓고 편한 곳 치고 포인트 좋은 곳이 없다지만, 이곳은 예외였다. 원래 이곳은 선착장이기 전에 거친 갯바위였다. 갯바위에는 벵에돔이 놀기 좋아하는 암초가 많이 발달해 있다.

▲ 뜻밖에 어랭이로 첫수를 올렸다.
▲ 34cm급 긴꼬리벵에돔을 낚은 필자의 아내.

필자 부부가 기대를 걸고 찌를 흘린 지 한 시간쯤 지났을까? 아내의 낚싯줄이 쏜살같이 풀려나갔다. 역시 벵에돔이다. 줄이 풀려나가는 속도가 무시무시하다. 이 상태에서 아무 생각 없이 베일을 닫았다가는 낚싯대가 그대로 펴지면서 속절없이 터질 것이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 않았던가. 몇 번의 실수로 뼈아픈 실패를 경험한 아내는 이런 상황에 능수능란했다. 낚싯대를 세우고 나서 베일을 닫으며 대응한 것이다. 순간 ‘턱’하고 걸리는 느낌이 왔고 아내의 팔을 압박하는 힘이 낚싯대를 타고 짓누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삐를 풀면 놓친다. 아내는 고기 힘에 질세라 낚싯대의 텐션을 그대로 유지한 채 녀석의 힘을 빼기 시작했다. 수업의 성과가 보였다. 한동안 몸부림치던 녀석은 죽기 살기로 버텼다. 눈앞에 암초가 보이면 여지없이 파고 들어가는데 이때가 가장 놓치기 쉬운 순간이면서 낚시꾼에게는 희열의 손맛을 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 맛을 보려고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나 싶다.

▲ 적당히 먹을 만큼만 잡아 회를 치기로 했다.

▲ 낚시꾼으로서 가장 기대되는 시간인 일출.

결국, 녀석은 항복했다. 무슨 힘이 그리 센가 싶었는데, 올려보니 고작(?) 34cm 크기의 긴꼬리벵에돔이었다. “무슨 4짜는 되는 줄 알았어.” 느껴지는 힘에 비해 씨알이 작자 아내가 볼멘소리를 한다. 마라도 벵에돔이 다 그렇다고 달랬다. 하물며 5짜가 넘는 대물은 오죽할까? 그 힘이 상상이 되지 않는다.

이날 저녁은 다른 민박 손님이 잡아온 횟감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회 파티가 됐다. 이곳에서는 귀한 개볼락이 잡혀 즉석에서 회를 먹을 수 있었다. 그 식감이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탱글탱글했다. 일반 횟집은 물론, 고급 일식집에서도 갓 잡힌 자연산 개볼락의 맛은 흉내 낼 수 없을 듯하다. 벵에돔은 마른 김과 궁합을 맞췄다. 단촛물로 양념한 밥 위에 벵에돔 회를 얹고 양념간장과 고추냉이를 살짝 올린 것을 마른 김에 싸 먹는 데 육지에서 맛볼 수 없는 각별한 맛이었다.

▲ 김발이 껴서 매우 미끄러웠던 마라도 갯바위.

▲ 이것이 진정한 김초밥, 마른 김에 벵에돔 회를 얹어 먹는 맛이 별미다.

마라도 낚시 팁

마라도는 유난히 세찬 조류 덕에 긴꼬리벵에돔의 힘이 다른 지역보다 세기로 유명하다. 만약, 다른 곳에서 목줄 2호로 상대해 왔다면, 마라도에서는 놓칠 공산이 크다. 그러니 마라도에서 낚시를 즐기겠다면, 목줄 2호는 물론, 3호도 준비하길 권한다.

비단, 대상어의 힘이 강해서만은 아니다. 포인트 주변 수심이 3~5m로 낮은 데다 지형이 굉장히 복잡하다. 들쭉날쭉한 암초가 여기저기 산재한 탓에 고기를 걸고 초반부터 힘으로 제압하지 못한다면, 목줄은 면도날처럼 날카로운 암초 앞에 힘없이 잘려나갈 것이다.

그것이 혼자만의 아픔이라면 모를까? 마라도 갯바위는 여러 사람과 함께 즐기기 좋은 탓에 옆 사람에게 민폐를 끼치면 곤란하다. 만약, 고기를 걸었다가 놓치게 된다면, 추가 입질은 기대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기사회생으로 목숨을 건진 벵에돔은 동료에게 위험을 알리면서 포인트에서 벗어나게 되니 주변 꾼들에게도 큰 실례가 된다.

채비와 장비는 1.5호 530cm 낚싯대와 2500~3000번 릴. 원줄 3호, 목줄 2~3호가 적당하다. 찌는 중량감이 좋은 제로찌, 긴꼬리전용바늘 7호 이상을 준비해 오는 것을 권하며, 낚시 장화는 꼭 챙기자. 참고로 마라도의 벵에돔 시즌은 겨울이다. 11월부터 시작해 이듬해 2월까지의 조황이 일 년 조황을 책임질 정도이니 이때를 놓치지 말자.

▲ 물거품이 일고 있는 마라도 앞바다.

마라도 숙박과 낚시 문의
마라도 게스트하우스 064-791-7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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