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 이야기 다운 ②WARM
처음 산에 입문하던 이십대 후반, 아버지께서는 훌륭한 침낭이라며 빨간 닭털침낭을 오래된 장롱에서 꺼내주셨다. 추우면 추운 대로 무거우면 무거운 대로, 냄새가 좀 나면 냄새 나는 대로 북한산으로 지리산으로 설악산으로 돌아다녔다. 그러다 겨울의 절정에 침낭을 덮고도 오지게 떤 다음에 침낭을 사러 나섰다. 그렇게 다나 침낭을 처음 만났다.
▲ ⓒ아크테릭스 |
다나 산업은 다운을 사용한 침낭과 재킷 등을 1978년부터 만들어왔다. 고양시에 있는 다나산업을 찾았다. 입고만 다니고 덮고만 자던 구스 다운을 만져보기 위해. 20kg들이 쌀 포대 정도 크기의 주머니에 다운이 가득 차 있다. 시베리안 구스 다운. 무게는 겨우 600g. 입구를 열어 손을 넣어 구스 다운을 만져보았다. 눈으로는 두 손 가득한 구스 다운 한 무더기가 보이는데, 손에 전해지는 무게감은 거의 없다. 공기보다 약간 무거운 정도. 주먹을 쥐어도 물 속에서 주먹을 쥐는 것보다 저항감이 없다.
다운의 존재감은 무게나 저항이 아니라 온도였다. 쥐었을 때와 쥐지 않았을 때 손바닥의 온도가 달랐다. 원정용이 아니라면 겨울용 침낭 하나에 들어가는 다운의 양은 보통 1,200~1,400g 정도다. 침낭을 들었을 때의 무게와 침낭에 들어가서 느껴지는 온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었다.
다음이 흔히 말하는 필파워(Fill Power, FP)다. 필파워는 28.349523g(1온스)의 다운이 어느 정도의 부피를 차지하는지를 세제곱 인치(in3)로 나타낸 수치다. 필파워가 850인 제품은 1온스의 다운으로 850in3의 공간을 채울 수 있다는 뜻이다. 850in3면 14리터 정도이니 1.5리터 들이 페트병 10개를 채운다는 뜻이다. 공식적인 필파워 측정은 IDFL(International Down and Feather Testing Laboratory)에서 하는데 일반적으로 필파워가 700 이상이면 좋은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아직까지 다운은 보온력이 가장 좋은 소재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치명적인 단점은 습기에 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브랜드는 지퍼를 채웠을 때 입에 닿는 부분을 프리마로프트와 같은 습기에 강한 인공소재로 채우기도 한다. 다른 해결책도 있다. 다운 자체에 발수가공 처리를 하는 것이다. 프라우덴의 히트다운은 카본을 가공해 다운에 코팅해 필파워를 향상시키고 축열 기능까지 더해졌다.
다음은 보관, 보관은 커다란 보관망에 하는 것이 가장 좋다. 마지막이 냄새다. 다운이 습기를 머금으면 다운 특유의 냄새가 난다. 열의 아홉은 충분히 말리는 것만으로 사라진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가끔 손빨래 하고 완전히 말리라는 얘기다.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고 손품을 팔면 다운 제품은 추운 겨울에 상쾌하고 건조하고 따뜻하게 당신의 몸을 보호할 것이다.
▲ ⓒ몬츄라 |
▲ ⓒ아크테릭스 |
※자문 및 자료 제공
다나산업, 정민 <새 문화사전>(글항아리, 2014), 제로그램, 태평양산업(프라우덴), 파타고니아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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