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 진짜 캠핑
캠핑장에서 | 진짜 캠핑
  • 서승범 차장
  • 승인 2014.11.21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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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의 글

캠핑이면 캠핑이지 세상에 진짜 캠핑이 어디 있고 가짜 캠핑이란 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런데 제목을 굳이 ‘진짜 캠핑’이라고 붙인 이유는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잡지를 만드는 사람들은 다음달에 뭘 소개할까 늘 고민합니다. 창간기념호가 되거나 연말이 되면 이런 고민은 더욱 커지지요. 뭔가 특별한 내용을 소개하거나 새로운 연재를 시작하기 좋을 때이니까요. 이제 11월호가 나오면 우리는 12월호를 고민하며 내년 먹을거리에 대해 머리를 싸매고 뭔가를 짜내야 합니다.

뭐 재미난 거, 뭔가 알찬 거 없을까…… 생각하다가 질문이 꼬리를 물었습니다. 나는 캠핑이 재미있나? 나는 가서 뭐하고 놀더라? 나는 어떤 캠핑을 할 때 가장 행복했지? 나는 캠핑을 할 때 진짜 행복했나? 내 안으로 들어왔던 질문들이 나가면서 나를 떼고 남을 붙입니다. 다른 캠퍼들은 행복한가? 행복한 사람들은 뭘 하기에 행복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캠핑을 하면서도 왜 행복하지 않을까? 나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의 모자람도 없이 아주 행복한 건 아니다’는 답을 내렸고 남에 대한 질문에 답을 내리는 건 나의 몫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돌이켜보면 새로운 장비를 들였을 때 아주 많이 잠깐 들떴고, 캠핑하기에 좋은 새로운 장소를 발견했을 때 꽤 많이 오래 좋았습니다. 좋은 사람과 캠핑을 할 때엔 며칠 내내 즐겁다가 몇 년 후에도 생각이 나면 흐뭇해지곤 했습니다. 좋은 사람과 새 장비를 들여 낯선 곳으로 캠핑을 떠나면 금상첨화겠네요, 어쨌거나. 당시에는 그닥 신나지 않는데 힘들 때 두고두고 생각하게 하는 캠핑은 마음 동할 때 훌쩍 떠나 혼자 머문 캠핑이었습니다.

거제자연휴양림에서는 온 산 속에 저밖에 없었고, 집에서 가까운 함허동천에서는 이틀 내내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낸 시간들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그러다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깊어지면 두고두고 떠올릴 만한 추억을 갖게 됩니다. 지리산 능선에서 만나 이틀 내내 같이 걸었던 아저씨는 사진을 우편으로 보내주며 ‘자연을 사랑하는 젊은이가 되길 바라네’라고 손수 적어주셨고 눈보라 치던 날 개심사 앞을 지나가다 들어간 수퍼마켓에서는 주인집 아저씨가 커피를 타주고 나오는 길에는 장갑과 마스크를 내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내년에는 사람들을 좀 만나볼까 합니다. 아직 정한 건 아닙니다만 행복하게 캠핑하시는 분도 만나고, 평생 캠핑의 ‘캠’자 한 번 못 들어보신 분의 이야기도 듣고, 성수기 주말마다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는 분들께 막걸리도 한 잔 따라드리면서 말씀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제가 듣게 될, 짐작조차 불가능한 어떤 이야기들이 저는 무척이나 궁금하고 기대됩니다. 그것이 어쩌면 진짜 캠핑을 즐기는 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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