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염색 도전하기
캠핑장에서 염색 도전하기
  • 서승범 차장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10.17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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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이야기 면 ③ DIY

캠핑장에서도 쉽게 할 수 있는 염색을 소개할 건데, 그 전에 한 가지 얘기할 게 있다. 아웃도어에서 면이 괄시 받는 이유는 그놈의 흡습성 때문이다. 일상생활에서 나는 땀 정도는 면이 빨아들였다가 조금씩 천천히 말리면 되지만 아웃도어에서는 땀이 장대비처럼 쏟아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옷이 잘 마르지 않고 마르면서 체온을 앗아가 몸의 온도를 떨어뜨린다. 비가 오면 그야말로 최악. 땀 한 방울 흘리지 않고도 쫄딱 젖기 십상이다. 그런데 천연염색 취재를 하다가 정지원 대표가 솔깃한 이야기를 전했다.

“감물 염색을 들이면 야외활동을 하기 좋아요. 땀을 흡수하는 면 성질은 유지하면서 방수 기능이 생기거든요.” 여기서 귀를 의심하고 진짜냐고 물었다. “제 이야기가 아니고요 사실이 그래요. 빗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려요.” 믿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정 대표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감물로 염색한 옷을 갈옷이라 하는데 제주 방언이다. 제주에서 갈옷을 많이 입었단 얘기다. 갈옷은 노동복으로 사용되었다. 시원하고 땀이 나도 몸에 달라붙지 않는 데다 땀에 전 채로 그냥 두어도 썩거나 발효되지 않아 냄새도 거의 없다 한다. 게다가 생활방수까지 되고 재료는 주변에 흔한 감이었으니 노동복으로 최고 아닌가.

이제 캠핑장에서 남는 시간을 이용해 염색을 해보자. 어렵지도 않고 재료도 비싸지 않다. 재료는 흑미. 흑미는 밥을 하기 전에 물에 불려야 한다. 흑미는 조금만 넣어도 밥의 색깔이 진해지는데, 우려낸 물 역시 마찬가지다. 불린 물을 따라내 코펠에 담는다. 염색이 잘 되도록 돕는 매염제로 백반이나 식초를 사용하는데, 둘 중 하나를 미지근한 물에 풀어 흑미 우려낸 물과 섞는다. 여기에 염색하고자 하는 면을 넣고 20분 정도 헹구듯 저어주면 자주색 계열의 색이 나타난다.

히말라야를 배경으로 한 사진에는 티벳 불교 경전의 글을 빼곡하게 새긴 오색 깃발을 쉽게 볼 수 있다. ‘룽다’다. 캠핑을 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 누구와 했는지, 무슨 이야기를 나눴고, 무엇을 보았는지 하얀 손수건에 적어서 캠핑장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나 그 계절 혹은 그 지역에 흔한 재료로 염색을 하면 어떨까? 캠핑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고 1~2년쯤 열심히 다니면 어떤 감성캠핑 용품보다 빼어난 아이템이 되지 않을까?

※자료 및 사진 제공 / 대한방직협회 및 천연염색공방 ‘곱게 빚은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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