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PINIST’S BACKPACK | 노마드자전거학교 교장 박주하
ALPINIST’S BACKPACK | 노마드자전거학교 교장 박주하
  • 임효진 기자 | 사진 이두용 차장
  • 승인 2014.09.12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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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VER TOO LATE

일상에서 탈출해 아름다운 건물과 맛있는 음식,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날 수 있는 여행은 행복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경비와 시간, 나이를 생각하다보면 전 세계 일주는 백일몽에 그친다. 결국엔 마음의 문제다. 자전거 세계여행의 조력자 노마드자전거학교 교장 박주하는 나이가 몇이든 앞일이든 뒷일이든 걱정하지 않고 여행길에 몸을 싣는다. 쉽게 생각하면 되는 거다. 인생, 어려울 거 없다.

①비비색 - 망이 있어 벌레가 들어오는 걸 막아준다. ②날진 트라이탄 물통 - 환경호르몬을 제거한 친환경 물통으로 내구성이 좋다. ③그라운드 시트 - 비박할 때 바닥의 냉기가 올라오는 걸 차단한다. ④타프 - 카페에서 공동구매한 제품. 이번 여행에 텐트없이 타프로 야영을 즐겼다. ⑤써머레스트 에어매트. ⑥침낭 - 침낭은 평생 쓴다는 생각으로 품질이 좋은 걸 선택하자. ⑦GIRO 헬멧. ⑧자전거 정비도구 - 자전거 여행하는 데 있어 정비도구는 필수다. 간단한 자전거 정비 방법을 익혀두면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⑨고프로 - 전천후 상황에서 능력을 발휘하는 액션캠. ⑩GPS - 낯선 곳에서 길잡이 역할을 해준다. ⑪코베아 티타늄 스토브 - 가벼운 식사나 커피를 마실 때 유용. ⑫노트북 - 틈틈이 여행 기록도 하고 블로그에 글과 사진을 올려 사람들과 여행 중에도 소통하는 도구. ⑬소스 물백 - 식수를 보관하면 여행 중 물을 마실 수 있다. ⑭스탠리 어드벤처 캠프쿡앤컵 700ml - 큰 코펠은 필요 없다. 이 작은 거 하나면 충분하다. ⑮멀티툴 - 자전거 정비뿐만 아니라 여러 상황에서 유용하게 쓰이니 준비하는 게 좋다. ⑯낙하산 줄 ⑰GIYO 공기펌프 ⑱손전등 ⑲헤드 렌턴 ⑳소니 NEX-5 - 여행의 발자취를 남길 수 있는 카메라. ㉑도이터 배낭 - 9년 전 유라시아 대륙 횡단 때부터 멨던 배낭. 오래돼서 낡았지만 에어컴포트 시스템이 있어 덥지 않고 편안하다.

61, 80, 3000.
꿈 배달부, 자전거 타고 3000km 동유럽 일주

그는 올해로 61세 환갑을 맞아 80일간 유럽 발칸반도 3000km 자전거 여행을 다녀왔다. 몬테네그로, 알바니아, 마케도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몰도바와 같이 대부분 이름도 낯선 동유럽 국가가 그가 선택한 여행지였다.

“치안을 걱정했는데 우려한 것보다 안전했습니다. 카메라와 여권을 놓고 나왔는데 직원이 뛰어나와서 전해주더군요. 이번 여행을 통해서 다시 한 번 느끼지만 도시나 나라가 발전할수록 범죄율이 높고 반대로 아직 개발이 덜 된 곳이 치안이 좋고 인심도 넉넉합니다.”

한국보다 물가가 절반 이상 싸서 경제적으로 부담이 적었다. 숙소는 한국 돈으로 2만원 미만인 곳에 머물렀고, 커피는 2000원도 안되지만 맛도 좋고 카페에 와이파이도 되니 쉬어가기에 더 없이 좋았다. 가는 곳마다 좋은 사람을 만나 저절로 힐링이 되는 여행이었다고.

“알바니아는 가장 가난한 나라였지만 인정은 가장 많았습니다. 지나가면 주민이 불러 세웁니다. 어디서 왔느냐, 왜 왔느냐 물어보고 커피도 사주고, 맥주, 고기, 과일까지 내옵니다. 조그만 우리 마을에 들러줘서 고맙다는 말에 감동이 밀려왔어요.”

낯선 곳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은 자유를 주고 신선한 감각을 일깨워주지만 언제나 위험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풍경은 크로아티아 아드리아 해변이 가장 아름다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위험한 구간이기도 했습니다. 갓길도 제대로 나있지 않은데다 낮은 가드레일이 있는 해안도로였는데 큰 관광차가 쌩하고 옆을 지나가면 옆으로 굴러 떨어질 수도 있어 간담이 서늘했습니다. 초보자는 다른 방법으로 아드리아 해를 구경하는 게 좋겠습니다.”

그는 여행지에서 틈만 나면 부지런히 사진과 글을 카페에 올렸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따뜻한 시각과 이국적인 풍경이 조화를 이루는 포스팅을 보고 있자면 마음은 이미 자전거를 타고 발칸반도를 달리고 있었다.

▲ 마음씨 좋은 앤티크 카페 주인 덕에 카페 정원에서 야영을 즐겼다.

“저는 이번 여행에서 70대 노부부 두 쌍과 노인 여럿을 만났어요. 젊은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요. 누구나 자전거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를 잘 타지 못해도 괜찮아요. 타다보면 늘거든요. 무리하지 말고 처음에는 20km, 그 다음 날은 30km, 늘려 가면 됩니다.”

그래도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안전이다. 자전거는 대부분 자동차와 함께 도로를 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 또한 시시각각 바뀔 수 있는 기상 상황도 무시할 수 없다. “자전거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그 전에 비 오는 날에도 타보고 차가 많은 곳에서도 타보고, 사람이 많은 복잡한 곳에서도 타보길 권합니다. 비 오는 날은 사실 자동차 운전자의 시계가 짧고 브레이크 제동거리도 짧아서 많이 위험합니다. 안타는 게 좋지만 여행하다보면 불가피하게 타야하는 상황이 발생하죠. 그럴 때를 대비해서 미리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는 게 중요해요.”

▲ 몬테네그로의 코토르와 티바트 사이의 해변길. 자동차 트래픽도 거의 없어 자전거 라이딩의 천국으로 느껴진다.

축적된 자전거 여행에 대한 경험이 그에게 자신 있게 낯선 곳으로 떠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여기에 날개를 달아주는 건 언어 능력. 그는 영어와 불어에 능통하고 독어, 이태리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어도 구사한다. “새로운 언어를 익히는 걸 좋아합니다. 그 나라 언어를 모르더라도 여행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주민과 소통이 적어 반쪽짜리 여행이 되기 쉽죠.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점에 가면 서바이벌 여행 회화 책자가 있어요. 꼭 필요한 30개 문장 정도만 익혀도 여행이 훨씬 풍요로워지고 위급상황에도 대비할 수 있습니다.”

자전거 여행에 관한 정보와 그의 발칸반도 80일 여행기는 노마드자전거학교(cafe.naver.com/veloto urschool)에서 만나볼 수 있다. 

▲ 세르비아 차차크의 작은 마을에서 발칸 전통주인 라키아를 얻어 마셨다. 사진제공 박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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