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치 앤 릴리즈’ 고수하는 친환경 낚시
‘캐치 앤 릴리즈’ 고수하는 친환경 낚시
  • 글 사진 김지민 기자
  • 승인 2014.08.21 16: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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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싱 |캐나다 앨버타 주 루어 낚시

캐나다가 다른 나라보다 더 매력적인 이유는 10개의 주가 저마다 다른 기후와 독특한 풍경, 그리고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이다. 그 중 필자가 방문한 앨버타 주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고스란히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캠핑과 낚시, 스키와 같은 아웃도어를 즐기기에 천국이다.

▲ 환상적인 에메랄드 빛 보우 호수.

무엇보다 캐나다 낚시는 ‘기다림의 미학’이 필요 없는 낚시일는지도 모른다. 연어와 송어 등 어자원이 풍족해 캐나디언은 캐치 앤 릴리즈(방생)를 고수하며 여유로운 낚시를 즐긴다.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와 같이 낚싯줄을 빙빙 돌려 쏘는 플라이낚시부터 가짜 미끼로 유인해 잡는 루어낚시가 단연 인기다.

▲ 밴프 국립공원을 대표하는 버밀리온 호수는 수채화같은 아름다운 풍경을 갖고 있다.

던지면 5초 만에 낚이는 짜릿한 손맛

캐나다의 낚시 환경은 5000개가 넘는 호수와 강 덕분에 낚시 면허증만 가지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든 낚시가 가능하다. 이번에는 앨버타의 주도 에드먼턴을 가로지르는 노스 서스캐처원 강에서 골드아이 피시와 월아이 피시를 대상으로 보팅 낚시를 했다.

에드먼턴 근교에 있는 스토니 플레인(Stony Plain)에서 시작했다. 약속된 시간에 가이드와 접견 후 차량으로 30분가량 달려서 온 곳은 노스 서스캐처원강(North Saskatchewan River). 점심시간을 포함해 4시간 동안 진행되는 피싱 투어다.

▲ 맛있는 점심식사를 하고 다시 낚시를 즐겼다.

▲ 골드아이 피시(GoldEye Fish).

▲ 캐나다를 횡단하는 철로
고속 보트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달린다. 강을 둘러보니 사방이 포인트 같은데 수십 년간 낚시 가이드를 한 전문가 눈에는 갈 곳이 따로 있나보다. 그렇게 20여분을 달리더니 평범해 보이는 강어귀에 배를 세웠다. 가이드는 주위를 쓱 하고 둘러보더니 이곳이 포인트라고 한다. 가만 보니 이곳은 좀 전에 지나쳤던 밋밋한 지형과는 분명 차이가 있었다. 토사가 무너진 자리가 수풀로 우거져 물고기의 안식처가 될 만 했다. 토사가 무너진 암반층은 단층이 겹겹이 드러나 있어 ‘레인보우 포인트’라 불렀다. 이 단층은 지질학적인 의미가 있는데 최소 수천만 년 가량 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사면의 경사각을 그대로 연장해서 보니 수심도 상당히 깊어 보였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강물이 일방적으로 흐르는 게 아닌 지형을 맞고 굴절되면서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바다에서도 이런 곳은 플랑크톤이나 영얌염류가 풍부해 훌륭한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강 낚시도 비슷한가 보다.

물고기를 배려한 친환경 낚시
채비는 웜을 이용한 루어낚시다. 그런데 뜻밖에도 생미끼를 끼우는 게 아닌가. 여기서 웜은 생미끼가 바늘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고정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했다. 캐나다는 미늘 있는 바늘(훅셋)을 사용하면 벌금을 물기 때문에 물고기를 위해서라도 미늘 없는 바늘을 쓴다. 그러다 보니 미끼가 쉽게 빠질 수 있다. 그것을 웜 조각으로 막게 된 거라며 가이드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자랑스러워했다.

▲ 캐나다의 루어낚시 장비.

▲ 뜻밖에도 생미끼를 쓴다.

우리나라 현실을 생각하니 씁쓸해졌다. 많이 잡아서 죽은 물고기를 전시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 캐나다의 친환경적인 낚시와 현지인의 아이디어가 절묘하게 조합된 미끼를 보니 물고기를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이윽고 아내가 채비를 던졌다. 정확히 3초쯤 흘렀을까. 난데없이 투두둑 하는 입질이 전해졌다. 순간 낚싯대가 활처럼 휘었다. 강렬한 힘이 낚싯대를 통해 손으로 전해지자 반사적으로 짤막한 비명을 지른 아내. 던지자마자 짜릿한 손맛이 시작됐다.

▲ 여기서 인조미끼는 보조 역할을 담당.

▲ 생미끼를 고정하기 위해 인조 웜의 일부를 떼어서 박은 게 특이하다.

여기서는 미늘 없는 바늘을 사용하므로 한국에서처럼 낚싯대를 세워서 고기를 제압하면 안 된다. 낚싯대는 옆으로 눕혀서 끌어야 텐션도 잃지 않으면서 고기가 바늘털이할 때 쉬이 벗겨지지 않는다고 가이드는 말했다. 낚인 어종은 골드아이 피시. 이름에 걸맞게 아름다운 금빛 눈을 가졌다.

옆에서 지켜만 보던 나도 서둘러 채비를 던졌는데 던지기가 무섭게 물고 늘어져 어안이 벙벙했다. 5초도 안 돼 입질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녀석의 유영층이 수면에 가깝기 때문이다. 바늘털이를 시도하는 모습까지 꼭 농어와 닮았다. 하지만 골드아이 피시는 식용으로는 잘 먹지 않는다고 한다. 여기서는 재미로 낚고 곧바로 방생하는 캐치 앤 릴리즈 낚시가 이어졌다.

▲ 낚싯대 파지법은 캐나다나 한국과 다를 게 없었다.

▲ 수많은 비늘이 붙은 낚싯대에서 세월의 흔적을 보았다.

▲ 월아이 피쉬를 낚는 데 성공한 필자의 아내.
우리 낚시문화에 대한 고민을 낚다

이어서 북미 최고의 낚시 어종인 ‘월아이 피시’를 잡으러 포인트를 이동했다. 최대 크기 1m가 넘으며 12kg까지 자라는 냉수성 담수어로 농어과에 속한다. 월아이(Walleye)는 마치 백내장에 걸린 듯한 검은 눈동자가 뿌옇게 보여서 갖게 된 이름인데 시력이 매우 좋다 보니 오히려 흐린 물속이나 밤에 잘 낚인다. 월아이의 서식지는 골드아이와 또 다르다. 표층에서 활동하기를 좋아하는 골드아이와 달리 월아이는 바닥층에서 활동하므로 그에 맞는 포인트를 찾고 공략해야 낚을 수 있는 좀 까다로운 어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월아이가 인기 대상어인 이유는 짜릿한 손맛은 물론, 살이 단단해 고급 스테이크 재료로 각광받기 때문이다. 낚시 애호가들에겐 늘 동경의 대상어다. 하지만 이 지역에선 아무리 고기가 맛있어도 ‘캐치 앤 릴리즈’만 한다더라. 반면, 한국은 ‘캐치 앤 사시미’라고 전했더니 가이드가 “리얼리? 댓츠 펀”이라며 흥미로워했다.

수년 간 바다낚시를 즐긴 나는 생각해 보았다. 어째서 맛있는 고기들은 하나 같이 잡기 어려운 걸까? 그리고 우리의 낚시문화는 왜 항상 많이 잡는 데만 혈안이 된 걸까? 캐나다의 앨버타에서 생각거리를 낚아왔다.

▲ 뾰족한 침엽수림대

에드먼턴 피싱투어 정보

Get Hooked Fishing Adventures (www.gethookedfishing.com)
낚시 시즌은 7~8월에만 가능한 액티비티이다.

▲ 월아이는 이빨이 매우 날카로워 맨손으로 잡을 때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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