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2236m의 일본 초카이 산은 여름에도 만년설을 품고 있는 명산이다. 동쪽 해안가에 우뚝 솟은 야마가타현 제일의 고봉으로 일본의 상징인 후지산과 모습이 흡사해 데와후지라고도 불린다.
1년 중 산행이 가능한 기간은 5개월
강설량이 많은 초카이 산은 10월부터 눈이 내린다. 이때부터 입산이 통제된다. 통제가 풀리는 건 빨라도 6월 말에서 7월 초라 1년 중 초카이 산을 만날 수 있는 기간은 무척 짧은 편이다.
작고 단단한 체구의 산악 가이드 히데토시 오타 씨가 이번 산행의 안내를 맡았다. “초카이 산은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자연을 즐기며 오르는 산”이라는 가이드의 말을 듣고 큼지막한 돌로 잘 정비된 등산로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드넓은 산자락과 그 사이사이를 흐르는 폭포를 한 눈에 담아 볼 수 있는 전망대에 도착했다.
함께한 일행이 연신 감탄사를 뱉으며 카메라로 풍경을 담느라 정신없는 사이 오타 씨는 “갈 길이 머니 서둘러야 한다”며 재촉하고는 “앞으로 더 멋진 경관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말로 아쉬워하는 일행을 달랬다.
▲ 대자연이 보여주는 신비함에 감탄을 금치 못했다. |
▲ 등산코스를 설명하고 있는 히데토시 오타. |
초카이 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한동안 응시하던 문성근 씨는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던 봄과 겨울이 같이 있는 풍경을 선사해 주는 산이다”라며 초카이 산에 대한 감상을 전했다. 일이 아닌 여행으로 일본을 방문 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는 윤제문 씨는 “처음으로 일본의 산을 올랐는데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다”면서 “왜 많은 한국 사람이 이 산을 찾는지 이유를 알겠다”며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능선을 따라 산행을 계속 하다 보니 어느덧 눈 덮인 길이 나타났다. 준비해온 아이젠을 착용하려 하자 오타 씨는 이 정도 눈에는 착용 안 해도 되니 나중에 정상 부근에서 착용하라고 일러줬다. 발밑에서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이 밟히고 눈앞에는 푸르른 고산나무와 야생식물이 보이니 느낌이 오묘했다. 두 시간 정도 계속 오르니 어느덧 시야가 트이는 평야지대가 나오고 곳곳에 야생화가 수줍게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초카이 산은 200여 종의 야생화가 6월 중순부터 피기 시작하여 8월이면 만개한다.
▲ 정상 밑 산장에서 준비해온 발열도시락을 먹는 일행들.
200여 종 야생화의 보고
첫 번째 목적지인 오하마고야 쉼터에 도착한 후 간단한 간식을 먹었다. 산장 바로 뒤편에서 화산활동으로 생성된 초카이 호수(해발 1700m)가 보였다. 호수를 바라보며 먹는 간식은 허기와 아름다운 풍경이 더해져 맛을 더했다.
잠깐의 달콤한 휴식 후 정상을 향해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몸이 휘청 일만큼 강하게 불어오는 돌풍에 드넓은 평원지대에 핀 야생화가 바람에 물결을 치는 장관을 연출했다. 거친 바람을 뚫고 능선을 따라 움직이니 다시 눈 쌓인 지역이 나타났다. 평소에도 산행을 자주 하는 문성근 씨는 “눈 덮인 골짜기를 지날 때에는 동계장비를 잘 갖추어야 한다”며 능숙한 손길로 아이젠을 착용했다. 대자연이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에 마음은 행복했지만, 한 걸음 땔 때마다 숨은 차오르고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 등산 내내 환한 미소를 잃지 않는 문성근씨. |
▲ 산 중턱까지 등산로가 잘 정비되어 있다. |
정상에 가까워질수록 짙은 안개가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일행이 힘들어하자, 오타 씨가 힘들지 않게 산행 할 수 있는 두 가지 팁을 주었다. “첫 번째 방법은 즐거운 생각을 하는 것이고, 두 번째 방법은 눈앞에 보이는 목표지점을 생각하며 가는 것”이라고 일러줬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무장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안개가 점점 짙어지더니 급기야 3m 앞도 분간하기 힘들어졌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은 거센 바람에 날려 금세 자취를 감췄다. 첫 번째 쉼터를 출발 한지 두 시간이 넘어서야 일행은 겨우 두 번째 산장에 도착했다.
▲ 하산 길에 만난 석양. |
▲ 일본 에델바이스 꽃. |
칼바람과 매서운 추위에 워낙 시달린지라 일행에게 산장은 천국이었다. 따듯한 물과 준비해온 발열도시락으로 차갑게 식은 몸을 데우고 다시 정상 등반을 준비했다. 그런데 오타 씨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무래도 악천후 때문에 더 이상의 산행은 힘들 것 같단다. 일행은 아쉬움 마음을 뒤로 하고 하산을 결정했다. 정상 등정은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지만, 하산하는 길에 다시 돌아보니 초카이 산은 우리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주듯 동해에 아름다운 노을을 선사했다.
▲ 야생화가 펼쳐진 길. |
▲ 봄과 겨울이 공존하는 풍경을 걷는 느낌은 황홀하다. |
▲ 바람이 심하게 부는 바윗길을 지나는 일행. |
▲ 3미터 앞도 잘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 |
TIP 1. 항공편 인천-아키타, 인천-센다이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아키타 공항까지는 대한항공이 주3회, 센다이 공항은 아시아나항공이 주4회씩 직항 편을 운항한다. 아키타 공항에서 초카이산까지 약 1시간 반이 소요되며 센다이에서도 초카이산 까지 이동할 수 있다. 2. 초카이산은? 3. 초카이온천 유라리(鳥海泉遊里)는? 4. 문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