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이밍 | 손과 팔, 발과 다리가 찌릿찌릿
클라이밍 | 손과 팔, 발과 다리가 찌릿찌릿
  • 김정화 기자 | 사진 양계탁 기자
  • 승인 2014.07.25 16: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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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지 못할 홀드, 아직은 쳐다보지 말자

필자는 아웃도어지 기자다. 자연스레 등산을 시작으로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을 경험했다. 실내 빙벽등반도 맛봤는데, 왜인지 실내 클라이밍은 기회가 없었다. 나름 ‘운동신경’ 좀 갖췄다고 자부(?)하는 기자가 벽에 붙어보겠다고 나섰다. 어여쁜 동지도 생겼다. 클라이밍 클럽 ‘더탑’ 대표이자 산악인 유석재씨까지 모셨으니 Let's start! -편집자 주

▲ 이동 할 때는 무게 중심을 아래에 두고 한 발 한 발 옮기는 것이 포인트다. 옆으로 이동하기만 해도 금방 지친다.

전족의 아픔, 아직 느낄 때가 아냐

스포츠 클라이밍은 전신 운동이다. 팔심만 사용하지 않는다. 하체와 허리 등을 고루 사용해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다. 그 때문에 시작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단순히 오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홀더에는 숫자와 방향이 적혀 있는데, 그 순서대로 오르려면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머리도 써야 한다.

▲ 스포츠클라이밍은 전신을 고루 사용하는 운동이다.
모든 운동의 시작은 스트레칭이다. 미리 근육을 풀어주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있다. 때문에 빼먹지 말고 근육 곳곳을 이완시켜야 한다. 유석재씨의 호령에 맞춰 약 10분간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굳어있던 몸이 놀라 앓는 소리가 절로 났다. 동지로 나선 윤민희씨도 마찬가지. 유석재씨가 웃으며 말했다. “스트레칭 했다고 벌써 힘들어요?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이제 암벽화 신으세요.”

클라이밍 슈즈는 꽉 맞게 착용하는 것이 정석. 고공 행진하는 선수들은 본래 사이즈 보다 5~10mm 작은 슈즈를 택한다고 한다. 꽉 맞아야 발끝에 힘이 전해지기 때문이란다. 기자와 윤민희씨의 발 사이즈는 모두 250mm. 무슨 욕심이었는지 기자는 한 치수 작은 245mm를 집었고 민희씨는 250mm를 신기로 했다.

박스를 열어본 윤민희씨는 암벽화를 보고 놀랐다. “이게 250mm라고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다. 박스와 암벽화엔 정확히 250mm라고 쓰여 있었다. 욱여넣다시피 암벽화를 신었다. 둘 다 꽤나 놀랜 기색을 보였다. 당황한 두 제자를 본 유석재씨가 말문을 열었다. “처음 배우는 사람은 불편할 정도로 꽉 맞게 신을 필요 없어요. 입문자에겐 제 사이즈를 신거나 오히려 한 치수 큰 암벽화를 선택하라고 조언하죠.” 클라이밍을 즐기기도 전에 발부터 아프면 그만둘 가능성이 높다.

▲ 홀드 위에 올라서는 법을 설명하는 유석재씨.

팔심에만 의존하면 NO
홀드가 빼곡히 붙은 벽 앞에 섰다. 유석재씨의 설명이 이어졌다. “발끝을 홀드 위에 올려놔요. 중요한 것은 발 안쪽이 벽으로 향해야 합니다.” 즉, 발레리나처럼 발을 벌리고 발끝이 홀드 위에 오게끔 하는 게 포인트. 팔은 어깨너비 만큼 벌리는데, 너무 넓게 잡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최대한 벽에 몸을 밀착시켜 힘을 분산시키지 않도록 하자. 홀드는 손가락 끝을 말아 걸치는 느낌으로 잡는다.

다음은 이동하는 법을 배울 차례. 성큼성큼 옆으로 이동했다간 스텝이 꼬이거나 힘이 금방 빠지기 십상이다. 홀드를 잡고 선 자세에서 팔을 쭉 뻗어 앉는다. 그다음은 진행 방향의 뒷다리를 이동한 뒤 앞발을 옮긴다. 즉, 오른쪽으로 이동하려면 매달린 상태에서 왼발, 오른발 순으로 이동한다. 그런 뒤 왼팔, 오른팔을 옮긴다. 팔을 옮길 때 포인트는 앉은 마지막 손으로 홀드를 잡으며 일어나는 것이다.

▲ 팔 힘에만 의존하면 금방 지친다. 팔을 쭉 펴주면서 한번 씩 쉬어줘야 한다.
왜 굳이 앉아서, 팔을 쭉 펴면서 이동하는지 물었다. “매달린 상태에서는 팔을 몸 안으로 당기고 있잖아요. 팔 힘을 많이 쓰고 있는 거죠. 쭉 펴면 근육 이완되면서 자연스럽게 팔이 쉴 수 있어요.” 직벽에서는 굳이 이 동작을 할 필요는 없지만 레벨이 올라갈수록, 경사지는 곳을 오르기 위해서는 이 동작이 필수라고 한다. 미리 몸에 익히는 셈이다.

이번 시간에는 옆으로 이동하는 것만 배우기로 했다. 내심 ‘너무 쉬운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각 동작을 이어가며 옮기기도 쉽지 것도 쉽지 않았다. 다리 힘도 써가며 이동해야 하는데 자꾸 팔에만 의존하게 된다. 윤민희씨도 마찬가지. 몇 번 옆으로 이동하더니 벽에서 내려와 연신 전완근을 풀어준다.

‘펌핑’이 온 것이다. 팔을 열심히 풀자 유석재씨가 한마디를 더한다. “평소에는 손가락 힘을 쓸 일이 없잖아요. 전완근이 아픈 이유는 손가락 근육과 이어져 있어서입니다. 팔을 쭉 내려트리고 털어줘야 빨리 풀어져요.”

달리기와 등산을 즐겼다는 윤민희씨. 처음엔 쉽게 봤다고 했다. “인수봉 클라이밍하는 걸 봤는데 신기했어요. 너무 가볍게 올라가기에 쉬워 보였죠. 10분 움직인 것 같은데 팔ㆍ다리가 후들후들 떨리네요.”  우리의 계획은 실내 클라이밍 센터에서 야외 클라이밍까지 할 생각이었다. 언제쯤 나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언젠간 거미처럼 매달리겠다는 의지를 품고 첫날 교육을 마무리했다.

▲ 홀드 모양은 각각 다르다. 마냥 잡는 것이 아니라 각 방향에 따라 균형 포인트가 달라진다.
▲ 홀드는 손가락으로 말아 쥔다는 느낌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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