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음악 캠핑|우리만의 페스티벌 ①
랄랄라 음악 캠핑|우리만의 페스티벌 ①
  • 강다경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7.18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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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때로 익혀 스스로 즐기면 기쁘지 아니한가

작년부터 친구들과 우리만의 공연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얘기를 했다. 카페와 같은 소규모 공간을 빌려 각자가 다룰 수 있는 기타, 우쿨렐레, 오카리나 등의 악기로 좋아하는 음악을 연주하고 즐기며 지인들을 불러보자는 것이었다. 우리만의 페스티벌, 우리만의 축제를 기획했으나 게으름과 공간 문제로 실현하지 못했다. 그러다 캠핑장을 떠올렸다. 늦은 시간의 소음에 대해 문제시하는 캠핑장도 있지만 작은 무대를 갖추고 음악과 캠핑의 조화를 반기는 캠핑장도 있다. 기획했던 친구들 대신 우쿨렐레로 뭉친 지인들과 흥겨운 캠핑 축제를 벌였다.

자락자락(自樂自樂) 명랑한 야외활동
락 페스티벌에 가면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얼싸안고 논다. 손 잡고 돌고 춤춘다. 음악이 내는 분위기에 따라 온몸이 자유자재로 들썩인다. 음악의 힘이다. 최근 락 페스티벌은 공연 이후 캠핑을 즐기며 청춘, 자유, 낭만의 기운을 ‘뽐뿌질’한다. 미친 듯이 놀게 해주는 공연에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도 좋지만 친구들끼리 각자의 악기를 들고 캠핑장에서 만나 우리만의 페스티벌을 즐겨보자.

공연장이 있는 캠핑장을 찾으면 민폐가 될 정도로 늦은 시간이 아닐 때는 자유롭게 공연을 즐길 수 있다. 앰프를 사용하지 않는 어쿠스틱한 악기 소리는 푸른 자연 속에서 더욱 빛난다. 취향이 비슷한 친구들끼리라면 좋아하는 음악이 이미 공유된 상태이므로 함께 연주해보고 싶은 음악을 미리 몇 곡 정해 각자 연습을 해두는 게 좋다.

그러나 이 공연은 관객에게 들려주기 위한 음악이라기보다는 연주하는 사람들에 더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로를 흉내 내려 진땀을 빼기보다는 음악 속으로 빠져들자. 플라톤이 말했듯 음악과 리듬이 데려다주는 영혼의 비밀 장소를 찾아. 닫힌 공간보다 열린 공간은 실수에 더 너그러우며 자연은 마음마저 자연스럽게 해주므로 ‘삐꾸’가 나더라도 그 실수를 웃음이 채워줄 것이다. “우리 처음부터 다시 해볼까?” 말하는 순간 터지는 “하하호호” 소리가 우리만의 페스티벌이라는 명랑한 추억을 더욱 반짝이게 해준다. 우리만의 페스티벌 캠핑을 위해 모인 멤버는 우쿨렐레로 인연이 있어 다 함께 우쿨렐레를 들고 만났다.

멤버들 중 한 명은 아이를 데려오기도 했다. 아이들의 신청곡을 받는 시간도 가졌다. 우리만의 관객을 위한 공연을 펼치고 박수를 받았다. 각자 가장 좋아하는 우쿨렐레 음악을 독주하다 어느 순간 멜로디와 스트로크가 함께 어우러지는 듀엣이 되기도 한다. 우쿨렐레가 아니라도 야외 공연과 어울리는 젬베, 오카리나 등 악기는 각자의 재주에 따라 알아서 정해 밖으로 나서자. 시간, 인내심, 여유 등의 문제로 악기를 연주할 수 없는 친구가 있다면 에그쉐이커를 들고 노는 재미도 쏠쏠하다.

다 같이 치자 어메니티돔

캠핑을 처음 경험하는 멤버와 함께 텐트 치는 것도 재미있다. 텐트는 생각보다 친절해서 어떤 폴을 어디 끼워야 할지 폴과 스킨에 색으로 구별을 해둔다. 짝 맞추기를 하듯 색깔별로 메인 폴을 슬리브에 밀어 넣고 색에 맞는 핀에 꽂아 텐트를 세운 뒤 각 위치에 맞는 후크를 체결하면 된다.

색깔대로 맞추면 된다는 말에 따라 10개의 손이 움직여 2동의 이너텐트의 메인 프레임이 금세 갖춰지고 C폴을 밀어 넣어 이너텐트가 완성된다. 플라이를 씌우고 내부의 빨간 밸크로로 프레임에 플라이를 고정한 뒤 같은 색끼리 짝을 맞춰 플라이와 이너텐트를 연결했다.

M사이즈지만 텐트 크기가 커 텐트를 한 번도 쳐보지 않은 여성 멤버들과 텐트치기가 수월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으나 오히려 처음으로 텐트를 치는 경험이 신기하고 즐겁다고 했다. 테이블을 펴고 의자에 앉아 우쿨렐레를 튕기다 더위를 달래려 준비해놓은 얼음과 레몬, 사이다로 레몬에이드를 해 마셨다. 음식을 집어먹고 조금 놀고 조금 쉬는 사이로 한 명이 연주를 시작한다. 라이브로 울려 퍼지는 우쿨렐레의 맑은 음색이 아름답다.

잔디광장에서 즐기는 여름 음악회

우리가 찾은 유명산 자연휴양림은 데크 로드 산책코스가 잘 나있다. 쉬엄쉬엄 힘들이지 않고 걷기 좋다. 파란 산수국이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두더지 한 마리가 대낮부터 나와 한동안 두더지를 쫓아 다녔다. 즐거운 목소리가 초록의 자연에 물드는 산책의 종착점은 유명산 자연휴양림의 잔디광장으로 드넓은 연둣빛 평원이 한가롭게 펼쳐져 있다. 보자마자 탄성이 절로 나오는 잔디광장의 푸른 품에 안겨 좀 더 시원한 음악회를 열었다. 노래를 부르는 소리가 커져도 부담스럽지 않은 자리라 즐김의 농도가 진해졌다.

음악은 언어가 아니나 의미를 전달한다. 의미를 규정하는 한계를 갖는 언어에 비해 오히려 음악은 훨씬 다채롭게 감정의 층위를 표현하고 그 깊이를 일러준다. 그래서 서로간의 거리를 한층 좁혀준다. 더위도 볕도 잊고 음악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손가락이 어떤 물질에 닿아 언어 없이 멜로디와 리듬만으로 흥겨움, 서글픔의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신비로운 일이다.

자연과 음악 사이는 아주 가깝다. 자연은 축제를 훨씬 풍성하고 맛깔스럽게 한다. 자연스러움의 힘으로. 그 힘 속으로 스며들면 매끄럽지 못한 연주도 흥겨운 분위기와 즐거움의 시간으로 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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