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 토크 | 사내들의 로망, 바이크와 캠핑
캠핑 토크 | 사내들의 로망, 바이크와 캠핑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6.05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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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들과 함께 한 너덜샘 1박2일

바이크, 남자들의 로망이다. 자동차의 편안함과 자전거의 아날로그를 모두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던 4월 초 태백 너덜샘에서 바이크 캠퍼 두 분과 하룻밤을 보냈다. 이들이 캠핑으로 맺은 다른 인연들도 만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눈보라가 날리던 밤, 이야기는 깊어만 갔다.

처음 뵙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자기소개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김성훈 / IT쪽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는 ‘테러’라는 대화명을 쓰고 있습니다. 바이크를 탄 지는 20년 정도 되었습니다. 군 복무 기간을 빼고는 거의 탔습니다. 그래서 제게 바이크는 친구이자 애인이고 가족이기도 합니다. 보통 바이크 타시는 분들이 그룹으로 투어를 다녀요. 그러다보니 제가 원하는 여행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3년 전부터는 마음에 맞는 2~3명과 함께 소그룹으로 투어를 다니고 있습니다. 캠핑은 이제 입문 단계라고 보시면 됩니다.

신명일 / 저는 바이크보다 캠핑을 먼저 시작했어요. 예전 천리안 시절 여행 동호회 활동을 했어요.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었고, 작은 아파트에 살면서 답답한 마음에 텐트랑 침낭 사들고 캠핑을 다녔어요. 바이크는 동네 당구 동호회에서 제게 3쿠션을 가르쳐주시던 사부를 통해서 만났어요. 그분이 치과의사셨는데, 어느날 고속도로 순찰대가 타는 1200RT를 몰고 오셨어요. 제자면 스승을 따라야죠.

한정호 /
캠핑을 즐기시는 많은 분들처럼, 저 역시 아이 덕분에 캠핑을 시작하게 ㅁ. 결혼하고 딸을 임신하면서 ‘주말엔 아이에게 별을 보여주자’는 생각에 캠핑을 하게 되었죠. 그게 2007년입니다. 처음엔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갔는데, 2010년부터는 매주 다니고 있어요. ‘한박사’라는 필명으로 블로그나 카페 활동도 꽤 했어요.

양호영 / 저 역시 이름보다 ‘양동이’라는 닉네임이 더 익숙해요. 캠핑은 2011년 정도에 우연히 시작했는데, 어느 날 보니 캠핑을 꽤 다녔음에도 불구하고 사진이 별로 없더라고요. 사실 열심히 사진을 찍으면서 다니는 것보다는 가만히 앉아 멍 때리는 걸 좋아하거든요. 게다가 당시 올라오는 후기의 대부분은 장비 자랑 아니면 ‘먹방’ 사진이어서 제가 좋아하는 캠핑의 모습과는 차이가 좀 있었어요. 그래서 내 나름의 방식으로 후기를 남기고 싶어서 웹툰을 그리게 되었어요. ‘젠장’님, 고기 그만 굽고 자기 소개해 주세요.

성백진 / 아, 네. 언젠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스노우피크 랜드락이 나오자마자 사서 아직까지 쓰고 있으니 8~9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 전에는 MTB나 수영 동호회 활동을 했는데, 주말을 거진 동호회 활동이나 대회에 나가 보내면서 아내의 불만이 커지고 있었어요. 그래서 자전거며 뭐며 죄다 팔아버리고 시작한 게 캠핑이에요.

모두들 ‘한 사연’ 하십니다. 근데 두 분만 바이크를 타시는 건가요?

신명일 / 네. 다른 세 분은 캠핑의 고수라 제가 모셨습니다. 혹시 모르죠, 조만간 1200RT 한 대씩 몰고 전국을 떠돌지도.

그렇군요. 아무래도 이번 캠핑의 주인공은 바이크가 아닐까 싶습니다. 소개해주시죠.

김성훈 / R1200GS 어드벤처입니다. BMW 모터라드 계열 중에서 도로와 오프로드를 커버할 수 있는 듀얼바이크입니다. 온로드와 오프로드 주행능력이 6:4 정도이니 온로드에 조금 더 맞춰진 바이크입니다. R은 공랭식 엔진이라는 뜻이고 1200은 배기량입니다. 연료통이 커서(33L) 500~600km를 갈 수 있어서 장거리 투어에 인기가 좋습니다.

신명일 / 제 바이크는 F800GS입니다. 마찬가지로 800은 배기량이고요, F는 수냉식 엔진이라는 뜻입니다. R1200GS와 마찬가지로 듀얼바이크인데 온과 오프의 비율이 5:5입니다. 차체가 가볍고 성능도 좋은 데다 가격도 상대적으로 저렴해 입문용으로 훌륭한 모델입니다. 동물로 비유하자면 야생마라고나 할까요? 온로드에서 이 야생마를 타고 질주하면 제가 꼭 아이언맨이 된 듯한 느낌을 받아요.

김성훈 /
맞아요. 제 모델은 공차 무게만 250kg이 넘고 투어링 박스를 달면 300kg이 훌쩍 넘어요. 한 번 넘어지면 혼자서 여간해선 일으키질 못해요.

아무래도 자동차나 자전거와는 많이 달라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신명일 / 작년의 바이크 캠핑 투어는 제 생애 가장 멋진 여행이었어요. 캠핑 장비를 싣고 3박 4일 일정으로 떠났는데 첫날 덕유산에서 잤습니다. 그날 밤 별똥별은 못해도 50개는 봤으니 잊을 수 있겠어요? 지리산 넘어가면서 일행들은 다 포기하더라고요. 저는 남해까지 가서 대구 갔다가 7번 국도 따라 정동진 찍고 태백산 넘어 정선, 영월, 제천으로 해서 서울 왔어요. 제주도에는 못 가서 올해에는 제주 투어 가는 게 목표입니다.

김성훈 / 3년 전에 히말라야 바이크 투어를 간 적이 있어요. 현지에서 바이크를 렌탈했는데 로얄엔필드(Royal Enfield)였어요. 클래식 바이크로 유명하죠. 열흘 동안 하루 종일 바이크만 탄다는 게 힘들었지만 태어나서 처음 보는 풍경들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죠. 길옆으로 1km가 넘는 낭떠러지가 수직에 가깝게 있어 산 쪽으로 바싹 붙어 달리면서도 기가 막힌 풍경에 넋을 잃었죠.

▲ 웹툰 ‘햇살이 따스해’QR코드
바이크로는 두 분이 다른 분들의 스승이 될 수 있겠지만, 캠핑은 다른 분들께서 더 오래 하셨네요. 일단 만화 컨텐츠에 관심이 가는데요, 양호영 님은 웹툰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으세요?

양호영 / 초심으로 돌아가서 캠핑을 시작하는 설렘을 잃지 말자는 메시지요. 제 웹툰 ‘햇살이 따스해’ 의 메시지가 그거에요. 캠핑을 하는 건 ‘좋은 곳에서 가족들과 좋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잖아요. 리뷰의 내용은 장비 자랑과 음식 얘기지만 돌이켜보면 별을 보고 화로대에 모여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던 기억이 가장 좋잖아요. 그런 캠핑을 하자는 거죠. 좋은 음악도 거기에 한 몫 하겠죠. 그쪽엔 성백진 님이 전문가세요. 아스텔&컨이라고 들어는 보셨나요?

성백진 /
그걸 들어봤으면 음악을 정말 좋아하시는 거에요. 스페인어로 ‘별들의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아이리버가 음악의 중심이 되겠다는 포부를 담은 브랜드에요. 회사 사정이 안 좋았을 때였는데, ‘우리의 본질은 음악이다’는 생각으로 돌아갔어요. 듣기만 해도 눈물이 나는 플레이어를 만들어보자 의기투합했죠. 그래서 프로젝트 명이 ‘티어 드랍(tear drop)'이었어요. 디자인 역시 후가공보다는 원재재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원소재 덩어리를 절삭가공해서 만들죠. 그런데 바이크와 캠핑 토크에 음악 얘기만 해도 되나요? 캠핑 얘기는 ‘한박사’님께 넘길게요. (웃음)

한정호 / 뭐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보다 보다 많은 분들이 진짜 캠핑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낚시, 카약, 카메라, 자전거 등과 달리 캠핑은 함께 할 수 있는 취미잖아요. 자연을 벗 삼아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편안하게 쉬면 그게 최고에요. 고가의 장비가 꼭 필요하진 않아요. 참고로 인상 깊었던 캠퍼가 있는데요, ‘용인케이’라는 닉네임을 쓰는 친구에요. ‘청소번캠’이라는 타이틀로 캠핑 블로거분들과 캠핑장 청소를 진행했어요. 이렇게 다양한 가치를 추구하는 캠퍼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아마 지면이 모자라 편집될 수도 있습니다. ‘이 말만은 꼭 해야겠다’ 싶은 분은 두 문장으로 정리해주세요!
양호영 / 캠핑의 성지였던 ‘중도 캠핑장’을 언젠가 다룰 겁니다. 캠핑장의 기준이다 싶을 정도로 좋았거든요. 개발만이 능사인가 묻고 싶어요.

한정호 / 깨알 홍보입니다. 4월 중순에 (네이버) 카페를 엽니다. ‘미니카라반과 여행’이고요, 양동이 님의 만화를 비롯해 다양한 컨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기대해주세요.

성백진 / 저도 해야 하나요? 캠핑장에서 지켜야 할 예절을 잘 지키자구요. 아, 물론 저부터 지키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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