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이야기 | 철 ④
소재이야기 | 철 ④
  • 글 서승범기자|사진 김해진기자, 제품협조 스노우피크
  • 승인 2014.06.02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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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N OUTDOOR

IRON OUTDOOR
대체불가능

솔직히 아웃도어에서, 캠핑장에서 철은 이제 천덕꾸러기다. 일단 무거우니까. 철보다 가볍고 튼튼한 소재가 지천인데 무겁고 부피도 큰 철제 장비를 가지고 다닐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경우에 없다는 얘기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철로 만든 장비를 좋아한다.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자면 아웃도어에 철이 남아있는 부분은 많지 않지만 다른 소재로 대체할 수 없다.

가장 쉽게 떠오르는 장비는 다양한 요리에 활용되는 더치오븐이다. 어지간한 요리 매니아 아니라면 더치오븐은 가지고 다니기 부담스러운 무게다. 하지만 우리나라 오토캠핑족에게는 거의 머스트 해브 아이템이 되었다. 먹는 일을 중요시하는 우리나라 캠핑 문화도 한몫했지만, 다른 코펠이나 쿠커로는 내지 못하는 맛을 더치오븐은 보여주기 때문이다. 미각에 둔감한 사람도 더치오븐으로 갓 지은 밥을 한 술 맛보면 탄성을 내지르게 되어 있다.

더치오븐도 진화한다. 스노우피크의 더치오븐은 주물 산업의 전통이 깊은 쓰바메산조 지역에서 만들어진다. 묵직한 무게만큼 원재료의 깊은 맛을 살리는 강점이 있기는 하지만 무게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거푸집을 개선하여 표면이 매끄러우면서도 강도가 좋은 주물을 만들어내 '극박주철'이라고 이름 지었다. 그런가하면 소토에서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더치오븐을 선보였다. 검은색 주철이 뿜는 카리스마와 달리 반짝이는 은색은 산뜻하고 친근하다. 스테인리스 더치오븐이라 하면 이 생각 먼저 할 분들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번거로운 시즈닝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인가?’ 그렇다. 시즈닝 따위, 그냥 맛을 즐기고 여유를 만끽하면 그만이다. 우리나라 전통의 놋쇠를 더치오븐에 접목시키기도 했다. 놋쇠그릇을 뜻하는 방짜는 구리와 주석의 합금이다. 이를 전통방식으로 만들어 더치오븐 안에 넣은 것이 코베아 조선방짜 더치오븐이다. 살균의 효과도 있고 금빛 광택도 아름답다.

시커먼 철이 떠오르는 또 하나의 씬. 잘 보이진 않는다. 땅 속 깊숙하게 박혀 있는 펙 혹은 스테이크다. 철로 만든 펙을 처음 선보인 건 스노우피크다. 1994년 210D의 두꺼운 원단으로 만든 타프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기존의 플라스틱이나 알루미늄 펙으로는 비나 바람의 압력을 견디지 못했기 때문이다. 1995년 어떤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을 펙을 선보였다. 단조로 만들기 때문에 조직 구조가 치밀하여 변형이 적다. 이 단조 펙을 처음 본 건 10년 전의 어느 캠핑장이었는데, 그 캠퍼는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쪽에 단조 펙으로 펙 다운을 했다. 시멘트 바닥에. 이제는 여러 브랜드에서 단조 펙이 나오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사이즈도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다양해서 상황이나 장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더치오븐의 맛과 단조 펙의 견고함은 다른 소재로는 대체할 수가 없다. 이밖에 어떤 캠핑 장비가 철이나 강을 사용할까? 스테인리스도 스틸이니 수많은 코펠을 떠올리겠지만, 일단 스테인리스는 열외로 치자.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오토캠핑 말고 서바이벌 캠핑을 떠올리면 어떨까? 그렇다, 칼이나 도끼, 망치 등에는 아직도 전통의 소재 철이 사용된다. 칼의 경우 녹스는 걸 방지하기 위해 스테인리스 강이 사용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도끼와 망치 등 하드코어에 어울리는 장비들에는 철이 더 많이 사용되고 있다.

역시 무게 때문이다 다른 장비들은 무게를 줄이는 게 기술이지만, 더치오븐이나 펙과 마찬가지로 망치나 도끼는 무게를 줄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적당한 무게가 타격의 강도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티타늄 도끼로 100번 찍는 것보다 철제 손도끼로 한 번 콱 찍는 게 낫지 않겠는가. 철은 여전히 대체불가능한 자신만의 왕국을 구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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