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ON STORY
IRON STORY
철에 대한 세 가지 이야기
첫 번째는 몸속의 철 이야기다. 30년쯤 전엔 학교가 파하면 아이들은 운동장에서 흙강아지가 될 때까지 뛰어놀았고, 그 끝에는 늘 수돗가에 들러붙어 수도꼭지를 빨았다. 우리는 농으로 말한다. 덕분에 우리는 빈혈에 걸리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빈혈을 피가 모자라다는 것인데, 그 핵심은 헤모글로빈이 부족해 산소를 넉넉하게 공급하지 못한다는 거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역사 속 철 이야기다. <별>의 작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을 기억하는지. 독일과 프랑스가 전쟁을 벌이던 때의 이야기다. 왜 싸웠을까? 배경은 알자스 로렌 지방이었다. 그 지역은 석탄과 철광석이 무척 풍부하다. 원재료인 철광석과 제철제강에 필요한 석탄이 풍부하다면 노른자위 땅 아닌가. 싸움이 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제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프랑스에서 발상의 전환을 해냈다. 전후 유럽을 재건하기 위해서는 전통적 적대관계인 독일과 프랑스가 친해져야 하고 그러려면 석탄과 철광석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였다. 이 제안은 유럽의 다른 나라들까지 참여하는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C)를 탄생시켰다. 이게 1951년 얘기다. 유럽석탄철강공동체는 이후 유럽경제공동체(EEC)로 발전했고, 다시 유럽공동체(EC)까지 나아갔다. 지금의 유럽연합(EU)은 유럽공동체를 토대로 1993년에 출범했다. 철이 역사를 바꾼 셈이다.
1912년 제강회사 직원 해리 브리얼리는 산책 중 쇳조각을 발견했다. 대포의 포신을 만들기 위해 만든 합금 조각이었는데 실패해서 버린 쇳조각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녹이 없었다. 철과 크롬을 특정 비율로 섞으면 녹이 슬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냈다.
스테인리스가 탄생한 순간이다. 요즘의 스테인리스는 크롬뿐 아니라 니켈, 망간, 몰리브덴 등을 넣어 표면도 예쁘고 내식성도 우수하도록 만든다.
녹에 대한 짧은 이야기 하나 더. 내후성 강판(weather ing steel)이란 게 있다. 기후에 강하다는 뜻으로 녹이 슬지 않는다는 의미다. 구리, 크롬, 인, 니켈 등이 포함된다. 내후성강판도 녹이 슬긴 한다. 일반 강판과 다른 점은 산화과정이 계속 되어 부식되지는 않는다는 거다. 초기 1~2년 동안 산화가 진행되어 녹이 슨다. 이후 2년 정도는 표면의 녹이 강판에 스며들어 안정산화층을 만든다. 안정산화층이 생긴 이후에는 암갈색의 산화피막층이 형성되어 더 이상의 녹이 생기는 것을 막는다. 녹슨 철판으로 지은 듯한 현대 건축물들이 바로 내후성 강판으로 지은 것이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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