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이야기 | 철 ②
소재이야기 | 철 ②
  • 글 서승범기자|사진 김해진기자, 제품협조 스노우피크
  • 승인 2014.06.02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RON MAKING

IRON MAKING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알다시피, 니꼴라이 오스뜨로프스끼의 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에서 따왔다. 소설은 실용서가 아닌 만큼 소설 내용도 제련과는 아무 상관없다. 여기서는 글자 그대로 강철이 어떻게 단련되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일단 정의부터 하자. 강철은 강(鋼, steel)과 철(鐵, iron) 두 가지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강은 철에서 나오기 때문에 특집의 제목은 강이 아닌 철(iron)으로 정했다. 철의 원소기호는 Fe인데, 순도 99.9%의 철을 순철이라고 한다. 순금처럼 ‘순수한 철’ 이란 뜻이다. 철의 특성은 철에 포함된 탄소의 함량이 결정한다. 물리적으로 순철은 탄소 함량이 0.035% 이하인 철을 뜻한다. 순철은 얻기가 힘들뿐 아니라 너무 연해서 기계나 산업에는 거의 사용하지 못한다. 주로 전기용 재료로 쓰인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철'은 위에서 말한 강과 철을 뜻한다.

철은 선철, 무쇠, 주철이라고도 부른다. 탄소 함량이 1.7% 이상인 철이다. 일반적으로는 3.5~4.5%의 탄소를 포함하고 있다. 무쇠솥을 떠올리면 알 수 있듯이 아주 단단하지만 부드럽진 않다. 그래서 쇠망치로 내리치면 패이지 않고 쩍 갈라진다. 하지만 녹는점이 비교적 낮아 각종 주물을 만드는 데 많이 사용된다.

강은 철을 다시 제련해서 만든다. 탄소 함량은 순철과 선철 사이, 곧 0.035~1.7% 수준이다. 강하면서도 질겨 산업 현장에서 많이 사용된다. 다양한 현장의 필요에 따라 강에 다른 여러 가지 금속을 넣어 새로운 성질의 강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탄소만 들어 있는 강을 탄소강 혹은 보통강이라 부르고, 니켈, 크롬, 텅스텐 등 다른 원소를 합금시킨 강을 합금강이나 특수강이라 한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오자.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대개의 경우, 철은 돌의 형태로 존재한다. 철광석이다. 적철광이나 자철광이 대표적인데 원소기호로 표기하면 철(Fe)과 산소(O)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다. 왜 산소가 붙어 있을까? 산화된 철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철에서 산소를 떼어내는 게 제련이다. 산소를 떼어내기 위해서는 탄소를 집어넣어 엄청난 열로 산화철을 녹여야 한다. 고등학교 화학 교사에게 물으니 원소기호로 이뤄진 식으로 설명하는데, 수학공식처럼 딱 맞아 떨어진다. 간단히 말하자면, 탄소와 산소가 만나 일산화탄소가 된다. 이산화탄소가 되기도 하지만 이산화탄소는 기체니까 날아간다. 일산화탄소는 불안정하니까 산소 하나를 더 얻어 이산화탄소가 되려고 한다. 그 산소를 철에서 가져오기 때문에 철에서 산소가 분리되고 우리에겐 철이 남는다. 철광석과 함께 탄소를 넣는다고 하지만, 실제 들어가는 건 코크스라는 물질이다. 처음 철을 제련하던 고대인부터 17세기까지는 목탄을 사용했다. 목탄은 너무 쉽게 타서 철의 양도 적었고 품질도 별로였다.

근대에 들어와 석탄으로 대체하려 했지만 황 등 불순물이 많아 실패로 돌아갔다. 산업혁명 직전인 1709년 아브라함 다비가 석탄을 가공해 불순물을 제거하고 탄소와 회분만 남은 코크스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새로운 제련법을 통해 생산되는 철의 양도 늘어났고, 품질도 좋아졌다. 산업혁명의 핵심은 증기기관이었고, 증기기관의 실린더가 고온고압에 견디기 위해서는 질이 좋은 철이 필요했으니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기술이 개발된 셈이다.

물론 철을 단련시키는 방법은 그 이후로도 계속 진화해왔다. 철광석에서 철을 제련해내고, 철을 다시 제련해 강을 얻어냈고, 강에 다른 원소를 추가해 합금강을 만들어냈다. 개발자의 이름을 딴 베세머 전로법이니, 개발한 제철소의 이름을 딴 LD 전로법이니 하는 방법들이 다 강을 만들어내는 방법이다. 물론 제철제강법은 앞으로도 진화를 거듭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