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 데스 밸리 내셔널 파크
ANDREW'S TRAVEL NOTE | 데스 밸리 내셔널 파크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4.06.02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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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과 진실이 소금을 만들다

인간의 생존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되는 것 중 하나가 소금이다. 소금은 선사시대부터 지금까지 인간 식생활 변천사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소금 없는 인간의 삶을 상상해 본다면 건강부터 식생활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심지어 로마시대에는 군인들 봉급을 소금으로 대체한 일도 있었다. 봉급이라는 뜻의 ‘Salary’가 라틴어로 ‘소금’(sal)을 지급한다는 뜻의 ‘살라리움’(Salarium)에 어원을 두고 있는 이유다. 이런 소중한 소금이 설원처럼 끝없이 펼쳐진 데스 밸리 내셔널 파크(Death Valley National Park). 그곳에는 눈이 시리도록 푸른 하늘 아래 단아하게 흰색 분칠한 태고의 소금밭이 조용히 이방인을 반겨 준다.

▲ 소금과 흙이 합쳐져 암석처럼 변한 ‘데빌스 골프 코스’.

마치 우주의 어떤 행성에 갑자기 불시착한 듯 나무 한 그루 없는 기이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이곳에는 진귀한 볼거리가 많다. 국립공원 내에 경이로운 장소를 어디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지에 대한 올림픽이 열린다면 이곳이 단연코 종합 순위 일등감이다. 예를 들어 온도만 하더라도 지금부터 정확히 백 년 전, 7월 10일 온도계는 56.7도를 가리켰다. 전무후무한 기록으로 지금도 깨지지 않는 최고 신기록이다. 죽음의 계곡 초입에 위치한 작은 마을의 이름은 빵집이라는 뜻의 베이커(Baker)다. 마을 전체가 빵집의 오븐처럼 뜨거웠을 것을 상상하니 지명마저도 무섭게 느껴진다. 이 조그만 시골마을 베이커에는 높이가 무려 42m로(건물 13층 정도 높이)기네스 북에도 등재된 세계에서 최고 높은 온도계가 있다.

▲ 바람과 빗물이 만들어놓은 경이로운 협곡.
이런 소금사막에는 신기한 일도 있다. 태고에 만들어진 이 소금밭에 고인 짜고 짠 소금물에 조그만 송사리 과에 속하는 펍피시라는 물고기가 지금도 살고 있다. 지각변동으로 인해 어느 날 바다가 육지가 되고 그 육지에 고인 바닷물은 태양에 의해 증발됐다.

그로 인해 짠 소금밭이 이곳에 만들어졌다. 이런 엄청난 지구의 대변화 속에서도 미약한 송사리들이 끈질긴 생명력으로 진화하며 오늘날까지 살아가니 경이롭기만 하다.

이런 많은 신기록을 보유한 죽음의 계곡 국립공원 내 소금밭 옆에는 내추럴 브리지 캐니언(Natural Bridge Canyon)이 있다. 한번 보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에 할 말을 잊는다. 겨울에 갑자기 쏟아지는 급류가 몇 백 만년 동안 할퀴고 지나가면서 점점 아래로 파고들다가 이리 멋진 협곡과 천연다리를 만들어 놓은 것이다.

바람과 빗물, 이 두 주인공이 만들어 놓은 천연조각품. 연장은 오직 침식과 풍화다. 이 연장도 알고 보면 태양이 파란 지구의 손에 쥐어 준 귀한 선물일지 모른다.

▲ 배드 워터 베이신은 소금 물 웅덩이를 은유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죽음의 계곡에 펼쳐진 또 하나의 장관은 데빌스 골프 코스(Devils Golf Course)라는 지명을 가진 소금사막인데 이름이 재미있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보면 아마 악마들도 골프를 못치고 울고 갈 것만 같다. 이곳 지형은 뜨거운 열에 의해 수축과 팽창이 반복되면서 갈라지고 그 갈라진 덩어리들은 소금과 흙으로 범벅돼 모두 단단하고 날카로운 암석으로 변했다.

데스 밸리 내셔널 파크 동쪽에 위치한 배드 워터 베이신(Bad Water Basin)에서부터 이곳 데빌스 골프 코스까지는 모두 하나로 연결된 거대한 소금사막이다. 이 거대한 소금사막의 총 길이가 무려 65km. 이 계곡에 펼쳐진 대자연이 만든 오묘함 속에 지구 탄생에 대한 의문점들도 그 안에 숨어 있으니 신기하기만 하다.

우주의 외딴 행성에도 이런 소금밭이 있을까? 아님 태양이 비춰주는 지구에만 이런 소금밭이 있는 것일까? 이런저런 궁금증과 호기심 속에 어린왕자의 문구를 떠올려본다.

“가장 알고 싶은 것은 눈에 보이질 않아. 소금밭과 마음의 친구가 된다면 언젠가 알게 될거야.”

앤드류 김(Andrew Kim)|(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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