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 언플러그
캠핑장에서 | 언플러그
  • 서승범 기자
  • 승인 2014.05.0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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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하기 좋은 계절

1월호에도 했던 얘깁니다만, 캠핑하기 좋은 계절입니다. 저는 잡지를 만들어 밥을 만드니 일 년 열두 달 내내 캠핑이 좋다고 말을 하고 그 이유를 만들어냅니다. 인정합니다. 다행인 건, 캠핑이란 사시사철 어느 한 때라도 좋지 않을 때가 없다는 점입니다. 한겨울에는 ‘사실’을 붙이지만 4월이나 10월에는 ‘솔직히’를 붙이는 게 편합니다. 솔직히 요즘처럼 캠핑하기 좋은 날씨 없잖아요.

1, 2월이면 신제품 샘플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3월이면 장비 카탈로그가 대부분 나옵니다. 3월 말이면 캠핑 행사들이 줄줄이 잡히기 시작합니다. 캠핑 브랜드에서 주최하는 행사도 있고, 일반 기업에서 여는 행사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캠핑으로 즐거워하고 캠핑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니 참 반가운 일입니다.

주로 행사들이 주말에 열리기 마련이니, 행사가 많아지면 저희는 일이 많아지는 셈이지만 평일에 취재를 다닐 때와 달리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쉬운 건, 거의 모든 행사가 비슷하다는 겁니다. 다들 모여서 행사 시작을 알리고 여러 가지 이벤트와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음식들을 준비하고 추첨을 통해 경품을 나눠주고.

이런 이벤트들을 통해서 다른 캠퍼들의 캠핑 요리를 맛보거나 새로운 레시피를 배우기도 하고, 텐트나 타프를 바르게 혹은 빠르게 치는 노하우를 익히기도 합니다. 아쉽다는 건, 캠핑을 테마로 한 행사들이 많아진 만큼 다양성도 갖추었으면 좋겠다는 겁니다. 너 같으면 어떻게 할 건데? 반문하시겠지만, 저도 아직 명확한 그림은 없습니다. 다만 단편적인 예를 들자면, 언플러그드 캠핑을 하는 거죠. 사나흘 정도 전기를 사용하지 않고 캠핑을 합니다. 물론 가스 랜턴도 있고, 헤드 랜턴도 있어 전기 없이도 캠핑장의 밤은 환할 수 있겠지만, 되도록 인공 조명은 사용하지 않는 겁니다.

왜냐고요? 해가 지면 자고 해가 뜨면 일어나는, 자연 상태의 인간으로 며칠 살아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입니다. 예전에 친구들끼리 장난 삼아 해본 적이 있었는데, 꽤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다고 명상하듯 차분한 캠핑을 즐긴 건 아니었고, 술을 조금 빨리 마시기 시작했습니다. 촛불 정도는 너그럽게 자연 조명으로 봐줬고요. 가장 좋았던 건, 부러 일찍 일어나지 않고도 편안한 몸과 마음으로 어둠부터 여명, 일출까지 즐길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이즈음의 캠핑장에서는 사실 불가능하죠. 하지만, 우리가 캠핑을 떠난 건, 일상의 플러그 한 번 뽑아보자고 떠난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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