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이야기 | 나일론 ①
소재이야기 | 나일론 ①
  • 글 강다경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4.04.22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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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LON HISTORY

MATERIAL NYLON
현재 텐트에 쓰이는 원단은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면으로 나눠 얘기할 수 있다. 국내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대형 텐트는 폴리에스테르를 이용한다. 면은 무겁지만 숨을 쉬어 결로가 생기지 않고 쾌적하다는 이유로 선호되기도 한다. 나일론은 가볍고 질기며 탄성력이 크고 산성 물질과 충해에도 잘 버틴다는 팔방미인과도 같은 특징으로 인해 소형 텐트와 의류뿐 아니라 낙하산, 낚싯줄, 어망, 배드민턴 라켓 줄 등 산업 전반에 활용되고 있다. 백패킹용 텐트 원단은 대부분 나일론이다.

텐트 태그를 살펴보면 실리콘이나 폴리우레탄으로 코팅된 립스탑 나일론이란 설명을 종종 볼 수 있을 것이다. 탄생된 지 100년도 안 돼 백패킹에 없어서는 안 될 동반자가 된 나일론은 석유부산물에서 원사를 뽑아 생지로 제직한 뒤 염색과 후가공을 거친다. 재미있는 사실은 외국 브랜드라고 알려진 바우데, 노르디스크, 힐레베르그, 피엘라벤, 잭울프스킨, 노스페이스, 시에라디자인 등의 텐트 원단은 국내에서 후가공까지 이루어진 뒤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보내져 바느질된다는 것이다. 데니어 수치가 낮은 나일론에 실리콘 코팅을 해 무게는 낮추면서도 강도를 높이는 것이 현재 텐트 패브릭의 트렌드다. 텐트 외에도 의류, 침낭, 액세서리 등 아웃도어 전반에 널리 퍼진 나일론을 들여다보자.

NYLON HISTORY
1세기만에 섬유 역사를 바꾸다
나일론은 1938년 세상에 나왔다. 듀폰 파이버 실크사(듀폰사)에 소속돼 무한대 예산으로 독립 연구를 제안 받은 유기 화학자 월리스 캐러더스에 의해서였다. 이전까지 천연섬유인 비단을 대체한 합성섬유 레이온이 있었으나 레이온은 수분을 흡수하면 느슨해지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한, 인간이 만든 섬유 중 가장 비단에 가까운 대체제가 나일론이었다. “거미줄보다 가늘고 실크보다 아름다우며 철사보다 질긴 실이 나왔다. 기적이다.” 나일론이 처음 탄생했던 1938년 2월 당시의 신문 기사다.

나일론 탄생에는 몇몇 일화가 있다. 1928년부터 천연중합체의 생산 방법을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으나 인공중합체 섬유 생산이라는 원래 목적에는 접근하지 못했던 캐러더스는 우연히 동료들이 폴리에스테르 덩어리에 유리 막대를 집어넣어 잡아빼며 실을 만드는 것을 보게 된다. 누가 가장 긴 실을 만들 수 있는가라는 이 장난스러운 내기에서 영감을 얻은 캐러더스는 폴리아미드로 똑같은 실험을 해 나일론을 얻어냈다. 폴리아미드란 중합체 단위들이 아미드(-CONH-)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뜻으로 결합 구조가 비단과 유사하다. 이때 캐러더스가 발명한 것은 나일론66(더블식스)였다. 분자 아디프산과 다이아미노헥세인이 각각 6개의 탄소를 갖고 있어서 붙은 이름이다. 이외에도 나일론의 종류는 다양하나 나일론6, 나일론66가 합성섬유로 주로 응용되고 있으며 나일론66가 내열성이 높으며 고강력, 고강도이다.

나일론은 칫솔모로 처음으로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1939년에는 비단 같은 광택에 내마모성이 강하다는 이유로 스타킹으로 제조돼 6400만 족이 팔렸다. 당시 뉴욕타임즈에는 나일론 스타킹을 사기 위해 줄을 선 여성들의 모습이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나일론을 발명한 캐러더스는 자신이 발명한 이 기적 같은 섬유의 히트를 목격하지 못한 채 1937년 시안화물을 삼키고 먼저 세상을 떠났다.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며 나일론은 낙하산을 비롯해 다양한 군용 제품에 이용되었고 전쟁이 끝나자 다시 민간으로 돌아와 의류, 양탄자, 돛 등으로 변신했다. 국내에 나일론이 소개된 것은 1953년 일본으로부터 수입해서고, 1962년 8월 한국나일롱(주)가 나일론F공장을 가동하며 화학섬유 산업이 시작되었다. 이로써 국내 의류 산업 전체는 획기적인 변환기를 맞게 된다.

나일론으로 만들어진 최초의 텐트에 대해 조사해봤으나 정확한 답은 찾기 어려웠다. 그러나 외국 웹사이트를 뒤지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 이후 전쟁물자로 만들어진 다양한 생활용품이 민간에 저렴하게 공급되었으며 낙하산 천에 이용되던 나일론으로 만든 텐트 역시 이 중 하나였다는 기록이 나온다.

기록자는 다양한 색 천을 꿰매 만든 이 텐트를 1950년대 초반에 사용하였다고 한다. 내구성이 강해 거친 환경에 적응하기 쉬운 나일론이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아웃도어 용품에 이용되었으리라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촬영협조 선텍스타일, 명선실업, 거성산업자재, 금광하이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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