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에만 있냐? 서울에도 있다!
홍콩에만 있냐? 서울에도 있다!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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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속살 톺아보기 | ⑦ 동대문 야시장

▲ 동대문의 랜드마크 <평화시장>과 <두타>. 각각 도매시장과 소매시장을 대표한다.

열대야 휙~ 날려 보내는 동대문 야시장 구경

그 누가 겨울밤이 길다고 했던가.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나는 이 여름밤은 길이를 가늠할 겨를도 없거늘. 게다가 웬만한 방충제로는 씨알도 안 먹히게 강해진 모기들의 무차별 공격까지 더해지니, 더위와 싸우다 애써 잠들었건만 모기가 남기고 간 흔적에 온몸을 벅벅 긁어대며 새벽녘에 깨기 일쑤다. 더위와 모기로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바다 건너로의 휴가를 꿈꾸지만, 올해도 역시 꿈일 뿐인 그대, 시간도 돈도 여의치 않다고 열 내지 마시라. 더위에 잠도 오지 않는 이 여름밤, 우리에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떠날 수 있는 구경거리와 먹을거리 가득한 동대문 야시장이 있으니.


▲ 동대문 야시장의 대표주자, 도매시장 전경. 밤 9시부터 새벽2~3시까지 절정을 이룬다.
동대문 야시장. 그의 존재는 대부분 알고 있지만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다. 야시장이나 서울시 관계자가 아닌 이상 말이다. 생각해보니 서울에는, 아니 한국에는 이런 곳들이 제법 있는 것 같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기자 역시 동대문 야시장에 가본 적이 없었음을 고백한다. 풍물시장, 벼룩시장 등도 애써 찾아본 적이 없다.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다 만난 적은 있겠지만. 또 만났어도 “웬 시장이 섰네~” 하고 무심히 지나쳤을 확률이 거의 90%가 넘을 것이다. 그래서 더 신경 썼다. 어디 내려서 가야하는지, 언제 문을 여는지 등을 포함해 누구든 동대문 야시장에 첫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찾아라!
우선, 여기서는 동대문 야시장의 정체성을 길거리 노점상 뿐 아니라 오후 8~9시부터 새벽 5~6시까지 영업하는 도매시장, 그리고 오전 10시경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영업하는 소매시장도 모두 포함하기로 한다. 또 ‘새벽시장’이라고 부르기도 하는 모든 시장을 <월간 아웃도어>에서는 모두 ‘야시장’으로 통일한다. 어차피 새벽시장이나 야시장이나 비슷한 시간대를 이야기 하는 것이니 별 상관은 없지만, 이번 서울여행의 목적은 한여름밤의 탈출이기 때문이다. ‘새벽시장’으로의 탈출보다는 ‘야시장’으로의 탈출이 더 그럴듯하지 않은가?

▲ 야시장의 백미인 노점. 각종 이미테이션 제품을 만날 수 있다.
동대문 야시장으로 향하는 길은 지하철 2·4·5호선이 만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내리면서 시작한다. 몇 번 출구로 나와도 찾아가는 데 큰 무리는 없다. 다만 동선을 미리 짜두면 반복되는 걸음을 피할 수 있다. 지하철 1·4호선의 7·8번 출구로 나와서 청계천의 오간수교를 건너와도 된다.

동대문시장에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은 가장 중요한 축이다. 역사문화공원을 중심으로 크게 좌측의 소매시장과 우측의 도매시장으로 나뉘고, 또 야시장 역시 역사문화공원이 생기기전 동대문운동장을 차지하던 풍물시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 도매시장에 물건 떼러 온 소매상인들의 모습, 그리고 지방으로 보낼 제품들이 놓여있다.

지금은 역사문화공원으로 태어난 옛 동대문운동장은 1925년 경성운동장으로 건립되어 서울운동장으로, 또 동대문운동장으로 이름을 바꿔가며 2007년 철거되기 전까지 83년간 서울시민과 함께 해 왔다. 그러던 중, 지난 2003년 청계천 복개공사와 함께 갈 곳을 잃은 황학동 벼룩시장의 상인들이 동대문운동장에 새 터전을 만들면서 풍물시장이 시작된다.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동대문운동장 주변에 옷가지부터 액세서리, 포장마차 등의 노점들이 자리를 잡는다. 동대문 야시장의 본격적인 신호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선거공략 덕분에 동대문운동장은 역사문화공원으로 변신하게 되고, 2007년 공사를 시작하면서 동대문운동장 풍물시장 상인들은 물론 야시장 상인들은 또 한 번 터전을 잃는다. 그리고 2009년, 역사문화공원이 개장하는 사이 동대문 야시장은 역사문화공원을 중심으로 흩어져 자리를 잡는다.

잠들지 않는 야시장의 에너지

▲ 야시장의 메인을 이루는 도매시장에는 소매상인들부터 디자이너, 그리고 구경나온 가족단위 관광객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몰려든다.
대표적인 야시장으로 역사문화공원의 북동방향으로 <동평화시장>과 <청평화시장> 뒤편, 그러니까 광희초등학교 맞은편 서울지방경찰청의 외곽을 따라 도매시장통에 하나,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0번 출구로 나오면 보이는 <라모도> 건물을 중심으로 또 하나가 있다. 시장상인들은 이 둘을 “동대문 야시장의 양대산맥”이라고 부른다. 뿐만 아니라 <헬로에이피엠> <밀리오레> <두타> 건물 앞으로도 옷가지 등과 군것질 거리를 파는 야시장이 늘어선다.

야시장들은 주로 노란 천막을 치고 자리를 잡는데, 덕분에 동대문 시장의 메인 상권인 <두타>를 따라 ‘노타’라고 부르기도 한다. 명품 이미테이션부터 선글라스, 액세서리, 가방, 신발까지 야시장에는 없는 것이 없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빠지지 않고 들른다더니, 늦은 시간임에도 여행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제법 된다.

이들이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소위 말하는 명품 짝퉁. A급 이미테이션은 야시장은 물론 <밀리오레>나 <두타> 등에 입점한 수입매장에서도 찾을 수 있다. 상인들은 “불법이긴 하지만 오래전부터 암암리에 거래가 이루어진데다 관광특구로 자리 잡으면서 적극적인 제재는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으면 “A급 찾느냐”며 다가오는 이들이 있단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살펴보았으니 한 바퀴 돌아보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1번 출구로 나와서 역사문화공원을 끼고 청계천 방향으로 걸으면 건너편으로는 <굿모닝시티>부터 <헬로에이피엠> <밀리오레> <두타>가 보인다. 그 앞으로도 야시장이 열린다. 계속해서 직진하다가 <신평화시장>에 못미쳐 두타 맞은편 골목, 8월 오픈예정인 <맥스타일>을 왼쪽에 두고 우회전 한다. 이제부터 동대문 야시장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도매시장이 시작된다.

▲ 야시장을 구경하다 출출해질 때를 대비한 길거리표 음식들.
오른쪽에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두고 직진하는 길, 몸짓만한 가방을 들고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보인다. 동대문 디자이너들이거나, 도매시장에 물건을 떼러 온 소매상인들이다. <유어스>에 조금 못가 보이는 관광안내소에서 ‘동대문패션타운관광타운특구’ 지도를 챙기자. 안내소 직원에게 이번 쇼핑의 목적(?)을 알리면 큰 도움을 받을 수도 있다. 그냥 돌아다녀도 재미있지만, 알고 돌아다니는 재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유어스> 1층 동대문외국인구매안내소의 하정호 대리는 “예전에는 곱창이며 먹자골목도 군데군데 많았다”며 “경기가 예전만은 못하지만, 그래도 야시장의 열기는 여전하다”고 했다. 궁금한 점이 있다면 이곳에서 약간의 브리핑을 듣길 권한다.

<디자이너클럽> <누존> <에어리어식스> 등 화려한 네온사인이 가득 채우고 있는 도매시장의 공기에는 더위에 눅눅해진 정신을 번쩍 깨게 하는 마법이 섞여있다.

대부분이 잠든 시간 깨어있는 이들이 꾸는 꿈은 어떤 것일까, 하는 궁금증과 함께 푸른 기운이 밀려온다. 새벽,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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