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이야기 | 플라스틱 ③
소재이야기 | 플라스틱 ③
  • 글 서승범 | 사진 김해진 외 기자
  • 승인 2014.03.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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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버려지는가

지구상에는 7개 대륙이 있다.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남과 북의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수사적인 표현이지만 ‘제8대륙’도 있다. 대양에 떠다니는 거대한 플라스틱 쓰레기 더미를 일컫는 말로 ‘뉴욕타임즈’의 표현이다. 플라스틱만 바다를 오염시키는 건 아니다. 바다는 이미 지구의 쓰레기통이 된 지 오래다. 여러 오염원 가운데 플라스틱은 그 절대적인 양 때문에 많은 위험을 초래한다. 잘게 부서진 플라스틱 조각이나 가루들을 작은 물고기들이 먹으면 먹이사슬을 통해 플라스틱이 고스란히 축적된다. 현대사회에서 발생하는 쓰레기 가운데 플라스틱이 유독 많은 것은 다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 1회용 라이터 시장의 절대강자는 오랫동안 ‘불티나’였다. 아직 시장 점유율 1위는 여전히 불티나지만 그 뒤를 맹추격하는 라이터가 있다. 프랑스의 ‘빅 Bic'. 1회용 라이터가 처음 나온 건 1960년대였다. 크리켓이라는 브랜드였는데 볼펜을 만들던 빅과 면도기를 만들던 질레트가 관심을 보였다. 크리켓을 인수한 건 질레트였고 빅은 아예 빅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1980년대, 우리가 알다시피 승리는 빅의 것이었다. 빅의 승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1회용 라이터라는 물건이 일상적인 소모품이 되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공짜로 받던 성냥 대신 돈을 주고 사는 라이터를 받아들였다. 그때나 지금이나 라이터를 사는 몇 백 원의 돈이 가장 아깝다고 엄살을 부리지만 싸게 사서 부담없이 쓰고 편하게 버리는 물건의 매력은 엄청났다. 해변가에 몰려드는 쓰레기들 가운데 가장 흔하게 발견되는 것이 1회용 라이터들이다.

플라스틱은 어떻게 버려지고 있고 어떻게 버려져야 하는가. 유럽 플라스틱 생산자 협회가 내놓은 통계자료가 재미있다. 유럽에서 생산되는 플라스틱은 5천7백만 톤이고, 수출과 수입을 거친 후 결과적으로 버려지는 양은 2천5백20만 톤이다. 버려지는 플라스틱에 주목하자. 26%가 재활용recycle 된다. 35.6%는 에너지를 만드는 데 활용energy recovery된다. 나머지 38.1%는 어떤 활용도 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쓰레기가 되어 매립된다. 협회는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Zero Plastics to Landfill by 2020'. 2020년까지 버려지는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거나 에너지 생산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다. 매립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지만 현재의 추세라면 2037년에야 ‘0’이 된다. 프로젝트는 17년 당겨 2020년에 플라스틱 매립 제로를 만들자는 얘기다.

이럴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플라스틱의 총량은 8천만 톤. 이를 원유로 환산하면 10억 배럴이고 유로화로 환산하면 700억 유로다. 참고로,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올해 세계 원유 생산량을 9152만 배럴로 예상했다. 프로젝트만 성공한다면 10년 동안 원유를 생산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플라스틱 생산의 20.4%를 차지하는 유럽에서만 프로젝트가 이뤄져도 이 정도라면 전 세계적으로 버려지는 플라스틱을 모두 활용할 수 있다면 엄청난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류를 사랑하기는 쉬워도 이웃을 사랑하기는 어려운 법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당장 줄이자는 것도 아니다. 다만 쓰고 버릴 때 분리수거라도 확실하게 하잔 얘기다. 그 시작은 각 가정과 사무실에서 하는 분리수거다. 우리나라에서 본격적인 분리배출 표시제도가 시작된 건 2012년 7월이었다. 이전에도 폐기물 중 재활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분리하도록 했으나 재질이 영문으로 그것도 잘 보이지 않는 곳에 표기되어 있어 쉽지 않았다. 분리수거율을 높이기 위해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재질을 표기하도록 했고, 플라스틱만 7가지로 분리했던 것을 페트와 플라스틱, 비닐 등 3종류로 나눠 버리도록 했다. 현실은 어떨까. 지난해 6월 환경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분리되지 않고 종량제 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쓰레기는 5년 전보다 오히려 늘었다. 분리수거는 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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