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이야기 | 나무 ③
소재이야기 | 나무 ③
  •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김희진 프리랜서
  • 승인 2014.02.18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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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캠핑의 등장

휴대용 가스레인지와 무쇠 솥, 큼지막한 자칼텐트로 기억되는 70~80년대의 캠핑문화는 등산과 낚시 등 개인적인 아웃도어 활동의 연장선이었다. 한동안 잠잠하던 캠핑열풍이 새롭게 일기 시작한 건 2000년대 초반 주5일제의 시행과 함께 가족단위의 오토캠핑 붐이 일면서부터다.

이제 막 캠핑에 입문한 초보캠퍼라면 한번쯤 혀를 내두를 만큼 캠핑용품이 다양해지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인력보다는 차량을 통한 이동과 혼자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캠핑문화의 정착은 전실을 갖춘 대형텐트와 테이블, 화로대, 릴렉스 체어, 타프와 겨울용 난로, IGT로 설명되는 입식형 주방&테이블 일체형장비 등 수많은 캠핑용품들을 등장시켰다. 한번 이동할 때마다 이사를 방불케 하는 살림살이 수준의 장비들이 차량 짐칸을 가득 채웠고, 주말 캠핑장은 오토캠핑을 즐기는 캠퍼들로 가득했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대한민국 캠핑문화는 오토캠핑이 대세다. 그러나 현 추세는 전보다는 조금 복잡하다. 오토캠핑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더 가볍고 자유로운 캠핑을 추구하는 백패킹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고, 이에 맞춰 기술의 발달과 신소재를 사용해 내구성과 함께 더욱 경량화되고 휴대성이 용이한 제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물론 필요한 모든 장비를 휴대해서 다녀야 하는 캠핑의 특성상 최근 추세야말로 캠핑장비가 지향해야 할 궁극적인 방향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캠핑에 꼭 맞는 정답이 있는 건 아니다. 누구나 자신의 기호에 맞게끔 캠핑을 즐길 권리가 있고, 캠핑 인구가 늘어남과 함께 욕구도 다양해지면서 천편일률적인 캠핑 스타일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감성과 독특한 취향을 고수하는 캠핑문화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그러한 캠퍼들에게 우드 캠핑용품들은 감성캠핑을 완성시키는 일등공신이다. 가장 기본적인 테이블을 비롯해 체어나 쉘프, IGT까지 발을 넓힌 우드 캠핑용품들은 무게와 휴대성, 관리와 보관이 어렵다는 단점을 보완하며 캠핑용품 시장에서 작지만 새로운 흐름을 이끌어내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출시되고 있는 대다수의 우드 캠핑용품들은 중국을 비롯한 해외 공장에서 제작되고 있다. 물론 이들 제품들은 기본적인 AS와 교환은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우드 캠핑용품들이 캠핑장비의 주류가 아닌 터라 세세한 부분까지 캠퍼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반영하는 데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는 게 사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국내에서는 자신들만의 독특한 아이디어와 디자인으로 공방에서 직접 수작업을 통해 우드 캠핑용품을 제작하는 소규모 업체들을 찾아 볼 수 있다. 이들 업체들은 수입산 고급원목과 자재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주문제작까지 가능해 캠퍼들의 즉각적인 기호를 반영하며 감성캠핑용품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비록 그 규모는 제한적이지만 복잡한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아 가격 경쟁력에서도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다.

전 제품을 오로지 수작업으로만 제작하는 원목 캠핑용품 업체 ‘수’는 오크와 물푸레나무를 비롯한 최고급 원목만을 사용하며 미려한 디자인을 갖춘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인디언 텐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우드쉘프는 단순한 조립방식으로 설치가 간편하면서도 원목의 아름다움을 살린 제품으로 특허등록까지 마친 상태다. ‘수’의 여신구 팀장은 “순수원목을 직접 손으로 재단하고 샌딩한 후 내열 우레탄 처리를 하는 자사의 모든 제품들은 공장제품하고는 다른 최고의 마감 상태를 갖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UV코팅으로 내열성을 높이고 비바람에 강한 내구성을 갖춘 제품이 만들어지더라도 야외에서 사용하게 되는 캠핑 장비의 성격상 우드제품들은 태생적으로 불리함을 가지고 있다.

특히 우드의 특성상 동일한 원목을 가지고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사용한 부분에 따라서 어떤 제품은 멀쩡하지만 어떤 제품은 하자가 발생하는 경우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큰맘 먹고 장만한 우드 캠핑용품이 1~2년도 안돼서 못쓰게 된다면 단순히 감성캠핑이라는 명목으로 고가의 장비를 장만하기는 꺼려지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수’에서는 지속적인 무상 A.S.정책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반면에 조립식 우드 캠핑용품을 제작하는 ‘유니크우드’는 전 제품에서 동일한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함으로써 구매한 제품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부품 하나하나가 교환이 가능하다. 또한 서양의 캠핑문화에 맞춘 초창기 우드 캠핑용품들의 디자인에서 좌식생활을 포함한 우리 문화를 고려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IGT와 테이블 등으로 캠퍼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유니크우드’의 박태일 팀장은 “소재로 사용하는 자작나무 합판은 어린이집이나 고급 인테리어 가구 재료로 사용한다”면서 “가격과 강도 역시 일반 합판과는 큰 차이가 있어 조립식이라 내구도에 불안감을 표시하는 캠퍼들의 걱정과는 달리 성인 남성이 올라서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다양한 수요에 맞게 속속들이 우드 캠핑용품들을 제작하는 업체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현재 국내 캠핑용품 시장에서 우드를 사용한 제품들은 이제 막 발걸음을 내딛은 상태다. 시장규모도 그리 크지 않고 앞으로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캠핑이 사라지지 않고, 단조로운 오토캠핑에서 벗어나 자신의 개성을 살린 감성캠핑을 즐기려는 캠퍼들에게 우드 캠핑용품들은 결코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다.

캠핑 가구 관리법
기본적으로 우드 캠핑용품들은 집안에서만 사용하는 가구들보다는 내구성이 좋은 편이다. 그러나 우드의 특성상 날씨에 따라 수축과 팽창을 반복하고 특히 장마철에는 그 정도가 심해진다. 가장 우선적으로 젖은 상태에서 보관하는 것은 금물이다. 수납가방을 이용하더라도 나일론 원단으로 된 수납가방보다는 면으로 된 수납가방을 사용하는 것이 좋고, 항상 그늘지고 건조한 곳 벽면에 기대어 놓고 사용하는 편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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