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보령 ⑤ 삶길
Korea Travel|보령 ⑤ 삶길
  • 글 박성용 기자|사진 김태우 기자
  • 승인 2013.11.12 1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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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대하가 대풍이라 대박났어유”
무창포 어촌계 사람들

“이 놈이유? 배탱이라고 하는데, 세상에서 가장 맛없는 물고기에유.”

▲ 그물로 잡은 자연산 대하는 일일이 손으로 따야 한다.

무창포 어촌계 위판장 앞 공터. 그물에 걸린 생선을 따고 있는 아주머니 한 명이 고무대야를 가리켰다. 대야에는 몸통이 날렵한데다 생김새는 숭어와 비슷한 배탱이 두 마리가 박대, 꽃게, 바닷가재, 잡고기 등과 함께 뒤섞여 있었다. “어떤 맛이냐?”고 묻자 옆에 있는 할아버지가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난처한 듯 웃음 섞인 표정을 지었다. 앞쪽에서 생선을 따고 나가면 뒤에선 뜯어진 그물을 손질하는 호흡이 척척 들어맞았다. 따가운 햇볕을 가리느라 챙이 넓은 모자와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아낙들은 기자의 질문에 대답을 하면서도 손은 멈추지 않았다.

▲ 올해는 여느 해보다 대하가 풍년이다. 작년 대비 10배에 달할 정도로 어획량이 늘었다.

대하·전어축제가 열리고 있는 무창포항은 어민과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수시로 드나드는 어선마다 대하가 가득 들어 있었다. 근래 보기 드문 대하 풍년에 어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작년엔 어선당 대하 어획량이 하루 10여kg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100kg 안팎에 달한다. 보령 앞바다에서 잡히는 자연산 대하의 크기는 평균 20cm가 훌쩍 넘어 식도락가들에게 인기가 좋다. 다른 지역의 대하보다 크고 맛있어 상품 가치가 높다. 자연산은 그물에 걸려 올라오기 때문에 살아 있는 것들은 보기 힘들다.

▲ 갓 잡아 올린 싱싱한 꽃게.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팔려나간다.

다른 지역보다 크고 맛있어 인기 좋아
“대하가 풍년이지유. 작년엔 1kg에 6~7만원씩 했는데 올해는 4만원 정도 나가유. 할머니, 2만원에 다 드릴 테니 저기 위판장에 가서 큼직한 박스 하나 갖고 오슈.”

마을 아주머니 한 분이 막 따낸 잡고기들이 수북하게 담긴 대야를 손으로 가리키며 가격을 물어보자 그물을 깁던 어부가 통 크게 나왔다. 후한 인심에 아주머니는 흥정도 붙이지 못하고 박스를 구하러 나섰다. “새벽부터 고생하시면서 잡은 물고기인데 2만원이면 너무 싸지 않느냐”고 하자 “할머니가 집에서 찬거리로 드시겠다는데 많이 받으면 쓰겠냐”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 새우는 싱싱할수록 달다. 무창포 새우가 맛있는 이유다.

무창포항은 소형 어선들이 드나드는 작은 포구이지만 활력은 여느 관광지 못지않은 곳이다. 무창포해수욕장과 붙어 있고 물때에 따라 갈라지는 바닷길을 구경하기 위해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부력식 가교를 설치해 어선들을 정박시키고 있다.

“양식 새우와 대하는 종이 달라유. 양식은 몸통이 검지만, 자연산은 뽀얗고 발끝이 붉어유. 크기는 자연산이 더 크쥬.”

살이 통통하게 오른 대하는 가을 햇살을 받아 몸통이 투명하게 비췄다. 크기는 양식산 새우와 비교가 안 될 만큼 컸다. 취재팀이 대하 크기를 보고 놀라워하자 아주머니 한 분이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 정도는 암것도 아녀유. 대하 큰놈을 못 봐서 그렇지 엄청나게 크구만유. 조금만 기다리면 배들이 들어올 텐데 그때 구경해 보세유.”

▲ 다시 바다로 나가기 위해 채비 중인 어선. 보통 하루에 2번 바다로 나간다.

입항하는 배를 기다리는 동안 수산물시장을 둘러봤다. 어촌계원들이 운영하는 무창포 수산물시장은 수산물(15개)를 비롯 건어물(3개), 식당(4개), 매점(1개) 등 모두 23개에 달하는 가게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이날 시장에서는 대하 1kg 3만5000원, 꽃게 1kg 2만원, 구이용 전어 10마리가 1만원에 거래되었다. 1층에서 구입한 수산물은 2층 식당에서 먹을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무창포 수산물시장 규모는 작지만 주말마다 관광객들로 붐비는 알찬 시장이다. 손님에게 한 마리라도 더 팔려는 상인들과 가격을 물어보는 관광객들의 목소리가 뒤엉켜 시끌벅적했다.

▲ 출항을 기다리고 있는 어선들.

무창포 어촌계 최미용 과장은 “우리 어촌계 소속 어선은 20여 척 되는데, 요즘 하루에 들어오는 대하 물량이 1.5톤에서 2톤가량 된다”며 “봄에는 주꾸미, 가을에는 대하가 유명하다”고 설명했다. 시장을 빠져나와 등대가 있는 방파제 쪽으로 걸어갔다. 등대 아래쪽 바다와 잇닿은 계단에는 강태공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뜸한 입질에도 조급해하지 않는 그들은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는 깊어가는 가을의 한 자락을 붙들고 싶은 심정이 먼저일 터. 어선 한 척이 조업을 위해 바다로 나가고, 잠시 후 꼬랑지에 흰 포말을 단 또 다른 배가 포구로 향하고 있었다.

▲ 배에서 끌어 올린 그물은 여럿이서 함께 작업한다.

계류장으로 발길을 돌렸다. 포구에 들어온 배는 백마호. 갑판에 놓인 커다란 대야 두 개는 한눈에 봐도 만선이다. “사진 좀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자 선주 아저씨는 대뜸 기자에게 밧줄을 던졌다. 카베스통 매듭으로 말뚝에 고정시켰다. 요즘 배를 타는 사람들이 드물어 부부가 조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백마호도 부부가 작업을 하고 있다.

▲ 백마호가 갓 잡아온 꽃게. 크레인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 무창포 수산물시장은 23개에 달하는 가게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20여 어선들이 하루에 2톤가량 잡아
선주 아저씨는 뭍으로 올라오자마자 계류장에 설치된 크레인을 움직였다. 이 크레인으로 물고기가 들어 있는 대야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대야에는 몸통이 사람 얼굴만한 꽃게로 가득 찼다. 주변에 사람들이 우루루 모이더니 실한 꽃게를 보고는 탄성을 질렀다. 꽃게는 손수레에 실려 위판장 수조로 향했다.

위판장 앞에서 대하 안주에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는 어촌계 사람들을 만났다. 어촌계 중매인 김병호씨는 “무창포는 배에서 바로 들어오는 산지죠. 항구와 시장이 100m도 안 될 만큼 가까워 그만큼 수산물이 싱싱한 것이 매력”이라며 “올해는 십 몇 년 만에 찾아온 대하와 꽃게 대풍인데, 11월 초면 대하 시즌이 끝나니까 그전에 맛을 보러 오시라”고 말했다.

▲ 무창포 포구에서 들어오는 배를 기다리던 취재진. 멀리 다가오는 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옆에 있던 이종길씨도 한마디 거들었다. “시간나면 석대도 가두리 낚시터로도 놀러오라”고 당부했다. 신비의 바닷길과 이어지는 석대도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낚시터로 주꾸미와 우럭이 많이 잡힌다고 한다. 이종길 사장은 “배를 타고 들어가는 가두리 낚시터는 바닥에 인공어초를 설치해 물고기들이 많이 모이는 포인트”라며 “자연산 물고기를 즉석에서 회를 떠서 먹을 수 있게끔 시설을 갖췄다”고 자랑했다. 해상낚시터는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된다.

▲ 한 배 가득 수산물을 싣고 들어왔던 배는 정비를 마치고 다시 바다로 나간다.
최미용 과장은 “자연산 대하는 그물에 걸려 올라오자마자 죽는다”며 “관광객들은 살아 있는 새우를 좋아해 축제장에서는 양식인 흰다리새우를 판다”고 했다. 최 과장은 “자연산은 맛이 좀 팍팍하고 양식은 부드럽고 식감이 좋은 게 사실”이라며 “그래도 자연산을 찾는 사람들은 비싸더라도 대하를 먹는다”고 설명했다.

무창포 즐겨찾기
- 석대도 해상
무창포에서 색다른 체험을 즐기려면 웅천읍 관당리 석대도 앞바다에 설치된 해상낚시터를 찾아가자. 바닥에 인공어초를 설치해 물고기들이 많이 모이는 포인트로 자연산 우럭을 잡아 즉석에서 회를 떠서 맛볼 수 있다. 배를 타고 들어가는 낚시터로 주말과 휴일에만 운영한다.

양식장 면적은 0.5ha로 체험료는 성인 3만원, 어린이 1만5000원이다. 체험 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까지다. 낚싯대는 각자 챙겨야 하며, 낚시터에는 화장실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있다. www.mbeach.co.kr / 041-936-3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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