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CAMPING|충주 다릿재캠핑장 ①
TRAVEL CAMPING|충주 다릿재캠핑장 ①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10.1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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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익어가는 소리

우리나라 곳곳에 있는 캠핑장의 수는 얼마나 될까? 3~4년 전만 해도 몇 백 단위였으나 이제는 1,000개를 훌쩍 넘어선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는 없다. 지금 이 시간에도 어디에선가 캠핑장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새로운 캠핑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캠핑장 주변의 돌아볼 곳과 맛난 음식도 소개하니 즐거운 캠핑 여행에 보탬이 되리라 생각한다.

▲ 다릿재캠핑장에 밤이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벌써 날씨가 제법 차갑다. 가을이 성큼 다가온 느낌인데, 가을 느낌이 도시보다 한층 더 물씬 풍기는 곳이 있다. 깊은 산 속 캠핑장이다. 아직 나뭇잎이 붉게 물들진 않았지만 캠핑장 곳곳의 강아지풀과 잠깐 발을 담그기만 해도 서늘해지는 계곡, 과수원에서 빨갛게 익어가는 사과에 이미 가을은 깊었다. 이보다 더 캠핑하기 좋은 날이 또 있을까. 이 가을을 오롯이 즐기고 싶어 가벼운 장비 몇 개 챙겨 캠핑을 떠났다. 차를 달려 향한 곳은 충주의 다릿재캠핑장이다. 가을 풍경이 좋다는 소문을 듣고서였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충주호의 풍경도 궁금했고 고구마와 사과가 익어가고 있다는 소식도 한몫했다.

▲ 캠핑장 가을 소경 하나. 살짝 노랗게 익은 강아지풀 어루만지기.
▲ 미니멀 캠핑이니 조명도 최소로 줄여 분위기를 살렸다.

▲ 캠핑장 가을 소경 다섯. 녀석도 캠핑을 좋아하나보다.

전망이 좋을 것, 소나무 그늘이 좋을 것
차를 달려 다릿재캠핑장에 도착했다. 평일이라 한적한 캠핑장, 가장 먼저 할 일은 사이트 정하기. 어디에 텐트를 칠 것인지, 기준이 필요하다. 타프가 있다면 모르되, 없으니 커다란 나무가 있는 곳을 골라 그늘을 누린다. 캠핑장 앞산의 이름이 상산인데, 조림된 소나무가 주는 조망이 좋다. 되도록 그 풍경이 잘 보이는 사이트를 잡기로 했다. 캠핑장 한가운데를 흐르는 계곡은 여름이 아니니 꼭 가까이 할 필요는 없다. 화장실과 취사장은 가까운 것이 좋으나, 사람들이 오가며 지나는 길목이 아니어야 한다.

오붓한 분위기를 위해 편의시설은 좀 멀리 두기로 한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으니 물이 흐르는 경로는 피해야 한다. 사이트는 가장 지대가 높은 곳의 가장 구석, 키 큰 소나무 밑으로 결정. 장소를 잡고 나니 배가 출출하다. 사실 오는 길에 휴게소든 음식점이든 들러 사먹으려 했으나 참았다. 주인장의 전화 때문이었다.

▲ 소나무 아래 신선들 장기 둘 법한 반석이 있었다. 사이트를 여기로 잡은 결정적 이유.

▲ 비 갠 후 나온, 바라만 보아도 개운한 가을 하늘.

“오고 계시죠? 오셔서 식사나 함께 하시죠.”
“아, 아닙니다. 저희 신경 쓰지 말고 드세요. 점심시간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천천히 오세요.”
“아, 예. 고맙습니다. 오후에 뵙도록 할게요.”

주인장 김태영 씨의 목소리는 가라앉지도 들뜨지도 않았고, 정겨웠다. 사이트를 정하고 주인장 내외가 머무는 한옥에 드니 작은 상을 내왔다. 갓 지은 밥과 국, 그리고 나물 반찬들. 염치 불구하고 밥과 국을 더 청해 점심을 맛있게 먹었다.

▲ 캠핑장 가을 소경 둘. 가을 햇살에 잘 여물고 있는 사과.

▲ 가을밤과 비와 캠핑은 제법 잘 어울린다.

미니멀 모드로 시간을 아끼자
다시 돌아온 사이트. 배낭을 풀었다. 배낭에서 나온 짐들을 차례로 늘어놓으니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보여도 2박 3일 동안 의식주를 책임질 장비들이 빠짐없이 모였다. 이 장비들을 배낭 하나에 담았으니, 자동차 트렁크에 차곡차곡 빽빽하게 ‘테트리스 된’ 장비들을 내릴 때에 비해 짐 정리는 훨씬 간단하고 담백하다.

이제 세팅의 시간. 알파인 텐트 2동을 치는 데 남자 1명 여자 2명의 손으로 정확히 15분 걸렸다. 좀더 익숙해지면 10분도 안 걸리겠다. 매트리스는 자충식이어서, 침낭은 펼쳐 두면 복원력이 살아나므로 품을 아꼈다. 테이블과 의자라고 해봐야 2~3분이면 족하다. 풀세팅 모드에 비해 1시간 반은 아낀 듯하다. 뿌듯한 건 절약한 시간보다 고스란히 남은 에너지다.

▲ 작정하고 분위기 한 번 잡아봤다. 이게 가을에 캠핑을 떠나는 이유다.

▲ 늦은밤 빗소리에 깨 텐트 밖에 나왔다가 물끄러미 들여다 본 풍경.

미니멀 캠핑은 장비를 줄여 자연과의 거리를 좁히기도 하지만, 캠핑을 위한 준비 시간도 절약해 일상에서 바로 캠핑의 세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한다. 이제 남은 건 오직 캠핑을 즐기는 일뿐, 약간의 독서와 가을을 즐기기 위한 산책을 하기로 했다. 사이트 바로 위에 키 큰 소나무 두 그루가 섰고, 그 사이로 평평한 반석이 있다. 여기에 매트리스 펴고 누워 잠시 독서와 낮잠을 즐겼다.

캠핑장 주변에는 김태영 씨 내외가 가꾸는 텃밭이 있어 철마다 다른 작물들을 맛볼 수 있다. 유기농이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두말할 것 없는 유기농이다. 이처럼 텃밭을 갖춘 캠핑장은 미니멀 캠퍼들에게 참 고맙다. 마트보다 자연의 향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 데다, 먹거리를 현지조달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단, 먹을 만큼만 캐도록 하자.

▲ 캠핑장 가을 소경 셋. 나풀나풀 날아다니는 나비.

▲ 캠핑장 가을 소경 넷. 뒤늦게 꽃을 피운 해바라기.

'투둑투둑' 이튿날 이른 새벽 텐트 플라이를 두들기는 가을 빗소리는 제법 낭만적이었다. 날이 밝은 뒤부터 해가 질 때까지 겨우 숨 돌릴 틈만 주고 내리던 장대비, 텐트 사이로 건너편 능선의 소나무와 물안개를 볼 수 있어서 꽤 좋았다. 빗방울 굵어지자 빗줄기는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빗소리에 부침개 생각이 간절해 감자와 부침가루 사러 가려는데, 전날 점심을 챙겨주었던 주인장이 “생각 있으면 감자전이나 좀 맛보시려우?”하며 텐트를 찾았다. 덕분에 우중캠핑은 낭만적이기도 했지만 맛깔스럽기도 했다.

마지막 날은 해가 쨍하게 떴고, 궂은 날은 궂은 대로, 맑은 날은 맑은 대로 나름 괜찮은 가을의 두 얼굴을 즐길 수 있었다. 자연 쪽으로, 가을 속으로 한 뼘쯤은 다가선 것 같다.

▲ 캠핑에 기타라면, 미니멀 캠핑에는 우쿨렐레.

▲ 배낭 하나에 꾸려온 캠핑 장비들. 사흘 동안 부족함이 없었다.

다릿재농원 캠핑장
제천과 충주를 연결하는 다릿재 터널 근처에 있는 캠핑장. 리빙쉘 60동 정도를 칠 수 있는 규모로, 파쇄석이 깔린 A~E 사이트로 이루어져 있다. 취사장과 화장실, 샤워장 등 부대시설이 깨끗하고 좋다. 캠핑장 가운데로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있고 캠핑장 건너편으로 보이는 상산 소나무의 운치가 좋다. 부근에 사과 과수원이 있고 고구마, 옥수수 등 농작물도 재배하고 있어 체험 활동이 가능하다.

상산 임도를 따라 산책로가 나 있으며 송강저수지에서 겨울에는 빙어 낚시도 할 수 있다. 산악자전거를 탈 수 있는 코스와 승마 코스가 주변에 있다. 오청산, 천등산, 지등산, 인등산 등의 등산로도 가깝다. 캠핑장 주인장인 김태영 씨는 캠핑장에 한옥을 짓고 사는데, 우리 술에 워낙 관심이 많아 막걸리, 청주 만들기 체험과 두부 체험도 할 수 있다.

홈페이지 : cafe.naver.com/darijaefarmcamping
주소 : 충청북도 충주시 산척면 송강리 765-4
문의 : 010-5344-7412 / 070-4107-7412
이용요금 : 4인 기준 28,000원(전기 포함), 성수기(7.15~8.30) 35,000원.
이용시간 : 12시 30분~이튿날 12시 (탄력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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