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톡톡 | 최영규 오디파크 대표
브랜드 톡톡 | 최영규 오디파크 대표
  •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9.25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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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노하우요? 산이 가르쳐줍디다”

▲ <몬테인>과 <로얄로빈스>를 국내에 전개하고 있는 오디파크 최영규 대표. 몬테인은 초경량 고기능 소재의 테크니컬 아웃도어 제품을 끊임 없이 개발하고 있으며 로얄로빈스는 편안하고 세련된 스타일의 캐주얼 아웃도어를 지향하고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산을 탔다. 산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암벽을 탈 때는 언제나 톱으로 나서길 주저하지 않았고 그 성취감에 흠뻑 빠졌다. 하지만 대학교 2학년 겨울, 설악산 토왕성폭포 빙벽을 오르다 사달이 났다. 40m 아래로 추락한 것. 사고의 후유증은 심각했다. 다리골절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동상 걸린 오른쪽 발가락 5개를 모두 잘라내야만 했다. 산에 미쳐 산 지 5년 만의 일이었다.

그렇게 산을 오르다 부상을 당한 청년은 지금 연매출 350억 원 규모의 아웃도어 업체를 거느린 수장이 되어있다. 최영규 오디파크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발가락 5개를 가져간 산이 미울 법도 한데 그는 계속 산과의 인연을 놓지 않고 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트라우마로 남았을 산, 그는 오히려 지금의 자신을 만든 8할이 산이라 말한다.

최 대표는 대학 졸업 후 섬유공학 전공을 살려 (주)코오롱에 입사했지만 입사 1년이 되기도 전에 실 뽑는 일은 영 적성에 맞지 않음을 느꼈단다. 그리고는 과감히 코오롱스포츠로 이직을 감행했다. 그는 “당시에는 같은 계열사긴 했지만 이직을 하기 위해선 퇴사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산을 뛰어다녔던 내게는 코오롱스포츠가 훨씬 적성에 맞았고 용품기획과장직을 마지막으로 7년간 일했던 직장을 나와 내 사업을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최 대표가 처음 전개한 브랜드는 일본의 <몽벨>이었다. 그런데 이 몽벨과의 인연은 그가 다리를 다치기 전 산에 푹 빠져 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산학동지회’ 회원 세명이 인수봉과 주봉을 오르기 위해 찾아왔고 최 대표가 그들의 가이드를 맡았다. 그들과의 연은 계속 이어졌는데 셋중 한 명이 몽벨 동경지사장을 맡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최 대표는 코오롱스포츠에서 쌓아온 상품 기획 노하우를 살려 한국인 체형에 맞는 라이선스 제품을 생산하며 사업 기반을 닦아 나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 최 대표의 의지대로 회사를 이끌어 나갈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본을 얼마나 투자하느냐, 배팅을 얼마나 더 할 수 있느냐로 사운이 왔다갔다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대기업의 물량공세에 싸워 이기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최 대표는 결국 친자식처럼 키워온 몽벨의 한국 라이선스권을 LS네트웍스에 매각하게 된다.

산에서 배운 도전 정신과 환경 적응력
몽벨을 매각한 그는 다시는 아웃도어 제품을 취급하지 않으리라 다짐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쩔 수 없는 산꾼이었다. 암벽등반을 하면서 톱만 섰던 기질을 숨길 수 없었다. 위험 부담이 클지라도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야 직성이 풀렸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 얻는 성취감은 그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들었다. 그러니 해외 아웃도어 쇼에 나가면 ‘물건이다’ 싶은 브랜드가 계속해서 눈에 밟힐 수밖에 없었다.

최 대표는 “<몬테인>은 해를 거듭할수록 제품들이 확실히 좋아지고 있었다”며 “기존에 전개했던 몽벨에 비해 색상이나 디자인도 훨씬 진취적이고 한국인 취향에 맞았다”고 말했다.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실제로 몬테인 본사 대표는 나이도 젊고 사고방식도 유연했다고. 최 대표는 유럽체형의 오리지널 디자인을 한국인 체형에 맞춰 생산하자고 설득했고 몬테인 본사는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다. 그런 수락 뒤에는 대만과 홍콩에 있는 몬테인 생산공장을 수도 없이 들락날락 거린 최 대표의 끈기와 노력이 있었다.

최 대표는 “몬테인이 테크니컬 라인을 맡고 있다면 로얄로빈스는 대중적이고 편한 느낌의 캐주얼 라인을 담당하고 있다”며 “한국 시장에서는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미국을 대표하는 아웃도어 브랜드인 만큼 충분히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캠핑 붐에 맞춰 편안한 느낌의 캠핑 웨어 콘셉트로 홍보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암벽 등반 때 톱에 서면서 성취감과 목표의식을 배웠고 비박을 하면서 극한 상황에 대처하는 적응력을 배웠습니다. 산에서 만난 인연들은 저를 지금의 위치로 끌어올려 주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산에서 받은 것을 고객에게 돌려주기 위해 오디파크를 아웃도어 문화공간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앞으로 지방 산행을 위한 버스 운행, 자전거 투어 기획, 산악동호회 사진전을 위한 공간 제공 등 여러 행사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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