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packing | 문암길 ③ 캠핑하기
Backpacking | 문암길 ③ 캠핑하기
  • 글 서승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9.23 1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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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잡는 더위, 여름 잡는 물놀이…냉장계곡쉼터 야영장

▲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시작한 ‘전쟁’. 오랜만에 죽기살기로 놀았다.

미산계곡 곳곳의 작은 야영장들을 돌다가 냉장계곡쉼터 야영장을 찾았다. 래프팅을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라서 캠핑할 생각은 못했는데, 물가에 텐트 칠 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사이트는 많지 않다. 6~7동 칠 수 있는 규모다. 작은 텐트 두어 동 칠 생각이라서 커다란 캠핑장보다 오히려 좋겠다 생각했다. 무엇보다, 몇 걸음만 가면 물가였다.

▲ 휴가철이라 사이트를 잡고 텐트를 쳐두고 트레킹을 떠났다.

▲ 요즘은 구조가 간단해 처음 접하는 이도 쉽게 텐트를 칠 수 있다. 미영이도 텐트치는 건 처음이었지만, 곧잘 쳤다.
▲ 냉장계곡쉼터 야영장에 밤이 찾아왔다.

트레킹을 마치고 캠핑장에 도착하니 거의 7시가 다 되었다. 텐트는 미리 쳐두었으니 남은 것은 캠핑을 즐기는 일뿐이었다. 삼겹살의 향기가 괴로웠던 선문식 형님은 숙련된 손놀림으로 한우를 굽기 시작했다. 제이미는 말레이시아에서 꽤 이름이 난 블로거다. 홈페이지(www.jamieliew.com)를 보니 캠핑장 나들이 말고 진짜 캠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는데, 무척 재미났나 보다.

우리가 친 1인용 귀여운 텐트에도 반한 모양이다. 우리나라 음식을 좋아해서 맛난 음식을 먹으면 블로그에 포스팅을 하는데, 잘 익은 한우에 생와사비를 얹어 먹어보고는 엄지손가락을 세웠다. 이튿날 아침에도 우리는 고기를 구웠고, 한 점 남김없이 다 먹어치웠다. 조금 과하다 싶게 보충한 체력을 소진할 차례.

▲ 캠핑장의 밤은 이런 거다. 이 세 사람은 이날 처음 만났다.

▲ 비 그치고 해가 뜨자 타프에 나뭇잎들이 살랑거렸다.

천국의 전쟁
시작은 좋은 의도였다. 달궈진 길에 올라서기 전에 물놀이로 몸이나 좀 식히자는 뜻도 있었고, 물놀이하는 장면을 촬영하는 것도 괜찮겠다는 계산도 있었다. 무엇보다 튜브를 타고 노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렇게 맑고 유쾌할 수가 없었다. 별 거 있냐, 놀고 가자.

처음엔 발로 참방거리며 서서 하는 손씨름으로 분위기를 달궜다. 남자들의 경쟁은 늘 도를 넘어선다. 특히나 젊은 여성 관객이 보는 앞이라면. 준용 형님의 옷이 등 쪽에서 시원하게 찢어졌다. 입수는 자연스러운 수순. 미영이와 제이미도 아마 곧 입수하게 될 운명이라는 건 알았을 것이다. 다만 그 때를 늦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거나 처량한 눈빛을 보였을 뿐.

▲ 텐트가 작아지면 다른 장비들도 함께 작아진다. 랜턴도 작은 가스등 하나면 밤을 보낼 수 있다.
▲ 아침에 갑자기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급하게 타프를 쳤다. 캠핑은 처음인 제이미는 타프란 녀석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했다.

▲ 말레이시아의 파워블로거이자 모델 활동도 함께 하며 공부도 하는 대학생 제이미.

10분 후. 모두들 눈빛이 달라졌다. 빠트리지 않으면 빠질 수밖에 없다는 현실을 모두 깨닫고 손과 발에 힘이 들어갔다. 편을 갈라 가깝게 마주 서 물싸움을 벌였다. 넘어지거나 고개 돌리면 지는 거다. 그깟 물방울 좀 맞으면 그만이지, 생각했다. 내 생각은 번지가 한참 틀렸다. 물속에 완전히 풍덩 빠져서 죽기살기로 신나게 놀아본 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30분 후. 다들 지쳤는지 전쟁 같은 물놀이에는 심드렁하다. 물가에 앉아 모래성을 쌓기도 하고, 야트막한 물에 누워 하늘을 구경하기도 했다. 다시 한 시간쯤 흘렀을까?

아침에 고기와 과일로 채운 배도 꺼지고 텐트 걷고 정리할 일과 서울 돌아갈 일도 조금씩 걱정이 되었다. 물에서 나와 나뭇잎 그늘 하늘거리는 타프 아래 앉아 수박을 한 입씩 먹었다. 이제 짐을 정리하고 돌아갈 시간. 차린 짐이 조촐해서인지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이번 여행에서 처음 만난 선문식 형님과 제이미는 언제 다시 만날지 모른다. 준용 형님과 미영이 역시 연락은 주고받지만 만난 것은 꽤 오랜만이다. 그래도 우리는 기꺼이 다음 여행을 약속한다. 친구니까, 함께 캠핑을 즐겼으니까.

▲ 간단한 아침식사. 직후에 물놀이로 먹은 열량 소진시켰다.

▲ 물놀이 후의 수박 한 조각. 사진 왼쪽이 선문식 형님, 오른쪽은 준용 형님.

▲ 남자들은 색깔이 눈에 잘 띄어 팩 잃을 일 없겠다고 했고, 여자들은 색이 예뻐도 너무 예쁘다고 했다.

▲ 놀러 온 처자를 괴롭히는 동네 아저씨들이 아니다. 그냥 물놀이를 하는 거다.

▲ 준용 형님의 옷이 시원하게 찢어지면서 물놀이의 양상은 급격하게 달라졌다.


Tip 냉장계곡쉼터 야영장

물놀이를 물리도록 하고 싶다면
▲ 물놀이를 마치고 널 수 있는 옷들은 죄다 널어서 말렸다.
미산계곡에는 크고 작은 야영장들이 여럿 있다. 합수모래유원지 야영장도 있고, 청솔야영장도 있다. 저마다 장점과 단점이 있으니 직접 가보고 마음에 드는 곳으로 잡으면 된다.

우리가 고른 야영장은 냉장계곡쉼터 야영장이었다. 규모가 너무 크지 않았고, 사이트에는 나무가 그늘을 만들었다. 야영장 옆으로 계곡이 흐르는데, 가까워서 1분도 되지 않아 물에 뛰어들 수 있고, 아이들이 노는 것을 야영장에서 훤하게 볼 수 있다. 물과 사이트의 높이는 2m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가 내려 수량을 늘어도 대피할 시간이 있겠다.

이용요금은 2만5천원. 주차비는 따로 없고 텐트와 타프를 칠 수 있는 공간의 사이트가 주어진다. 우리는 2개의 사이트를 빌려 작은 텐트 3개를 쳤다. 사이트에서 나무계단을 오르면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있다.

시설이 훌륭하진 않지만, 래프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에 샤워시설은 여러 사람이 한 번에 사용할 수 있을 정도다. 캠핑객들은 아침과 저녁에 온수로 샤워를 할 수 있다.

▲ 산과 나무, 계곡을 두루 갖춘 냉장계곡쉼터 야영장.

냉장계곡쉼터 야영장
주소 :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내린천로 2181 (강원도 인제군 상남면 미산리 718-5)
문의 : 033-461-11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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