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에서 | 캠핑이 인기 있는 이유
캠핑장에서 | 캠핑이 인기 있는 이유
  • 서승범 기자
  • 승인 2013.08.12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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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예쁘지만 김태희를 처음 텔레비전에서 봤을 때, 정말 예뻤습니다. 2001년에 영화 ‘선물’에서 이영애의 학생 시절 대역으로 나왔다는데 기억에 없고, 2003년 드라마 ‘천국의 계단’에서 비중이 있었다는데 그건 안 봐서 모르겠습니다. 제대로 본 건 2004년 말에 했던 ‘러브스토리 인 하버드’, 거기서 그녀의 외모는 완벽했습니다.

그 무렵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에서 주가를 날리고 있었죠. 2002년 월드컵으로 존재감을 각인시킨 그는 히딩크 감독을 따라 네덜란드로 갔습니다. 처음에는 부진의 늪에 빠져 고생했지만 이내 극복하고 주가를 올리는 중이었습니다. 야유를 던지던 홈 팬들은 ‘위숭 빠르크’ 라며 열광했죠. 곧 맨체스터에서 퍼거슨의 전갈이 올 예정이었습니다.

그때 어느 인터넷 홈페이지에 누군가 물었습니다. ‘박지성 경기 관람과 김태희와의 데이트, 당신의 선택은?’ 당시로써는 거의 내 존재의 의미를 묻는 질문에 가까웠습니다. 수 천 개의 댓글 중간쯤에 이런 댓글이 있었습니다. ‘그깟 연애질’. 아마도 축구 광팬이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축구는 멀고 여자는 가깝다고 생각하는 남자도 많은 법이죠. ‘그깟 공차기’란 댓글도 이내 달렸습니다. 당사자에겐 절실한 문제라도 문외한에게는 심드렁한 소일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캠핑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너도나도 ‘캠핑캠핑’하는 시절입니다. 캠핑장이 많이 늘었다고 해도 이즈음에 캠핑장을 예약하는 일은 하늘에 별 달기보다 어렵다는 거, 공감하시죠? 이처럼 캠핑이 매번 상종가를 친다고 해도, 누군가에게는 ‘그깟 한뎃잠’일 뿐일 수도 있습니다. 프리랜서로 떠돌 때 ‘어디 들어갈 데 없냐’며 걱정하시던 어머니도 캠핑 잡지를 맡게 되었다는 소식에는 ‘그럼 또 바깥에서 자면서 돌아댕겨야 허냐’고 되물으셨거든요. 노모가 보시기에 캠핑은 쓸데없는 일일 수 있습니다. 어머니, 남들은 돈 주고 하는 ‘풍찬노숙’입니다. 어쨌거나.

술자리에서 캠핑이 인기 있는 이유를 누군가 물으면 저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쓸데없는 일을 공들여 하면 행복하니까요.” 캠핑이 예술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만, 음악이나 미술 같은 예술의 장르와 비슷하긴 합니다. 밥벌이에 보탬이 되진 않지만, 하면 행복하니까요. 누군가 왜 이 더운 날 캠핑을 가냐고 물으면 애써 답을 찾지 말고 그냥 미소를 지으면 그만입니다. 옆 텐트 조금 소란해도 그저 ‘꽤 신났나보군’ 마음의 공을 들입시다.

우리는 지금 캠핑을 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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