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 TRAVEL|제천 ② 트레킹
KOREA TRAVEL|제천 ② 트레킹
  • 글 채동우 기자|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7.1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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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날 더위 비껴간 자리에 얼음이 주렁주렁
자드락길 3코스…능강교~만당암~취적대~얼음골 왕복 10.9km

▲ 자드락길 3코스 얼음골생태길의 전체구간은 나무 그늘로 드리워져 있고 길가로 능강계곡이 이어져 시원함을 더해준다.

머리 위로 태양이 이글거리고 길거리에는 에어컨 실외기가 열풍을 내뿜는 계절이 왔다. 숨 막히는 도시의 여름에 지친 당신은 어설프게 야외로 나가느니 악순환의 반복인 에어컨을 트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택지에 제천 얼음골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자드락길 3코스 얼음골생태길의 전체 구간은 직사광이 비치지 않을 정도로 나무 그늘이 드리워져 있고 걷는 내내 능강계곡이 이어져 시원함을 더해준다. 여기까지는 일반 계곡 트레킹 코스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 길의 끝에는 다른 계곡트레킹에서 만날 수 없는 신비한 장소 얼음골이 기다리고 있다. 바로 그곳이 다른 트레킹 코스와의 차별점이자 백미다.

▲ 자드락길 3코스 초입의 안내판. 정겨운 충청도 사투리가 여행자를 즐겁게 한다.

▲ 돌탑 구간은 많은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는 곳이다. 꽤 긴 구간 동안 돌탑이 이어져 등산객의 눈을 즐겁게 한다.

▲ 수십 명도 거뜬히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의 만당암.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간단히 도시락을 먹으며 쉬기도 한다.
자연의 손길이 만들어낸 얼음골 와불

자드락길은 2011년부터 조성을 시작해 2012년에 개장한 총길이 58km, 7코스로 이뤄진 트레킹 코스다. 모든 코스는 제천 청풍호 주변의 명소를 두루 돌아볼 수 있게 짜였고 각각 주제가 뚜렷하고 풍경도 달라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런데 이 길의 이름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 걸까?

제천시 문화관광해설사 이순여씨는 “자드락길은 나즈막한 산기슭의 비탈진 땅에 난 좁은 길이라는 뜻”이라며 “국어사전에도 등재된 말인데 요즘 들어 잘 쓰지 않는 단어가 됐다”고 설명했다. 자드락길이 생경한 단어가 됐다는 건 그 길이 많이 없어졌다는 뜻일 테고 사람들의 발걸음도 줄어들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급격한 산업화가 일상 생활 뿐 아니라 언어 생활에도 큰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자드락길 전체 7개 코스 중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1, 3, 6 코스. 그중 여름철에 가장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은 뭐니 뭐니 해도 얼음골을 만날 수 있는 3코스다. 길이 가파르지 않아 가족들이 걷기에도 부담이 없다. 더불어 걷는 동안 만나는 여러 비경덕에 지루할 틈도 없다.

얼음골생태길은 능강교를 건너 왼쪽으로 들어서면 시작된다. 초입에 ‘한여름의 신비 금수산 얼음골’이라 새겨진 바위가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이후 이어지는 길의 주요 장소에도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능강계곡을 따라 20여분을 걸으면 40여 기에 달하는 크고 작은 돌탑을 만나게 된다. 인근에 위치한 금수암의 관봉스님이 등산객의 안전과 통일을 기원하며 정성스레 쌓아올린 탑들이다.

▲ 문화관광해설사 이순여씨가 자신이 발견한 얼음골 와불을 가리키고 있다.

▲ 자드락길 3코스는 계곡을 끼고 걷기도 하고 건너기도 하는데 수시로 돌다리와 나무다리를 지나도록 되어 있다.

돌탑길을 지나 10분 정도 걸으면 계곡 옆으로 수십 명도 거뜬히 앉아 쉴 수 있을 정도의 넓은 바위가 등산객을 맞이한다. 이곳의 이름은 만당암(晩塘岩)으로 중국 당나라 말기 한시에서 인용했다고 전해진다. 만당암에서 위쪽으로 50m즘 떨어진 곳에는 자연이 깎아 만든 신비한 와불이 물속에 누워 있다.

수천 년 동안 쉬지 않고 흐른 계곡물이 만들어낸 조각품으로 문화관광해설사 이순여씨가 최초로 발견했다. 그는 “자드락길 3코스를 개발할 당시 이 주변을 셀 수 없이 돌아다녔다”며 “그러던 중 아주 우연히 물속에 누워있는 형상의 와불이 눈에 들어왔고 이를 ‘얼음골 와불’이라 이름 붙였다”고 발견 당시를 설명했다.

▲ 층층이 돌을 쌓아놓은 듯한 암봉과 좁은 틈으로 자라고 있는 노송이 그 정취를 더하고 있는 취적대.

▲ 구름다리를 건너 500m 가량 더 오르면 얼음골이 나타난다.

날이 더워져야 얼음 열리는 신비의 계곡

얼음골 와불을 지나 계곡 상류에 다다르면 길가 곳곳에서 사람이 살았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1960년대까지 살았던 총 26세대의 화전민 집터다. 이제는 돌담의 흔적만 남아 있고 낙엽송만 무성해 지나는 사람의 기분을 묘하게 만든다.

화전민터를 지나면 능강계곡의 백미 취적대와 취적담이 기다리고 있다. 취적담은 넓은 돌계단위로 물이 흘러내려 넓고도 깊게 물이 고인 모습이다. 계곡 건너편으로는 층층이 돌을 쌓아놓은 듯한 암봉이 보이고 좁은 틈으로 자라고 있는 노송이 그 정취를 더하고 있는데 이곳이 바로 취적대다. 예로부터 능강9곡이라 하여 능강계곡 절경 9곳을 꼽아 아름다운 정취를 즐겼는데 취적대가 그중 가장 마지막에 위치하고 있다.

▲ 취적대 이후 구간은 이전에 비해 가파른 경사로 이어진다.
▲ 얼음골을 마주하고 만나게 되는 샘물. 한여름에도 쩡쩡한 느낌이 들 정도로 차갑다.

▲ 여름이 절정에 다다르면 얼음골의 한기도 최고조에 달한다.

취적대 이후 구간은 이전과 달리 길의 폭도 좁아지고 경사도 가파르게 이어진다. 얼음골을 만나러 가는 마지막 고비라 생각하고 걸으면 물소리가 잦아지면서 자그마한 구름다리가 나타난다. 이 다리를 건너 500m를 더 가면 비로소 너덜지대가 모습을 드러내고 바닥에 쌓인 무수한 돌틈 사이에서 차가운 기운이 흘러나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이곳이 바로 자드락길 3코스의 종착지 얼음골이다.

더운 날씨가 절정에 다다르는 초복이 되면 그제야 얼음이 얼기 시작하는 이 신비한 장소는 예로부터 한양지(寒陽地)라 불리며 한여름에 얼음을 채취하는 곳으로 유명했다. 현재는 과거처럼 주민들이 얼음을 캐지는 않지만 얼음을 캐던 흔적이 여러 곳에 남아있다. 그리고 그 얼음 캐던 장소 바로 앞에 앉으면 에어컨 바람보다 훨씬 차가운 바람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거기에 더해 너덜지대 바로 아래에 흐르는 얼음처럼 짱짱한 샘물을 한 모금 마시면 더위는 온데간데없어진다. 한여름 최고의 피서지가 능강계곡 깊은 곳에 숨어 있는 것이다.

오랜 옛날 얼음골에서 얼음을 캔 지역 주민들은 산삼 모시듯 이끼로 얼음을 싸서 돌아와 가족들과 함께 더위를 이겨냈다고 한다. 냉장고의 얼음과 에어컨의 찬바람이 좋다한들 아버지가 땀 흘리며 캐온 이끼에 쌓인 얼음만 할까. 금수산 얼음골에는 지금도 진심이 느껴지는 찬바람이 분다. 그리고 그 바람은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 얼음골부터 시작되는 능강계곡의 물은 맑고도 차갑다.
▲ 자드락길 3코스는 전 구간에 걸쳐 계곡이 흘러 언제든 탁족하며 쉴 수 있다.

청풍호 자드락길 안내

1코스 작은동산길: 19.3km 청풍만남광장~능강교
청풍호옆 호수길을 걸으며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작은 동산에 오르면 아기자기한 섬 같은 산들과 호수의 수면에 닿는 선들이 그림같이 펼쳐진다.
 
2코스 정방사길: 1.6km 능강교~정방사
금수산 정방사는 절벽아래 제비집처럼 자리하고 있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월악산 영봉과 겹겹이 이어지는 산능선, 호수 아래 황금빛 노을이 장관이다.
 
3코스 얼음골생태길: 5.4km 능강교~얼음골
한여름에도 얼음이 생기는 빙혈을 볼 수 있는 길. 오솔길을 편히 걸을 수 있고 맑은 계곡이 끝까지 이어진다.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즐기는 동시에 내적 평안을 얻을 수 있는 길이다.
 
4코스 녹색마을길: 7.4km 능강교~상천민속마을
봄에는 산수유꽃의 정취가 넘치고 잔달래와 바위 소나무가 어우러진 고향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이다. 솟대문화공간에 설치된 각양각색의 솟대도 볼거리.
 
5코스 옥순봉길: 5.2km 상천민속마을~옥순대교
청풍호와 ‘옥순봉’절경이 펼쳐지는 길이며 호수주변에 쉼터가 잘 조성되어있고 차도 다닐 수 있어 드라이브 코스로 즐길 수도 있다.
 
6코스 괴곡성벽길: 9.9km 옥순대교~지곡리
산삼을 캔 심마니가 적지 않다는 소문이 있을 만큼 자연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는 길.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면 자드락길의 백미를 느낄 수 있다.
 
7코스 약초길: 8.9km 지곡리~울지리말목장
산간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는 구간. 한방도시 제천을 실감하는 향기로운 약초냄새를 만날 수 있고 약초를 직접 캐는 체험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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