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옆 박물관 | 한국만화박물관 & 부천야인시대 캠핑장
캠핑장 옆 박물관 | 한국만화박물관 & 부천야인시대 캠핑장
  • 글 사진 서승범 기자
  • 승인 2013.07.03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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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함께 낄낄대는 캠핑

▲ 한국만화박물관 전경. 이 안에 우리 만화의 거의 모든 것이 있다.

만화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 찾기 힘들고, 기분 좋게 만화를 허락하는 부모 또한 만나기 어렵다. 부모들이라면, 잠깐, 아주 잠깐만이라도, 이불 속에서 불 켜고 <보물섬> 보며 낄낄댔던 시절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얼마나 행복했는지 말이다. 기억을 되살릴 무언가가 필요하다면 한국만화박물관이 ‘딱’이다. 혹시 아는가, 만화도서관에서 잃어버린 동심을 만나게 될지.

▲ 우리 만화 100년의 주요 캐릭터들을 만날 수 있는 만화역사관.

아이들에게는 비밀로 했겠지만, 솔직하게 말해보자. 지금이야 “만화 작작 보고 책이나 좀 봐라”를 입에 달고 살지만, 어렸을 땐 만화 꽤나 보고 다니지 않았던가. 엄마나 선생님보다 만화방 주인 아저씨와 함께 한 시간이 더 많지 않았던가 말이다. 더 중요한 건, 그때 그렇게 만화에 묻혀 끼니도 잊고 낄낄대고 데굴데굴 구르던 때가 참 행복했다는 점이다. 덕분에 우리는 운동장 조회와 국민교육헌장과 오후 5시의 애국가를 견뎌낼 수 있었다. 부천야인시대 캠핑장에서 걸어 5분 거리에 있는 한국만화박물관을 찾았다.

▲ 수많은 걸작을 탄생시킨 만화 작가들의 펜. 허영만 작가의 이름이 보인다.
▲ 누구에게는 역사 속의, 누군가에게는 추억 속의 만화들.





















▲ ‘그때 그 시절’의 만화방을 재현했다.

때론 동심과 웃음으로, 때론 풍자와 저항으로
요즘 만화에 대한 대우가 예전과 달라진 건 분명하다. 많은 드라마와 영화가 만화를 토대로 만들어지고, 다양한 소재와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만화가 나오면서 전문성도 인정받는다. 그렇게 만화는 스스로 자신의 자리를 잡아나가고, 과거의 만화들은 아카이브를 이루면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그 문화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 바로 한국만화박물관이다.

한국만화박물관에 들어가면 일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3층으로 간다. 만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라면 만화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물들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전시실이 바로 3층이다. 3층의 시설은 크게 3가지,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4D 상영관이다. 그중에서도 ‘만화역사관’은 1909년에 시작된 우리나라 만화 역사 100년을 되짚어보는 전시관으로, 3층뿐 아니라 한국만화박물관의 메인 전시관이기도 하다. 개화기 신여성을 풍자한 만화를 비롯해, 일제시대의 만화는 때로는 풍자로, 때로는 비판으로 저항의 칼날을 벼리기도 했다.

▲ 우리나라 만화 붐을 일으킨 만화잡지들.

▲ 만화박물관을 찾은 중학생들. 어느 박물관에서 만난 학생들보다 표정이 밝았다.

▲ 우리 만화의 한 시대를 풍미한 고우영 작가 전시관. 육필 원고와 육성도 만날 수 있다.
▲ 어린이 자료실. 주말이 되면 어린이들로 북적거린다고.





















‘만화역사관’에서 어떤 만화에 눈빛이 반짝거리느냐에 따라 나이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1960년대 반공방첩 포스터가 붙은 만화방 앞에서 발걸음이 떠나지 않는다면 실버세대일 것이고, <임꺽정>과 <수호지>, <삼국지> 같은 중국 고전을 바탕으로 한 만화에 웃음이 난다면 장년층일 확률이 높다. ‘로버트 찌빠’와 ‘독고탁’의 만화를 즐겁게 읽었다면 얼추 사십 줄. 현재 기획전시실에서는 인기 웹툰 ‘다이어터’를 전시하고 있는데, 기획전시가 가장 즐겁다면 신세대이거나 몸집이 크거나 둘 중 하나다. 참고로 기자는 후자 쪽. 말 나온 김에 기획전시 이야기 조금 더. 8월 8일까지 이어지는 ‘다이어터 전’은 만화 속 캐릭터와 생활 속 다이어트 방법뿐 아니라 실제 운동을 해볼 수 있도록 운동기구와 트레이너도 배치했다.

▲ 어린이들이 만화 그리기 체험을 하고 있다.
▲ 인기 만화 ‘마법천자문’의 캐릭터 색칠하기. 1층 체험코너에서 할 수 있다.





















▲ 화면 속 오혜성(까치)과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는 중학생.

▲ 만화자료실. 국내외 만화를 25만 권 이상 갖추고 있다.

아빠와 아이가 함께 ‘만화삼매’
3층 관람을 마치면 경사로를 따라 4층으로 오르게 된다. 4층은 ‘만화체험관’이다. 여기서는 만화를 컨셉트로 꾸민 다양한 체험들이 기다리고 있다. 캐릭터의 얼굴과 머리, 옷 등을 마음대로 꾸밀 수 있는 ‘나만의 캐릭터 만들기’는 어린이와 여자 아이들에게, 무림의 고수 복장을 입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무림의 세계’는 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좋다. 이현세 작가의 ‘까치’ 오혜성과 한판 승부를 벌일 수 있는 ‘외인구단과의 한판승부’는 중학생 남자들에게 최고 인기다. 해봤는데, 생각보다 어렵다.

4층 관람을 마치면 2층으로 내려온다. 3층과 4층에서 만화의 역사와 만화를 테마로 한 체험들을 즐겼다면, 2층은 진짜 만화를 읽는 곳이다. ‘만화도서관’은 우리나라 만화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만화와 만화 관련 논문과 학술자료를 망라한다. 자료 수만 해도 25만 권이 넘는다. 만화 혹은 애니메이션을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으며, 일반 열람실, 아동 열람실, 영상 열람실로 나뉜다. 어쩌면 야인시대 캠핑장에 쳐 둔 텐트를 깜빡 잊을지도 모른다.

▲ 도심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는 야인시대 캠핑장

▲ 그늘은 적은 편이지만, 임대텐트 구역 중앙의 잔디밭은 아이들에게 최고의 운동장이다.

부천야인시대 캠핑장은 캠핑장의 입지만 놓고 보면 그리 탁월한 조건이 아닐 수도 있다. 산의 마루금 대신 아파트 실루엣이 배경을 장식하고, 멀리로 지나는 외곽순환고속도로의 소음이 새소리와 물소리를 대신한다. 물론 거꾸로 생각하자면 멀리 떠날 마음과 시간의 여유가 없을 때 찾을 만하다. 그리고 캠핑의 목적이 자연을 즐기는 것만큼 가족 간의 화목을 도모하는 것이라면, 한국만화박물관은 꽤 탁월한 선택이다.

한국만화박물관
www.comicsmuseum.org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 영상문화단지 내 
문의 : 032-310-3090
운영시간 : 10:00 ~ 18:00
이용 요금 : 일반 기준 5,000원, 가족권(성인 2+어린이2) 15,000원

부천 야인시대 캠핑장
www.bccamppark.kr
주소 : 경기도 부천시 원미구 길주로 1 영상문화단지 내
문의 : 032-236-2584 
이용 요금 : 자가 텐트 1사이트 4인 기준 15,000원, 임대 텐트 1사이트 4인 기준 30,000원. 임대 텐트에는 화덕과 나무 테이블이 포함되어 있다. 전기 3,000원. 15m 정도 연장선이 필요할 수 있다.

▲ 야인시대 캠핑장은 시설을 정비해 지난 5월 초에 다시 문을 열었다.
야인시대 캠핑장은 텔레비전 드라마 ‘야인시대’ 세트장이던 곳을 리모델링했다. 동절기에는 운영하지 않으며 지난 5월 초에 다시 문을 열었다. 텐트를 칠 수도 있고, 이미 설치된 텐트를 이용해도 된다. 자가 텐트 데크 30개, 임대 텐트 48개의 규모. 그늘은 많지 않아 타프가 꼭 필요하다. 이벤트 광장과 잔디광장, 체육시설 등이 갖춰져 있고, 매점도 있다. 캠핑장과 박물관 사이에 카페와 음식점이 있다. 캠핑장 이용객은 한국만화박물관 입장료를 40% 할인 받는다. (성인 기준 5,000원→3,000원)
 
이용 시간은 오후 2시부터 이튿날 12시까지. 주차는 야인시대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데, 1박 2일 기준 2,000원이다. 공영주차장이어서 캠핑 중간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주차료를 다시 내야하니 주의. 짐은 주차장에서 리어카를 이용해 나른다. 리어카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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