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도방구 일본기행|규슈 아소구주국립공원
오도방구 일본기행|규슈 아소구주국립공원
  • 글 사진 그림 김종한|협찬 BMWKJ모토라드
  • 승인 2013.06.05 16: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밀크로드와 귀신빨래판을 아시나요?

아소구주국립공원은 규슈의 여러 자연 명승들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먼저 국립공원에 지정된 곳이다. 유후인과 아소를 잇는 11번 지방도 ‘야마나미 하이웨이’를 따라 달리며 만나는 구주고원 일대 풍경이 아기자기하고 예쁘다면, 아소 일대는 스케일이 커서 그야말로 웅대한 느낌이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아소대분화구는 직경이 무려 30km에 이른다. 대분화구 바깥은 용암이 흘러넘쳐 형성된 고원지대로, 목장이 많아 우유 생산지로도 유명해 이곳을 지나는 길을 ‘밀크로드’라고 부른다. 아소 일대는 현지 오토바이 라이더들이 즐겨 찾는 장소기도 하다.

세계에서 가장 큰 아소대분화구
대관봉에 오르자 둥그런 형태의 대분화구의 모습이 발 아래로 펼쳐진다. 대분화구 가운데 아소산이 불쑥 솟아있고 주변 저지대에 농경지와 아소 시가지가 자리 잡고 있다. 수만 년 전 형성된 대분화구 안에서 화산이 또 솟아올라 아소산이 되고 정상 부근이 또 다시 분화해서 나카다케(칼데라)가 만들어졌다. 이렇게 삼중, 사중으로 진행된 분화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유황연기가 무럭무럭 피어나는 나카다케의 칼데라는 아소를 찾는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명소지만, 유독가스가 분출되거나 화산재를 많이 내뿜는 날에는 접근이 제한되기도 한다.

아소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로드’를 천천히 오르면서 저지대의 시가지와 농경지는 물론 조금 전 올랐던 대관봉을 바라본다. 도중에 만나는 고메즈카(쌀무덤)는 제주도에 흔한 오름의 축소판처럼 생겼는데 꼭 밥그릇을 뒤집어놓은 듯 예쁘다. 옛날 대기근 때 하늘에서 쌀을 내려줘서 사람들이 퍼 갔기에 가운데가 오목하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 유황연기가 무럭무럭 피어나는 나카다케의 칼데라.

나카다케의 칼데라를 살펴본 뒤 미나미아소로 하산해서 다카치호 협곡으로 향하는 다카모리 고갯길로 방향을 잡는다. 새로 난 길과 옛길 중 옛길로 들어선다. 산이 험하고 골짜기가 깊은 탓에 새로 난 길은 터널구간이 많다. 반면에 옛길은 지형에 맞춰서 구불구불 산허리를 돌고 또 돌면서 고도가 높아진다. 좁고 난이도가 있는 길인데도 노면상태가 나쁘지 않다. 새 길이 개통된 뒤에도 꾸준히 관리하고 있는 증거다.

다키치호 협곡은 일본 건국신화가 전해오는 곳이다. 어느 나라든 있는 신화와 마찬가지로 하늘에서 내려온 신인이 인간세상을 구제하고 나라를 세웠다는 내용이다. 오래 전 화산활동에 의해서 형성된 듯, 주상절리가 늘어선 깊은 협곡과 마나이폭포가 어우러진 절경을 보노라면 신화적인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만 하다는 생각이 든다.

▲ 주상절리가 늘어선 다카치호 협곡.

다카치호 협곡을 빠져나와 한참 동진하니 노베오카시에 이른다. 바닷가를 따라 난 국도를 이용해 미야자키시로 남하하는데 차량정체가 꽤 심해서 달리기 불편하다. ‘태평양’이라고 적힌 휴게소로 빠져나와 잠시 숨을 고르는데, 눈앞에 펼쳐진 태평양이 말 그대로 망망대해다. 끝없이 펼쳐지는 바다를 보며 쉬자니 왠지 아득한 기분에 젖어든다. 언젠가 느꼈던 기분인가? 어쩌면 이 기분은 생전 처음인 거 같기도 하다.

▲ 아소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파노라마로드.

빨래판처럼 생긴 바위 ‘귀신빨래판’

상념에 젖어 도로를 달리다보니 해변에 널린 기이한 바위들이 눈에 들어온다. 자로 잰 듯 직선으로 뻗은 바위들이 해수면 높이에 즐비한 모습이 무척 신기하다. 멀리서 보면 꼭 빨래판처럼 생겼다. 그래서 이곳을 ‘귀신의 빨래판’이라고 하나 보다. 역시나 화산활동에 의해 흘러든 용암이 바닷물과 만나서 만들어진 듯싶다. 아오시마섬 주변부터 시작된 빨래판 바위는 니치난 근처 해변까지 한참동안 이어졌다.

일본에는 동서남북 각각에 국토 끝점이 지정돼 있는데, 규슈에 남·서 극점이 있다. 참고로 동·북 극점은 홋카이도에 있다. 최남단 사타미사키에 도착해 주차장에 오토바이를 세우고 주변을 둘러본다. 열대우림에 가까운 나무들이 늘어선 사이에 공중전화 박스가 보인다. 안내문에 ‘최남단 공중전화’라고 적혀있다. 왠지 세상의 끝에 선 듯한 기분에 휩싸인다. 슬며시 전화기를 들어 누군가의 번호를 차례대로 눌러본다. 뚜~

김종한(blog.daum.net/zevra) 허영만의 문하를 거쳐 1990년 월간 <보물섬>에 단편 ‘환상여행’으로 데뷔한 만화가로 <화이팅바람이> <플라잉타이거> <신의 손> 등을 펴냈다. 바이크로 일본을 전국 일주한 <열도유랑 12,000킬로미터>도 출간했다. 바이크 레이스와 투어링을 즐기고 한 때 진돗개 심사위원으로 활동한 경력도 있다.


일본의 가솔린 품질과 가격
BMW오토바이는 한국에서 일반휘발유를 사용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일본에서는 ‘하이옥탄’ 휘발유(고급)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레귤러(일반) 휘발유를 주유하면 엔진이 노킹을 일으킨다. 이유는 일본의 레귤러 휘발유가 한국의 일반 휘발유보다 옥탄가가 낮기 때문이 다. 레귤러 1ℓ당 가격은 155엔 안팎. 하이옥탄은 이보다 10엔 정도 더 비싸다.
 


오토바이 일본투어 출항지
오토바이를 가지고 일본에 다녀올 수 있는 출항지는 부산과 동해 두 곳이다.부산국제여객선터미널은 시모노세키(부관페리), 오사카(팬스타페리), 후쿠오카(카멜리아) 노선이 운행되고 있다.

동해국제여객터미널에서는 DBS크루즈페리가 한국~러시아~일본을 잇는 삼각노선을 운행한다. 오토바이 투어를 다녀올 경우 입출항 항구가 같아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