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길|지리산 구룡폭포 순환코스
아름다운 우리 길|지리산 구룡폭포 순환코스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3.06.0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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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장한 계곡과 순박한 둘레길이 만나다
육모정~구룡계곡~회덕마을 샛집~구룡치~주천치안센터…약 11km 5시간

▲ 구룡계곡의 최고 명소인 구룡폭포. 봄빛이 풀린 계곡물이 예쁘다.

남원 구룡계곡은 지리산 골수 산꾼들도 잘 모르는 계곡이다. 지리산의 품에 있지만, 지리산 등산로와 직접 연결되지 않은 까닭이다. 그래서 구룡계곡은 일부 남원 사람들만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즐겼다. 그러다 지리산국립공단에서 구룡계곡 산길을 정비하며 조금씩 알려졌고, 이 길이 지리산둘레길 주천~운봉 구간과 만나면서 ‘구룡폭포 순환코스’라는 환상적인 코스가 탄생했다.

▲ 복숭아꽃이 무릉도원을 연상하게 하는 구룡계곡 초입.

▲ 구룡폭포 상단. 상단을 미끄러져 내려온 물은 소에 모였다가 하단으로 소용돌이치며 흘러간다.
지리산이 숨겨놓은 비경 구룡계곡

구룡계곡은 지리산 서북능선의 최고봉 만복대에서 우당탕 굴러 온 청정 계류와 운봉고원을 적신 물이 한바탕 어우러진 계곡이다. 보통 주천면 호경리에서 덕치리까지 펼쳐진 약 5km 심산유곡을 일컫는데, 계곡보다 구룡폭포가 더 유명하다. 구룡폭포는 일명 원천폭포로 구룡계곡 아홉 명소 중 으뜸으로 꼽힌다. 폭포 자체의 자연미도 빼어나지만, 동편제 소리꾼들에게 성지로 통한다. 각고의 노력 끝에 득음을 이뤄내는 수행의 폭포로 송만갑, 박초월, 강도근 등 당대 최고의 국창, 명창들이 웅장한 폭포 소리에 맞서 절세의 소리를 다듬어 냈다고 전한다.

구룡폭포 순환코스의 출발점은 구룡탐방지원센터 근처의 육모정이다. 육각정 형태를 취하고 있어 육모정으로, 예전에는 원동향약 계원들이 모임을 하던 곳이다. 육모정 앞에 춘향묘는 춘향의 가묘이다. 남원에는 웬만하면 춘향의 이름을 갖다 붙인다. 육모정에서 정령치 방향으로 도로를 200m쯤 오르면 만나는 구룡계곡탐방안내소 앞이다. 안내소 옆 계단으로 내려서면 드디어 구룡계곡이 시작된다.

길 초입에 개복숭아나무 붉은 꽃잎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곳이 무릉도원임을 알려주는 상징이다. 마음이 달떠 서둘러 계곡길을 따르면, 맑은 물을 흠뻑 빨아들인 나무마다 형형색색의 싱싱한 새순을 내놓고 있다. 그 눈부시고 투명한 풍경 속에 도화가 화룡점정을 찍고 계곡은 콸콸 우렁차게 흘러간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서 불과 몇 분 들어오지 않았는데 그야말로 별류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 인간 세계가 아닌 듯하다.

▲ 구룡치로 가는 그윽한 솔숲길에 진달래가 활짝 피었다.

▲ 언덕에서 내려다본 구룡계곡 전경.

계곡길은 호젓한 오솔길을 지나 점점 깊어지는 풍경 속에서 구룡구곡 중 4곡인 구시소(서암)가 모습을 드러낸다. 1곡 송력동폭포, 육모정 앞의 2곡 용소, 3곡 학서암은 출발점 아래 계곡에 있어 볼 수 없었다. 구시소는 물살에 패인 바위 모양이 소나 말의 먹이통인 구유처럼 생겼다 해서 붙은 이름이고, 서암은 거대한 바위가 물 가운데 우뚝 솟아있고 건너편 작은 바위는 중이 끓어 앉아 독경하는 모습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어 철다리인 구룡교와 사랑의다리를 연달아 지나면 5곡인 유선대다. 계곡에 거대한 너럭바위들이 펼쳐져 있는데, 바위에 금이 그어져 있어 선인들이 바둑을 즐겼다고 한다.

▲ 회덕마을의 샛집은 정감 어린 고향의 정취를 물씬 풍긴다.

▲ 남원장을 보러 다니던 장꾼들이 조약돌을 모아 다무락(담)을 쌓으며 무사안녕을 기원했다고 전하는 사무락다무락.

동편제 소리꾼의 성지 구룡폭포

유선대를 지나면서 계곡은 더욱 점입가경이다. 크고 작은 폭포와 소와 담은 그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다. 작은 기암이 하늘을 떠받칠 기세가 솟은 6곡 지주대를 지나면 출렁다리를 건너 7곡 비폭동에 닿는다. 반월봉에서 흘러내린 물이 아름다운 물보라를 그리며 용이 승천하는 모습을 그려낸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비폭동은 평소에 수량이 적어 비가 많이 온 날에 봐야 제맛이다.

비폭동부터 길은 급경사 된비알 계단을 따른다. 계곡이 워낙 험해 길을 산으로 돌린 탓이다. 그래서 8곡인 경천벽은 볼 수 없다. 아기자기한 암릉을 오르내리면 대망의 구룡폭포 앞이다.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약 40m에 이르는 와폭 구룡폭포 하단의 웅장한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어지는 철계단을 따라 오르면 구룡폭포 상단이 나타난다. 약 15m에서 떨어진 폭포가 구룡담에서 머물렀다가 다시 하단으로 소용돌이치며 미끄러져 내려간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마치 폭포로 빨려 들어갈 것 같다. 호연지기가 느껴지는 폭포의 장쾌한 모습은 남원팔경 중 1경으로 꼽힌다. 구룡폭포는 음력 4월 초파일이면 아홉 마리의 용이 하늘에서 내려와 아홉 군데 폭포에서 한 마리씩 자리를 잡아 노닐다가 다시 승천하였다는 데서 명칭이 유래되었다.

▲ 서어나무가 일품인 개미정지.

▲ 구룡사 앞의 눈부신 봄 계곡. 꽃물이 흐르는 듯하다.

구룡폭포를 구경했으면 철계단을 내려와 출렁다리로 되돌아가야 한다. 출렁다리 건너기 직전에 오른쪽으로 이정표가 나 있지만, 그곳으로 가면 많이 돌아간다. 출렁다리를 건너면 왼쪽으로 로프가 묶인 곳이 보인다. 이 길로 가는 것이 지름길인데, 이정표가 없으니 주의하자. 로프를 잡고 제법 가파른 그 길을 따라 10분쯤 오르면 임도가 나온다. 그 길을 따르면 계곡 옆에 다소 곶이 자리한 구룡사를 만난다. 구룡사는 구룡폭포 상단 바로 위에 자리한 절집으로 계곡 풍광이 빼어나다.

▲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 샛집 앞.

구룡치 넘던 회덕마을과 샛집

구룡사를 지나 농로를 한동안 걸으면 구룡교 앞에서 도로를 만나게 된다. 도로를 10분쯤 따르면 지리산둘레길 합류점인 정자나무 쉼터를 만난다. 거대한 정자나무 앞에는 동네 주민들이 부침개와 막걸리를 팔기에 잠시 쉬었다가 갈 수 있다. 정자나무 앞에서 곧장 지리산둘레길 주천 방향으로 접어들지 말고, 도로를 따라 운봉 방향으로 300m쯤 가서 회덕마을의 샛집(초가)을 구경하고 가는 것이 좋다.

회덕마을은 예전에 ‘모데기’라 불렀다. 운봉에서 온 사람과 달궁에서 온 사람이 모여 구룡치를 넘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풍수지리설에 따르면 덕두산, 덕산, 덕음산의 덕을 한 곳에 모아 마을을 이루었다는 뜻이다. 샛집은 이곳 말로 구석집이라 부르는 초가로 억새로 이은 풍성한 지붕이 일품이다. 지붕이 두터운 덕분에 집은 여름에 시원하고 겨울이면 따뜻하다. 회덕마을이 있는 주천면 덕치리는 운봉 고원처럼 고도가 높은 지대라 겨울에 눈이 많은 지역이다. 보통 짚으로 지붕을 이으면 1~2년 마다 갈아야 하지만, 억새를 사용하면 무려 30~40년을 버틸 수 있다고 한다. 이 집은 1895년 박창규씨가 처음 지었고 한국전쟁 때 불탔다가 1951년 새로 지었다. 툇마루에 앉으니 앞으로 지리산 서북능선이 시원하게 흘러간다.

▲ 조팝나무꽃.

▲ 구룡계곡에 떨어진 복숭아꽃.

샛집을 나와 논두렁을 따라 지리산둘레길 주천 방향에 오른다. 여기서 구룡치를 넘으면 주천에 이르게 된다. 구룡치는 운봉 사람들과 지리산 깊숙이 자리한 뱀사골과 달궁 마을 사람들이 남원장을 가기 위해 넘던 고개다. 남원까지 2박3일이 걸려 사흘장을 본다고 했다. 구룡치란 이름은 구룡폭포와 관련이 깊다. 4월 초파일 구룡계곡에 내려온 아홉 마리 용이 서로 희롱하는 구룡농주(九龍弄珠)의 명당혈이 이 고개에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산길에 접어들자 소나무가 시원하고 작은 고개를 넘자 여러 돌탑이 섰다. 이곳이 사무락다무락. 남원장을 보러 다니던 장꾼들이 조약돌을 모아 다무락(담)을 쌓으며 무사안녕을 기원했다고 한다. 사무락은 사망(모든 희망)의 이곳 사투리다. 돌탑에 돌을 하나 더 올리고 더욱 깊어지는 솔숲으로 들어서면 곧 소나무 연리지가 나온다. 연리지는 영원한 사랑을 상징한다. 그래서 이 나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 구룡계곡 길과 지리산둘레길이 만나는 회덕 쉼터.

연리지를 지나 15분쯤 오르면 구렁이 담 넘듯 구령치를 넘어선다. 은근슬쩍 넘어가기에 어디가 구령치 고갯마루인 줄 모르겠다. 점점 내리막길이 나오기에 지나온 곳이 구룡치 꼭대기였음을 짐작한다. 다소 가파른 내리막이 한동안 이어지다가 거대한 소나무 사이로 주천면이 시야에 들어온다. 넓은 들녘을 품은 마을은 평화로워 보인다. 이어 아담한 서어나무 숲을 통과하는데, 여기가 개미정지다. 개미정지는 구룡치의 살기가 마을로 들어오는 것을 막으려고 조성한 서어나무 숲이다. 개미정지를 지나면 내송마을에 닿는다. 마을 정자에서 한숨 돌리고 농로와 도로를 번갈아 갈아 행정교를 지나 주천치안센터에 닿는다. 치안센터 옆에 남원 둘레길안내소가 있다.

▲ 구룡치를 내려와 만나는 소박한 내송마을.


▲ 송림산장의 보리밥백반.
지리산 구룡폭포 순환코스 길잡이

구룡폭포 순환코스는 구룡폭포와 지리산둘레길 주천~운봉 구간 중 구룡치 옛길을 연결한 길이다. 코스는 육모정~구룡계곡탐방안내소~구룡폭포~구룡사~회덕마을 정자나무 쉼터~구룡치~주천치안센터, 거리는 11.1km, 5시간쯤 걸린다. 회덕마을에서는 샛집을 구경하고 구룡치를 넘는 게 좋다. 가볍게 계곡을 즐기려면 회덕마을 샛집~구룡사~구룡폭포~육모정 코스가 좋다. 거리는 5km, 2시간쯤 걸린다.

교통
자가용은 88올림픽고속도로 지리산IC로 나와 찾아간다. 버스는 서울 센트럴시티→남원행 버스가 06:00~19:20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다니며 3시간쯤 걸린다. 용산역→남원역 KTX 기차는 05:20~19:20 1일 5회 운행하며 2시간 30분 걸린다. 남원시외버스터미널 앞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주천면(육모정) 가는 버스는 07:00~18:00, 1시간 간격으로 다닌다.

숙식
남원 관광단지 내의 춘향가(063-636-4500)는 남원의 전통이 어린 깔끔한 숙소다. 둘레길을 걷다가 주천, 호경마을, 노치마을 등에서 민박도 가능하다. 2인 3만원선. 문의 063-635-0850. 주천면 호경리의 송림산장(063-625-0326)은 푸짐한 보리밥 백반을 6000원에 내와 인기가 좋다. 관광단지 내의 학향(063-626-5191)은 정갈하면서도 푸짐한 남원 한정식을 대표하는 집이다. 회덕마을의 회덕쉼터와 정자나무쉼터에서는 막걸리와 부침개 등으로 요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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