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 Campingㅣ스위스 캠핑 ② 엥겔베르크 에인왈디 캠핑장
World Campingㅣ스위스 캠핑 ② 엥겔베르크 에인왈디 캠핑장
  • 글 사진 조민서 기자
  • 승인 2013.04.10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축복받은 땅 ‘천사의 마을’

▲ 비가 그친 뒤 캠핑장에 내리비치는 축복 같은 햇살, 우산과 신발이 따끈하게 마르고 있다.

엥겔베르크는 티틀리스 산기슭에 자리한 ‘천사의 마을’ 이란 뜻을 가진 마을이다. 에인왈디 캠핑장은 그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보았던 캠핑장 중 최고라 할 수 있는 곳이다. 빗속에서 텐트를 설치하면서도 꿈만 같은 현실이 믿기지 않아 계속 웃음이 나왔다. 앞 텐트에 있는 캠퍼가 텐트를 치는 우리에게 파스타를 가져와 먹어보라 한다. 우리나라든 외국이든 캠핑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나눠먹는 건 똑같은가 보다. 리도 캠핑장에 있을 때는 제대로 실감이 나지 않더니 의자에 앉아 캠핑장 풍경을 보고 있으니 스위스를 캠핑의 천국이라 부르는 이유를 알 것 같다. 축복받은 땅임에 틀림이 없다.

▲ 에인왈디 캠핑장의 카라반 구역. 만년설이 덮인 산의 정상과 캠퍼의 반바지 차림이 대조를 이룬다.

여름과 겨울이 공존하는 티틀리스 산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쨍한 아침이 우리를 맞는다. ‘눈부시다’는 표현은 이런 햇살에 어울리는 말인 것 같다. 지난밤의 폭우는 이렇게 샤방샤방한 햇살을 선물로 주려고 무서우리만치 강하게 내리퍼부었나 보다. 비가 많이 내린 다음날 산에 올라가면 깨끗한 전망을 볼 수 있다 했는데, 왠지 느낌이 좋다. 햇빛을 좋아하는 유럽 사람들은 아침부터 따가운 햇살 아래 일광욕을 즐기고, 햇빛을 싫어하는 우리는 젖은 우산이며 신발을 일광욕시키며 대조적인 모습을 연출했다. 티틀리스 산 정상에서 경치를 감상하면서 점심을 먹으려고 분주하게 손을 움직여 도시락도 준비했다. 날씨를 가늠하지 못해서 옷 입기가 애매했는데 캠핑장에 있는 사람들이 민소매에 반바지를 입고 나서기에 우리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하이킹에 나섰다.

▲ 티틀리스로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면 트륍제 호수를 조망할 수 있다.

스위스의 중앙에 위치한 티틀리스 산은 알프스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만년설에 덮여있어 1년 내내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의 천국이다. 티틀리스 산에 올라가려면 캠핑장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고 로프웨이 승강장까지 가서 곤돌라를 세 번 갈아타야 한다. 곤돌라를 타고 가며 트륍제 호수를 내려다봤다. 맑은 거울 같다. 호수에서의 하이킹은 내려오는 길에 하기로 했다. 곤돌라는 거친 운무를 뚫고 티틀리스 정상 역(Klein Titlis)으로 향했다. 미로 같은 운무를 뚫고 곤돌라가 도착한 그곳은 완전한 신세계였다. 여름인 아래와는 달리 넓게 펼쳐진 설원이 있는 하얀 겨울, 두 계절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다.

곤돌라의 문이 열렸다. 밖으로 나오자마자 ‘멋지다, 환상적이다’는 감탄과 함께 너무 너무 춥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발 3000m가 넘는 산꼭대기에 올라오면서 여분의 옷도 지참하지 않은 우리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추위를 온몸으로 견뎌야만 했다. 영하 20도가 넘는 한겨울 캠핑에서도 거뜬한 몸이었지만, 알프스의 찬바람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전망대로 나가 한여름 스위스의 만년설을 밟으니 기분이 묘했다. 티틀리스 산에서는 금방이라도 손오공이 구름을 타고 내려올 것 같았다. 테라스에서 도시락을 먹기로 했지만 추워서 자리를 이동해 하이킹 길에 먹기로 하고 다시 곤돌라를 타고 아래로 내려왔다.

▲ 한여름에도 만년설과 운해로 둘러싸인 티틀리스 정상.
▲ 호수를 산책하다 먹는 점심 도시락. 풍경만으로도 진수성찬이다.

필라투스를 포기하고 티틀리스로 간 이유는 트륍제 호수에서 트레킹을 하기 위해서였다. 2시간 정도 쉬엄쉬엄 걸으면 호수를 한 바퀴를 돌 수 있다. 에메랄드 빛 호수는 아담하고 주변 경치는 아름답다. 호숫가를 산책하다 적당한 곳에 자리를 펴고 도시락을 먹었다. 샐러드와 과일, 삶은 계란이 전부인 조촐한 점심이지만 그 어떤 진수성찬도 부럽지 않았다. 전후좌우 어디를 둘러봐도 환상적인 풍경 덕택이다. 여행자인 우리를 보고 멀리서 손을 흔들어 주던 한 무리의 또 다른 젊은 여행자들. 어디서든 젊은 청춘들은 더 쉽게 마음을 연다. 부럽고 예쁜 풍경이다.

호수를 돌다보면 고기를 구워먹을 수 있도록 바비큐 시설들이 여러 군데 눈에 띈다. 바짝 마른 참나무 장작이 안에 가득 채워져 있어서 필요하면 언제든지 화로에 넣고 철망 위에서 고기나 소시지를 구워 먹을 수 있다. 먼저 다녀간 여행객이 붙여놓은 불이 화로 안에 있고 그 위로 또 다른 여행객이 장작을 넣어 불을 피운다. 불이 계속 살아있는 것이다. 정보를 미리 알고 갔더라면 고기는 아니어도 소시지 정도는 준비해서 구워먹을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 트륍제 호수는 환상이 눈앞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유럽인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캠핑
캠핑장으로 돌아가기 전 즐거운 마음을 안고 엥겔베르크 시내를 잠깐 구경하기로 했다. 엥겔베르크 시내는 작지만 무척이나 깨끗하고 고풍스런 모습이었다. 카페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며 하이킹 이야기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노닥거리다 마지막 셔틀버스를 놓쳐버렸다. 셔틀버스를 놓치면 대체할 이동수단은? 없다. 버스도 없고 택시도 없다. 셔틀버스가 끊기면 걸어가야 한다.

▲ 엥겔베르크 시내는 작지만 깨끗하고 고풍스럽다.

그 많던 관광객들은 어디로 가버렸는지 지나다니는 차들도 없이 온 천지가 고요하다. 국토순례대장정에 나선 청소년 같은 모습으로 터덜터덜 캠핑장이 있는 쪽으로 무작정 걸어갔다. 할 것 다한 뒤 대책 없이 걸어가는 길은 멀고 지루하기만 하다. 1시간여를 걸어가니 멀리 캠핑장이 보이고 눈물이 앞을 가린다. 고향집에 돌아온 듯 푸근한 느낌이다.

옆 텐트의 아이가 불어주는 호른 소리가 고요한 캠핑장에 아름다운 선율로 울려 퍼지는 저녁, 잘 들었다는 답례로 아이에게 과자를 나눠줬더니 영국에서 제일 유명하다는 전통 쿠키를 선물로 가져왔다. 초코파이 같은 걸 준비해서 캠핑장에서 만나는 아이들에게 선물로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호수를 돌다보면 바비큐 시설이 눈에 띈다.

▲ 트륍제 호수 산책.

유럽 사람을 지인으로 두지 않았다면, 그들이 사는 모습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이 캠핑장이 아닐까 싶다. 우리와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설거지 할 때, 아이들이 뛰어 놀 때, 저녁에 가족들과 대화할 때, 사람들과 마주 칠 때의 표정은 배울 것이 많다. 미소가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짧은 시간이지만 몸에 배인 절약정신과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다. 에인왈디 캠핑장에서 하루를 접으며 내일의 인터라켄(융프라우)을 기약했다.<5월호에 계속 이어집니다>

▲ 우리에게 손을 흔들어 주는 또 다른 여행자들. 어디서든 젊은 청춘은 아름답다.

▲ 캠핑장은 유럽인의 삶을 직접 엿볼 수 있는 적격의 장소다.

▲ 멀리 만년설이 보이는 에인왈디 캠핑장.

캠핑 준비물
스위스의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산 아래와 위는 기온차도 많이 난다. 그러므로 더운 여름에도 겨울옷을 꼭 챙겨야 한다. 캠핑장에서의 생활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얇은 패딩이나 폴라플리스 점퍼, 얇은 머플러, 등산복을 가져 갈 경우에는 긴 옷도 필수적이다. 산꼭대기에서 사진 찍을 때를 대비해 얇은 장갑도 필요하다. 갑자기 비가 내릴 경우를 대비해 작은 우산과 우비, 카메라와 렌즈를 위한 배낭 레인커버 준비도 잊지 말아야 한다. 필자는 짐을 줄이기 위해 전기요를 가져가지 않았는데 새벽에는 추위가 느껴졌다. 매트가 완벽하지 않다면 전기요 한 장 정도는 가져가는 게 좋다.

비상용으로 카드를 하나 더 챙기는 것도 잊지 말 것. 우리나라의 신용카드기는 위에서 아래로 긁는 방식이 대부분이지만 스위스는 캐시 카드기처럼 안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방식이라 마그네틱 부분에 작은 스크래치라도 있으면 작동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락앤락과 같은 밀폐용기는 캠핑 도중 남은 음식을 보관하기 위해 필요하지만 한국에서 가져가면 짐이 된다. 마트의 샐러드 바에서 서너 가지 종류의 샐러드를 따로 담아 사오면 통을 요긴하게 쓸 수 있다. 피크닉 갈 때 도시락 통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쓰다가 버리고 오면 돼 편리하다.

 

엥겔베르크 에인왈디 캠핑장
캠핑장은 호텔과 함께 운영되고 있으며 시설은 최상급이다. 파란 잔디밭에 넓은 구획으로 텐트를 칠 수 있다. 돌기둥을 기준으로 왼쪽은 전기 사용이 가능하며, 오른쪽은 전기를 사용할 수 없다. 돌기둥에 콘센트가 두 개씩 있다.

카라반 사이트는 별도로 있다. 개수대와 세면대는 깨끗하며 24시간 온수가 나온다. 드라이기와 세탁기가 비치되어 있으며, 냉동고도 있다. 장기간 머물 캠퍼들은 냉매를 준비해가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캠핑장 한가운데에는 빙하가 녹아 흘러오는 시냇물이 흐른다. 물이 시원해서 맥주나 음료수 등을 담가놓아도 좋다. 놀이터와 뗏목을 탈 수 있는 연못이 있고, 캠핑장 후문에는 유료 골프연습장도 있다.

사전에 미리 예약을 하는 것이 좋지만, 사이트가 비어 있을 때는 현지에서 배정받을 수 있다. 캠핑장 이용료는 1일 33프랑, 우리 돈으로 약 4만원 정도다. 전기료는 별도다. 샤워실도 유료로, 1분 사용하는데 4프랑을 내야 한다. 호텔에서 운영하는 마트에서 다양한 물건을 구할 수 있다. 호텔 앞에서 무료 셔틀버스를 타면 티틀리스 산까지 갈 수 있다. 돌아오는 막차는 5시 7분에 있다. www.eienwaeldli.ch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