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길|양평 두물머리 물래길
아름다운 우리 길|양평 두물머리 물래길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3.03.31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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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 예뻐서 어딜 찍어도 그림이네”
양수역~용늪~세미원~두물머리~북한강 철교~양수역…약 7.2km, 3~4시간

▲ 액자 속으로 두물머리 설경이 그려졌다. 최근 두물머리 사유지가 공원으로 조성됐다.

두물머리는 이름도, 길도, 강물도 예쁘다. 북한강과 남한강의 큰 물줄기 둘이 머리를 맞대는 곳이라 해서 ‘두물머리’다. 옛사람들은 이름도 참 잘 짓는다. 두물머리는 풍광이 빼어나 오래전부터 데이트 코스와 촬영 및 출사 장소로 인기가 좋다.

‘남한강 자전거길’ 길목 양수역에서 시작
두물머리의 걷기 길은 기존의 두물머리 산책로를 연장하고 스토리텔링을 도입해 만들었다. 길은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문화부와 양평군이 각각 지정해 헷갈리는 것이 흠이다. 문화부의 ‘이야기가 있는 문화생태탐방로’ 중의 하나인 ‘두물머리길’은 두물머리를 지나 다산생가로 이어지고, 양평군의 ‘두물머리 물래길’은 양수리 일대를 한 바퀴 돈다. 다산생가 쪽은 남양주시에서 관리하는 ‘다산길’이 있기에, ‘두물머리 물래길’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 두물머리 물래길이 시작되는 양수역은 남한강 자전거길의 길목이기도 하다.

▲ 용늪의 겨울 연꽃은 독특한 형태와 무늬를 그린다.

이 길은 양수역에서 출발해 용늪, 세미원, 두물머리, 북한강 철교 등의 양수리 명소를 모두 돌아 양수역으로 돌아온다. 거리는 약 7.2km, 구경할 것이 많아 넉넉하게 3~4시간쯤 잡는다.

물래길의 출발점인 중앙선 양수역은 ‘남한강 자전거길’이 지나는 길목이라 주말이면 산꾼, 연인, 자전거 마니아로 북적거린다. 역을 나오면 왼쪽으로 커다란 저수지 같은 것이 보이는데, 이것이 용늪이다. 용늪은 섬처럼 툭 튀어나온 두물머리 일대의 오른쪽 부분을 거의 차지하는 긴 늪이다. 예로부터 용이 살았다는 전설의 장소로 지금은 용바위가 물속에 잠겨 있다고 한다. 양수역은 나온 물래길은 왼쪽 용늪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다. 여름철에는 연꽃이 군락으로 피어 장관을 이루는 멋진 길이다.

▲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연결하는 배다리.

갈대가 하늘거리는 용늪 산책로를 지나면 6번 국도를 만난다. 여기서 길을 건너면 ‘물과 꽃의 정원’ 세미원(洗美苑)으로 들어선다. 세미원 바닥에는 돌로 된 빨래판이 재미있다. 그 이름은 <장자>에 나오는 ‘관수세심 관화미심(觀水洗心 觀花美心,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한다)'에서 따왔고,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빨래판을 깔았다. 정문 격인 불이문을 지나면 징검다리가 놓여 있다. 겨울에는 물이 없지만, 여름철에는 시냇물이 졸졸 흐른다.

세미원은 옛 전통 연못처럼 운치 있게 잘 꾸몄다. 보기도 좋지만, 수생식물을 이용한 자연정화공원으로 조성해 더욱 의미 있다. 연꽃과 수련·창포 등을 심은 6개의 연못을 거친 한강물은 중금속과 부유물질이 거의 제거된 뒤 팔당댐으로 흘러간다고 한다. 최근 양평군은 세미원과 두물머리를 직접 연결하는 배다리를 만들었다. 흔들거리는 배다리를 통해 물 위를 걷는 맛이 일품이다. 허나 너무 빨리 도착하는 게 흠이라 본래 코스를 따른다.


옛 영화와 애잔한 이야기 서린 두물머리
세미원을 나와 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로 가는 산책로가 이어진다. 이곳은 연인들의 길이다. 손잡고 걷는 선남선녀의 모습이 보기 좋다. 길가에 옛 양수리 주민들의 흑백사진 걸려 있어 발걸음이 멈춰진다. 흑백사진 속의 인물들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지고, 강변 풍광과 어우러져 묘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뭘 찍으세요?”

두물머리 앞의 연밭에서 연방 셔터를 눌러대는 아마추어 사진동호인에게 다가가 슬며시 물었다.  

“저기 말라비틀어진 연 줄기가 물에 반영되어 하트, 사각형, 둥근 모양이 다양하게 나와요. 같은 걸 보는데, 사람마다 보는 게 틀려서 재미있어요.”

▲ 400년 넘은 도당 할아버지 느티나무가 우뚝한 두물머리는 양수리 일대에서 일출 명소로 유명하다.

▲ 두물머리 가는 산책로는 연인들의 길이다.

연밭을 자세히 보니, 그의 말처럼 다양한 형상이 그려진다. 폐허 같은 겨울 연밭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한 셈이다. 다시 길을 나서면 곧 느티나무가 우뚝한 두물머리에 닿는다. 수령이 400년이 넘은 느티나무는 높이가 30m, 둘레가 8m나 된다. 이 나무의 이름은 도당 할아버지다. 옆에 도당 할머니 나무도 있었으나, 팔당댐의 완공으로 수몰되었다고 한다. 느티나무 앞으로 시원한 강변 풍광이 펼쳐진다.

두물머리는 양수리 일대에서 천주교 묘지인 소화묘원, 운길산 수종사와 더불어 3대 일출 명소로 매일 아침마다 일출을 담는 사진가들이 끊이질 않는다. 느티나무 앞 너른 호수에서 금강산에서 발원한 북한강과 금대봉 검룡소에서 시작한 남한강이 각각 긴 여정을 끝내고 서로 몸을 섞는다. 북한강은 휴전선을 넘어와 화천·춘천·가평 등을 적시고, 남한강은 정선·영월·단양·충주·양평 등을 에돌아 두물머리로 들어온다. 여기서 만난 강물은 한강이란 이름으로 수도 서울을 적시고 서해 강화도 앞에서 임진강을 끌어안고 함께 바다가 된다.

▲ 북한강 철교는 오랜 세월의 무늬가 새겨 있다.

▲ 남한강 자전거길이 지나는 북한강 철교. 자전거와 걷기로 즐길 수 있다.

양수리의 숨은 명소, 북한강 철교

예전 남한강에 나룻배가 다녔을 때는 두물머리 나루터가 있었다. 강원 정선과 충북 단양에서 출발한 나룻배가 서울의 뚝섬과 마포나루에 도착하기 전 마지막으로 기착했던 나루터였기에 당시에는 매우 번창했다. 이곳 나루터에서 하룻밤을 묵고 다시 흐르는 강물을 따라 마포나루까지 8시간 30분이 걸렸다고 한다. 전설처럼 들리지만 불과 40여 년 전의 일이다.

도당나무 건너편에는 사유지라 갈 수 없었는데, 양평군에서 사들여 공원으로 개방했다. 그쪽으로 건너가니 도당할아버지 일대의 조망이 시원하다. 이곳의 명물은 거대한 액자다. 그 액자 안으로 두물머리 풍광이 그림처럼 앉아 있다. 누구 아이디어인지 몰라도 풍경을 감상하는 눈을 열어준 셈이다.

▲ 양수교에서 북한강 철교로 가는 호젓한 강변길은 물래길의 숨은 보물이다.

▲ 새로 조성된 두물머리 공원의 메타세쿼이아.
두물머리를 나오면 삼거리가 나온다. 그 앞에 ‘←두물머리 물래길 →’ 이정표가 서 있다. 하지만 왼쪽 화살표를 따르면 길이 없으니 주의하자. 오른쪽 길을 따르다 한강물환경연구소 간판을 따르면 된다. 곧 한강물환경연구소가 나오고, 물래길은 건물 옆의 초록색 펜스를 따른다. 이어 길은 왼쪽에 한강을 끼고 삼익아파트 담벼락을 따라 양수교 앞에 도착한다. 도로를 건너 양서우체국 앞에서 다시 강변 쪽으로 가면, 갑자기 시야가 시원하게 열리면서 북한강 철교와 운길산이 나타난다. 마침 중앙선 전철이 지나면서 자신의 모습을 강물에 그려놓는다. 나름 양수리를 다녔지만, 이렇게 멋진 곳이 있는 줄 몰랐다.

이제 물래길의 막바지다. 조성 중인 양수리생태환경공원을 지나면 북한강 철교에 올라선다. 이곳은 남한강 자전거길이다. 슝~ 시원한 강바람 맞으며 자전거를 탄 사람들이 지나고 걷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그 길을 10분쯤 따르면 용늪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인다. 어느 덧 뉘엿뉘엿 지던 해는 용늪에 빠졌고, 호수는 부글부글 끓으면서 붉은 빛을 토해낸다. 하루를 마감하는 용늪을 바라보며 양수역에서 걷기를 마무리한다. 

▲ 예봉산 줄기에서 저무는 노을이 용늪에 반영되어 오묘한 빛의 향연을 펼친다.

교통

수도권에서는 중앙선 전철을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용산발 첫차는 평일 05:12, 토요일(공휴일) 05:45. 1호선은 회기역, 3호선은 옥수역에서 중앙선으로 환승한다. 용산에서 양수역까지 1시간 1분쯤 걸린다. 자가용은 양수역, 두물머리 주차장에 세우면 된다. 

맛집
양수리 일대는 맛집들이 은근히 많다. 양서면사무소 맞은편의 연밭(031-772-6200)은 연잎찰밥을 맛볼 수 있는 유명한 집으로 창밖으로 펼쳐진 용늪도 근사하다. 연밭정식 1인 15,000원. 양수교 근처의 청기와순두부(031-772-9157)는 해물순두부, 두부전골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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