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일러닝 | 일본에서 엿본 한국 트레일 시장의 미래
트레일러닝 | 일본에서 엿본 한국 트레일 시장의 미래
  • 글 사진 유지성 본지 아웃도어 자문위원·오지레이서
  • 승인 2013.03.30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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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이후 활성화…아시아 중 러닝 인구 가장 많아

▲ 일본에 트레일 러닝 붐을 일으킨 2007 도쿄 마라톤 대회.

트레일 러닝은 등산과 마라톤을 결합한 종목이다. 그렇다보니 용품도 러닝용과 등산용이 절묘하게 결합되어 있다. 비교하자면 등산용은 상대적으로 의류 쪽, 러닝용은 신발 쪽에 강점을 지닌다. 하지만 트레일 시장이 활성화 되면서 제품군이 교차하게 되어 경계가 모호해졌다. 특히나 2000년도에 들어서부터 보다 전문화되고 대회에 특화된 제품들이 개발, 생산되기 시작했는데 그 기점은 아무래도 도쿄 마라톤이라고 생각된다. 달리기와 트레일 러닝 시장에 있어서 도쿄 마라톤은 역사적이며 기념비적인 대회이기 때문이다.

과거 트레일 러닝의 양대 시장은 미국과 유럽이었다. 그런데 2007년 이후 갑자기 일본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일본은 전 세계 달리기 시장의 큰손이다. 최근 국내 러닝인구가 늘고 일부 대회는 한국 참가자들이 제일 많을 때도 있지만, 전체적 규모와 인구수로 보면 일본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일본의 트레일 러닝 활성화는 관련 제품의 증가와 새로운 시장의 창출로 발전하게 됐다. 그 기폭제가 바로 도쿄 마라톤이다.

▲ 도쿄 마라톤 이후 달리기가 인기를 끌면서 일본은 나가노를 중심으로 전 지역에 많은 대회들이 개최됐다.
도쿄 마라톤은 제1회부터 전 세계 메이저 대회로 자리 잡았다. 한국에서 오랫동안 개최되어 온 대회가 아직 메이저로 대접받지 못한 상황에서, 단 한 번의 대회로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대회가 됐다는 건 부럽고도 놀라운 사실이다.

트레일 러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면 좋건 싫건 일본 시장을 언급하게 된다. 이유인즉, 일본은 1억이 넘는 인구를 바탕으로 내수만으로도 견딜 수 있는 시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다양한 종류의 물건과 디자인이 경쟁하며 살아남는 시장이다 보니 우리에게는 간접적인 체험의 장이자 그만큼 시행착오를 하지 않아도 될 완충지대다. 물론 지금 당장의 시장 규모를 볼 때 일본과 우리와의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다. 하지만 가까운 일본을 보면 우리나라 트레일 러닝 시장의 미래를 볼 수 있다.

일본은 과거부터 마라톤 강국으로 꼽혀 왔다. 그래서 아마추어 인구도 많지만 2007년 도쿄 마라톤이 열리기 전까지만 해도 마라톤을 국민 스포츠라 부르기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도쿄 시내를 7시간 동안 통제하고 마라톤 대회를 개최한다는 발표가 나왔다. 이 대회에는 약 3만 명이 참가했는데, 이미 수개월 전에 참가 신청은 마감됐고 경쟁률 또한 폭발적이었다. 한 마디로 대박이 난 것이다.

이후 마라톤은 일본의 국민 스포츠로 자리 잡았고, 트레일 러닝 붐이 일기 시작했다. 여성 러너 증가와 함께 전문 선수들이 생겨났으며 트레일 러닝 전문지가 창간됐다. 나가노를 중심으로 전 지역에 많은 대회들이 개최됐다. 또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며 마라톤 전문점에서 등산용 제품 브랜드를 취급하기 시작했고, 등산 전문점에선 마라톤 브랜드를 취급하는 융화의 시대가 열렸다.

▲ 일본의 아웃도어 매장은 주로 멀티숍이 많고 러닝 전문점은 아트스포츠가 제일 유명하다.

▲ 일본은 러닝 시장이 크고 제품이 많다 보니 다양한 가격대의 상품을 만날 수 있다.

일본의 아웃도어·러닝 매장을 가보면 먼저 규모와 제품 수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살인적인 물가로 유명한 나라지만 의외로 레저용품의 가격은 환율 대비로 봤을 때 한국보다 저렴하다. 물론 비싼 제품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우리나라보다 싸다. 그만큼 시장이 크고 제품이 많다 보니 다양한 가격대 조절이 가능한 것이다. 우리의 경우 상대적으로 시장이 작다 보니 마진을 많이 취하는 구조인 것 같다는 분석이다.

▲ 일본의 아웃도어 매장을 가보면 먼저 규모와 제품 수에 놀라고, 가격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일본의 아웃도어 매장은 주로 멀티숍이 많고 러닝 전문점은 아트스포츠가 제일 유명하다. 도쿄에서 가장 유명한 아웃도어 전문 매장들이 모여 있는 곳은 간다 지역이다. 지하철 짐보초역과 오가와마치역 사이에 있는 도로를 따라 상권이 형성된 이곳에는 수십 개의 스포츠용품 매장이 밀집되어 있다. 겨울에는 주로 스키·보드용품, 여름에는 등산·수영 등 아웃도어 용품을 전시하는데 그 규모에 있어 현기증을 느낄 정도로 다양하고 규모가 크다.

대형 매장의 경우 건물 전체가 아웃도어 쇼핑몰인 경우가 많다. 유명한 빅토리아, 사카이야 이외에도 알펜, 이시이 스포츠, 미즈노 전문점 등 수많은 중·대형 쇼핑몰들이 모여 있으니 혹시라도 관심이 있으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여러 곳을 다니며 비교해보면 좋을 것이다.

▲ 일본의 유명 트레일 러너인 이시가와 히로키(오른쪽)와 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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