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핑장 옆 박물관ㅣ나만의 베스트 보물을 찾아라
캠핑장 옆 박물관ㅣ나만의 베스트 보물을 찾아라
  • 글 사진 서승범 여행작가
  • 승인 2013.03.04 16: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익산 미륵사지 유물전시관 & 웅포곰개나루캠핑장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떠났다면 캠핑장 근처의 볼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볼 것도 많고 즐길 거리도 많지만 박물관은 어떤가? 박물관이 좋은 이유는 공부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아직 박물관이 멀게 느껴지는 이유 역시 공부 때문이다. 공부가 즐거울 리 없으니까. 하지만 부담을 걷어내면 얼마든지 즐거운 공부가 될 수 있다. 아니, 박물관도 얼마든지 즐거울 수 있다. 박물관을 즐기는 방법만 알면 된다. 이 이야기는 재미난 박물관에 대한 이야기다.

▲ 유물전시관에 전시된 복원 모형. 저 작은 석탑의 높이가 14m, 미륵사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전북 익산의 미륵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이었다. 지금 미륵사지에 남아 있는 건 거대한 석탑의 일부와 당간지주가 거의 전부다. 하지만 절터는 고스란히 남아 있어 그 규모를 짐작케 한다. 절터의 빈 공간을 감상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다. 그 상상력을 돕는 것이 미륵사지유물전시관이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석탑 복원 현장을 보면 미륵사가, 문득, 다가올 것이다.

▲ 오토캠핑장에서 바라본 금강하구 일몰.

미륵사지가 어디더라? 싶다면 ‘미륵사지 석탑’이라고 하면 기억이 선명해질 것이다. ‘미륵사지’란 미륵사가 있던 절터란 뜻이다. 법당과 전각들은 사라지고 없다. 남은 것은 거대한 석탑. 혹 탑의 반 정도가 시멘트로 뭉개진 커다란 석탑을 어디선가 본 기억이 있다면 그것이 미륵사지 석탑이다. 미륵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이었고, 따라서 미륵사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절터다. 미륵사지 석탑 역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석탑이다.

덩치가 크다고 훌륭한 사람이 아니듯, 탑의 크기가 가치를 담보하진 않는다.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탑의 가치를 결정하는 것은 완성도, 곧 아름다움이다. 거기에 희소성이 있거나 역사적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면 탑의 가치는 올라간다.

▲ 오토캠핑 사이트가 6곳, 일반 캠핑 사이트가 39곳 있다.

크기가 대수랴
미륵사지 석탑은 우리나라 국보 제11호다. 크기만 큰 게 아니라 그 완성도 역시 대단히 높다는 뜻이다. 크기 이야기를 꺼낸 김에 얼마나 큰지 살펴보자. 알다시피 탑은 밑에서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데, 탑의 가장 밑 부분을 기단이라고 한다. 기단은 대부분 정사각형인데, 미륵사지 석탑은 한 변이 12.5m다. 높이는 14.24m. 우리가 잘 아는 경주 불국사의 석가탑과 다보탑은 기단의 한 변이 4m를 조금 넘고, 높이는 10m 정도다. 이 정도면 미륵사지 석탑의 규모를 대략 헤아릴 수 있겠다.

▲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서 꼽은 최고의 유물, 청동보살손. 완만하게 하늘을 향해 올린 손가락과 도드라지게 세운 무명지의 선이 무척이나 곱다.

절에는 보통 탑이 쌍으로 세워졌다. 불국사는 석가탑과 다보탑이 쌍을 이루는데, 석가탑이 서쪽에 있고, 다보탑이 동쪽에 있다. 미륵사지 역시 마찬가지여서, 국보로 지정된 석탑은 서탑이고, 동탑은 흔적만 남아있다. 현재 미륵사지에 세워진 깔끔한 석탑은 모조품이다. 진짜 석탑은 탑 구조 진단 결과 불안전하다는 진단을 받아 1994년 문화재위원회가 전면 해체 수리를 결정해 지금 수리하고 있다. 서울의 남대문 복원공사처럼 미륵사지에도 복원공사 현장이 있는데, 여기서 탑 복원공사를 하고 있다. 절터에 선 모조품도 크기가 꽤 큰 편인데 실물의 1/10 크기로 줄인 것이다. 참고하면 진짜 석탑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크기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되, 품위는 짐작할 수 없다. 복원 현장에 가서 진열된 석재들을 봐야, 그러고 나서 유물전시관에 들어가 원래의 그 탑을 봐야 진품의 아우라를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 복원 수리를 위해 해체하기 전에도 석탑은 완전하지 않았다. 글의 첫머리에서도 말했듯, 석탑의 반 이상이 무너졌고, 그 무너진 부분을 시멘트로 보강해 반토막짜리 탑이었다. 시멘트를 바른 건 1915년의 일이다. 남아있는 형태로 보아서는 6층이지만, 원래의 정확한 층수는 9층이었다고 한다.

▲ 미륵사지 석탑 복원 현장. 2층에 올라 내려다보면 탑의 크기를 짐작할 수 있다.

미륵사지 석탑은 목탑의 양식과 석탑의 양식을 모두 갖추고 있다. 가장 두꺼운 돌이 있는 부분이 탑신(탑의 몸체)의 1층인데, 모서리 기둥 윗부분에 장식처럼 덧댄 부분이 있다. 목조건축에서 평방, 창방이라 부르는 것을 본떠 만든 것이다. 모서리 기둥 자체도 가운데가 볼록하게 나온 배흘림기법으로 만들어졌는데, 이 역시 목조건축에 왔다. 목탑에서 석탑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보인단 말은 초기 석탑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미륵사지 석탑에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참고로 석탑 양식이 절정에 달한 것은 불국사 석가탑에 이르러서다. 불국사는 8세기에 세워졌고, 미륵사는 7세기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미륵사가 세워진 7세기, 백제의 왕은 무왕이었다. ‘백제의 왕’이라 할 때 우리가 떠올리는 것은 전성기를 이룬 근초고왕, 무령왕릉으로 유명한 무령왕, 중흥기를 이끈 성왕, 그리고 백제의 마지막 왕인 의자왕 정도다. 무왕이 귀에 익다면 서동요의 주인공이기 때문일 것이다. 무왕은 의자왕의 선왕이었다. 그러니 백제가 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외교와 내치에 빛을 반짝이던 시기였다. 무왕은 미륵사를 세우면서 다시 한 번 백제의 부흥을 꿈꾸을 테지만 불과 100년도 지나지 않아 백제는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 청동보살손에 버금가는 금동사리호. 큰 것이 외함이고 작은 것은 내함이다. 화려하고 섬세하다.

지금 미륵사지에는 당간지주만 외롭게 서 있다. 석탑은 가짜고, 진짜는 복원을 위해 해체되었으며, 모든 유물은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에 전시되어 있다. 유물전시관에서 미륵사를 복원시킨 모형을 보고 미륵사지로 나와 동탑과 서탑 사이 중탑 자리 앞에 서서 앞과 뒤를 보면 미륵사의 엄청난 규모를 느낄 수 있다.

▲ 웅포곰개나루캠핑장은 이용료도 저렴하고 금강을 낀 공원 안에 위치하고 있어 환경이 좋다. 사진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 이곳 캠핑장의 명물, 덕양정. 정자와 고목의 조화가 좋다. 사진 익산시청 문화관광과.

전시관 최고 유물은 청동보살손
미륵사지 유물전시관과 같은 박물관을 볼 때 가장 난감한 건 전시된 유물에서 별다른 감흥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다. 패널의 설명은 너무 길고 어려워 읽을 엄두가 나지 않고, 내용을 모르면 신석기 시대 유물도 돌덩이가 되고 말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박물관이 저 박물관이고, 저 유물이 이 유물과 비슷해 보인다. 당연히 재미도 없다.

방법은 간단하다. 가볍게 여러 번, 무겁게 한 번. 모르는 내용은 넘어가고 박물관을 두세 번 정도 가볍게 훑어본다. 패널의 제목이 눈에 들어오면 읽어보고, 읽다가 어려우면 쿨하게 패스! 그렇게 같은 유물을 두세 번 보게 되면 마음의 눈에 띄는 유물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몇 개의 유물이 마음에 들면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유물을 가린다는 마음으로 각각의 유물을 ‘무겁게’ 본다.

▲ 강변을 따라 조성된 금강 자전거길이 지척이다. 곰개나루 구간 자전거길은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휴가철 가볼 만한 국토종주 자전거길 20선으로 꼽은 코스이기도 하다.
사진 엄재백

미륵사지 유물전시관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아 1시간이면 가볍게 몇 번 둘러볼 수 있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유물은 금동으로 만든 사리 내?외호와 청동으로 만든 보살손이다.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작품인데, 미륵사지에서 발견된 유물이다.

금동사리호는 그 화려함과 섬세함이 좋았고, 청동보살손은 완만하게 하늘을 향해 올린 손가락과 도드라지게 세운 무명지의 선이 예뻐서다. 팔목에 찬 장식도 한몫 했을 것이다. 금동사리호와 청동보살손을 돌아가면서 보고, 앉아서 보고, 서서 보고, 다가서서 보고, 물러나서 보고, 물끄러미 보기도 하다가 이 유물전시관 최고의 유물은 청동보살손으로 정했다. 물론, 나에게만 그렇다. 섬섬옥수라 하기에 조금 통통한 듯한 손바닥과 손가락이지만, 성격은 무척 차분하고 심성은 고왔을 것이다. 청동보살손이 아니라 청동보살상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미륵사지에서 보낸 시간은 3시간이 조금 못 된다.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그 옛날 이 벌판을 메우고 있었을 동탑과 서탑, 그 사이의 중탑, 전시관에서 모형으로 본 전각과 회랑들을 떠올려보았다. 이렇게 전국 각지에 나만의 보물 하나씩 쌓여간다. 

▲ 미륵사지 유물전시관. 가만 보면 석탑의 옥개석 모양이다. 옥개석은 탑신(몸돌)과 탑신 사이의 처마 모양 돌이다.

 

익산 웅포곰개나루캠핑장

웅포곰개나루캠핑장은 미륵사지에서 북서쪽에 있으며 거리는 21km 정도, 30분 거리에 위치한다. 익산시에서 웅포곰개나루 공원 내에 캠핑장을 조성해 2012년 6월에 문을 열었다. 규모는 오토캠핑 사이트 6곳, 일반 캠핑 사이트 39곳 정도인데, 조만간 30개 사이트 정도 늘릴 계획이다. 개수대와 화장실 시설은 아직 조금 취약한 편이지만, 전기 시설은 훌륭하다. 이용료는 오토캠핑장 1만5천원, 일반 캠핑장 1만원으로 전기료 포함이다. 비수기 평일은 오토캠핑장 1만원, 일반 캠핑장 5천원이다.
웅포곰개나루는 금강을 낀 공원인데, 캠핑장이 그 시설의 일부로 들어서 있다. 캠핑장 내 자리한 덕양정은 서해 5대 낙조로 유명한 금강하구의 일몰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강변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도 자랑거리. 평탄한 코스를 따라 13km 거리의 성당포구까지 닿는다.

주소 전라북도 익산시 웅포면 강변로 25
문의 063-859-5871 / http://camping.iksan.go.kr
가격 오토캠핑 1만5천원, 일반 캠핑 1만원(성수기 기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