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rew’s Travel Note | 미국 뉴멕시코 주 화이트 샌드 국립기념물
Andrew’s Travel Note | 미국 뉴멕시코 주 화이트 샌드 국립기념물
  • 글 사진 앤드류 김 기자
  • 승인 2013.02.26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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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뿌린 새하얀 석고 모래 동산

▲ 화이트 샌드 국립기념물에 자리한 나무. 석고처럼 하얗게 변했다.
미국 뉴멕시코 주 남부 앨라모고도에 위치한 화이트 샌드 국립기념물은 지구에 유일한 석고 모래 동산이다. 이곳은 지금부터 80년 전, 당시 존 에드거 후버 미국 대통령이 국립기념물로 지정해 보호를 받고 있으며 석고 매장량은 약 150억 톤으로 추정된다. 이 양은 지구를 석고로 약 2번 이상을 바를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석고는 흔한 광물이지만 물과 결합된 황산칼슘 결정체로 모래처럼 쌓여져 있는 곳은 화이트 샌드 국립기념물 외에는 없다. 물에 녹아 강이나 바다로 흘러가 모래처럼 쌓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곳은 약 2억 5000만 년 전에는 얕은 바다였다. 7000만 년 전 융기 현상으로 고원지대가 됐다. 1000만 년 전에 다시 가라앉으면서 분지가 됐다. 산에서 물에 녹아들었던 석고는 분지에 생긴 호수로 흘러 왔다. 이 물은 바다로 나갈 수 없어 갇히게 됐다. 비에 젖고 태양에 마르는 과정이 계속되면서 작은 모래알 크기로 부서졌다. 이것이 오늘날 순백의 석고 모래 동산을 만든 것이다. 

알알이 깨진 석고 모래들은 강한 바람에 날아 움직이며 다른 언덕에 새로운 지형을 창조한다. 사람의 힘으로 만들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신기할 뿐이다. 하얀 모래 알맹이들이 끝없이 펼쳐진 사방을 둘러보면 여기가 어디인지, 또 끝은 어디인지 알 수 없다. 가야할 방향을 잃어버릴 것 같다. 

새하얀 모래 동산에 들어가면 스키장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곳에서 샌드 보드와 썰매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면 진짜 설원처럼 느껴진다. 도로에는 제설작업에 쓰이는 차들이 석고를 눈처럼 밀고 나가니 더더욱 착각에 빠져든다. 

▲ 제설작업용을 쓰이는 것이 이곳에선 석고 치우는데 사용된다.

SF영화에서나 볼 법한 은빛의 물체들이 설원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단단한 스틸로 만든 바비큐 그릴과 지붕이 있는 야외 식탁이다. 자연 위에서 즐기면서 쉴 수 있는 이곳은 축복 받은 곳임에 틀림없다. 

척박한 이곳에 뿌리 깊은 유카나무가 인간의 나약함을 비웃듯 뿌리 내리고 있다. 이외에도 1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그 중 하얗게 변한 귀가 없는 도마뱀과 아파치주머니쥐는 진화의 무서움마저 느끼게 한다. 석고 가루가 귀에 자꾸 들어가다 보니 귀가 점점 퇴화돼 없어진 것이다. 또 여우나 뱀 등은 천적으로 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석고와 같은 흰색으로 변했다. 자연의 경이로움에 그저 놀라울 뿐이다. 

석고 모래 속에 뿌리 내리며 비바람을 이겨온 억겁의 세월 속에서도 하얀 설국의 파수꾼 유카나무는 이곳을 찾아온 방문객을 향해 소리 없는 대자연의 서사시를 몸소 보여준다. 

▲ 석고 모래 동산을 산책하는 사람들. 멀리 보이는 산과 하얀 대지가 대조를 이룬다.
▲ 샌드 보드를 즐기는 젊은이들. 눈 위를 달리는 듯 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앤드류 김(Andrew Kim) | (주)코코비아 대표로 에빠니(epanie) 포장기계 및 차를 전 세계에 유통하고 있다. 커피와 차 전문 쇼핑몰(www.coffeetea.co.kr)을 운영하고 있다. 전 세계를 다니며 여행전문 사진작가로도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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